본문 바로가기

CotL

[Cult of the Lamb / 나린더, 크로셀, 단탈리온] 221018 -여름-

 

 

 


2022.10.15 - [CotL] - [Cult of the Lamb / 나린더, 크로셀, 단탈리온] 221015 -봄-


 

 

 

꽃과 나뭇잎들이 다시 고개를 드는 봄이 지나 어느새 시간은 흘러 여름이 되었다. 봄에 비해서 더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느끼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여름이 찾아왔구나, 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였고 어린 양의 교단에서 살아가는 추종자들도 그런 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나린더와 그의 추종자들도 여러모로 태양빛이 귀찮은 듯 이런저런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벌써 여름이야? 이렇게 더워질 수가~"

"...그러게 말입니다. 봄을 맞이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다들 건강에 유의하도록. 이럴 때일수록 더 건강에 신경써야 한다."

"그럼요, 주인님~ 걱정하지 마십쇼~"

"주인님도,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어린 양도 그늘 속에서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다양한 임무를 내리고 있었고, 그들이 임무를 모두 완료한 것 같음을 어느정도 파악한 어린 양은 날씨가 더워졌으니 조금은 쉬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성일의 의식을 열어 그들의 추종자(그리고 나린더와 그의 추종자)가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마침 이렇게 쉬는 시간을 원했다며 어린 양에 대한 신앙심이 더욱 높아지는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자니, 참 교단 운영이 능숙해진 것 같다고 나린더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튼 그들도 휴식 시간을 가지게 된 겸 무엇을 할 지 고민하고 있던 중, 단탈리온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헤에, 여름이고 하니 바다같은 거 보고 싶은데."

"...흠, 그런 게 있었던가요..."

"교주님이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나린더와 크로셀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단탈리온은 어린 양에게 다가가서는 혹시 근처에 바다같은 그런 곳이 있냐고 물어보았고, 어린 양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자신이 낚시를 했던 것을 생각하며 '그 쪽이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지만, 순례자의 길에 비슷한 것이 있다' 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는 어린 양에게 고맙다며 싱긋 웃어보이곤 나린더와 크로셀이 있는 곳으로 와서는 어린 양이 대답해 준 것을 그대로 다시 말했다.

 

 

"순례자의 길에 비슷한 게 있다는데, 한번 가보는 게 어떨까?"

"새로운 곳은 언제나 환영입니다만, 주인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뭐,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나린더의 경우 주변의 시선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순레자의 길이 일단 성전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만약 큰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어린 양의 교단에 속한 추종자 신세이기 때문에 괜히 잘못 건드렸다간 어린 양에게서 이런저런 대가를 받을 게 뻔하기도 하니. (어쩌면 나린더가 그걸 노린 것일수도 있고.)

어쨌거나 나린더와 그의 추종자들은 어린 양에게 잠시 나갔다 오겠다는 요청을 했고, 어린 양도 흔쾌히 승낙하게 되어 그들은 순례자의 길로 향했다. 이름에 걸맞게, 순례자가 된 기분이어서 조금은 색다른 기분을 느끼는 모양이기도 했다.

 

 


 

 

순례자의 길.

등대가 있는 것을 보면 과거에는 이 곳에서 배가 드나들기도 했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고립된 지역이 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크로셀은 언젠가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 탐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곳에 혼자서라도 오고 싶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곤 했다.

단탈리온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럽지!" 라면서 눈앞에 펼쳐진 넓은 바다를 보고 있으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 모습이 보였다. 나린더와 크로셀도 그런 바다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는 기분이 드는 게 마음에 들었다.

 

바다 냄새를 맡으며 주변을 둘러보던 중, 단탈리온은 낚시대와 미끼같은 것이 앞에 놓여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단탈리온이 어린 양에게 물어보았을 당시에 '그 곳에서는 낚시를 즐길 수도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한 번 해보는 것도 좋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걸 한 번 실행해보려는 모양이었다.

 

 

"같이 낚시할 로셀 형과 주인님 찾습니다!"

"...갑자기요?"

"이런 걸... 굳이 해야 되는 것이냐?"

"그래도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쯤 해봐야지!"

"뭐... 리온의 말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괜히 나중에 망할 양이 이런 것까지 시키는 건 아닐지 걱정이군..."

"거긴 딱히 낚시할 곳이 없으니까 괜찮지 않을까나? 아님 말고!"

 

 

(단탈리온의 말에 딱히 부정하진 않는 듯) 낚시대를 잡는 나린더, 그리고 이미 물고기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물고기가 잡힐 일을 기다리고 있는 크로셀과 단탈리온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 시간을 보내며 물고기가 잡힐 때까지 기다려보자.

물론 크로셀과 나린더는 물고기가 잡히길 바라는 모습과 함께 가만히 있었으나, 단탈리온은 계속 몸을 꼼지락대거나 그러는 등 가만히 있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크로셀과 나린더 쪽에서도 단탈리온이 그럴 줄 알았다고 예상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거나 단탈리온의 행동에 반응해주는 등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낚시를 하다가 문득 이런저런 얘기를 꺼내는 크로셀이었다.

 

 

"이런 낚시와 관련된 말이 문득 떠오르네요."

"어떤 말인데?"

"낚시는 물고기를 낚는 게 아니고, 세월을 낚는다는 말이 있죠."

"헤에- 확실히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나린더도 조용히 "뭐, 낚시나 세월이나 조용히 기다리는 건 비슷하긴 하군." 이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에게 세월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히 떠올려보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크로셀과 단탈리온도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주인님에게 세월이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에 대해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듯 물고기가 자신의 미끼를 잡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낚시대가 꿈틀거리는 것을 통해서 뒤늦게 그 모습을 눈치채긴 했지만 말이다.)

낚시대가 흔들리고, 미끼를 물었다는 걸 본 그들은 열심히 낚시대를 들어올렸고 각자 꽤 큰 덩치의 물고기를 잡아올린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어부는 다들 처음 잡는 것처럼 보였는데도 월척을 잡았다며 실력이 나쁘지 않다며 칭찬을 해 주었고, 그 말에 각자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다.

 

 

"아, 그런가요? 확실히... 엄청 큰 물고기인 것 같기는 하네요."

"...이 정도는 기본이다. 마치 나의 권능을 보는 것 같군."

"첫 물고기가 이 정도 크기라니, 다음엔 또 얼마나 큰 녀석이 나올지 기대된다구~"

 

 

단탈리온은 이미 낚시에 잔뜩 흥미가 생긴 모습이었고, 나린더와 크로셀은 처음엔 단탈리온의 권유에 억지로 떠밀리듯 시작하긴 했지만 월척을 하나 잡아보니 그 이후로 꽤 재미가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는지 멈추지 않고 다음 물고기가 잡힐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월척이 나오는 일도 있었고, 가끔은 조그마한 물고기가 잡히거나 아예 물고기를 잡는 걸 실패하는 일도 있었지만, 실패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그럴 수 있는 일이라며, 늘 존재하는 일일 거라며 어깨를 으쓱거리며 넘기는 모습도 보인다.

 

 

"삶이 늘 평탄하게 흘러가는 건 아니니까~"

"진짜로 벌써 세월을 낚는 어부가 된 듯한 말이군요."

"크크, 워낙 몰입하게 되니까 그런 것 같기도!"

"...그렇게나 재미있는 일인가 싶긴 하지만 말이다."

 

 

그닥 재미없다고 반응하는 나린더의 말을 들어도 큭큭 웃는 단탈리온과 옆에서 웃는 크로셀을 보고 있으면... 이미 나린더가 이 낚시에 빠져들었다는 걸 그의 추종자들은 다들 눈치채고 있었다. 그저 주인님이 억지로 부정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었고.

그들이 얼마나 낚시에 빠졌는지, 슬슬 태양이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을 수면에 비치는 노을을 통해서 깨달았을 정도였다. 먼저 그 노을을 본 크로셀이 나린더와 단탈리온에게 이야기를 꺼냈고, 나린더는 자연스럽게 교단으로 갈 준비를 하였다. 한편 단탈리온은 이제 돌아가야 된다는 점이 내심 아쉬운 모양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된 건가-... 이제 막 불붙은 참이었는데."

"다음에 또 오면 되는 것이니, 그 때 다시 열정을 불태워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또 교주님에게 부탁해 봐야겠어~"

"지금은 돌아가지. 더 늦었다간 돌아가는 과정에서 달이 떠오를 것이다."

"어두워지면 위험해지는 것도 많아질 테니까요."

"그건 내가 다 청소해줄게~ 걱정말고 가자구~"

 

 

낚시를 통해서 얻은 월척들을 가지고 어린 양의 교단으로 복귀하는 그들의 모습. 아마 그 물고기들은 어린 양에게 바칠 뇌물이 되거나, 자신들이 다듬어서 먹거나 그럴 것이다.

나린더의 생각은, 아마... 뇌물로 바치는 쪽일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