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0 - [CotL] - [Eden of the Lamb (2P AU)] 221010 -RE:BIRTH-
2022.10.14 - [CotL] - [Eden of the Lamb (2P AU)] 221013 -대립-
휴식을 취한 후, 어린 양은 생각이 많아졌다.
기다리는 자가 자신을 도와주는 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자신이 물리쳐야 될 존재의 형제가 자신을 도와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측근이 자신을 도와준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반대로 그런 측근을 함부로 믿어도 되는 걸까, 하고 조금은 의심이 되기도 했다. 물론 형제를 막아설 수 있는 존재가 자신 뿐이라서 찾아온 건 맞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생각들로 많이 복잡해진 건 사실이었으니까.
라투를 완전히 믿고 있는 건 아니지만, 한편으론 라투의 상황에 대해 공감이 되기는 했다. 그렇게나 평화 속에서 살아가던 형제가 갑자기 자신의 힘을 다른 존재에게 건네주는 것을 거부하고 그 힘을 자신만의 힘으로 더 키워나가는 것을 보면 누구나 다 비슷한 생각이 들지 않을까? 자신은 여전히 평화를 원하는데, 자신의 형제는 더 큰 힘으로 이 세상을 전부 혼돈으로 잡아먹길 원하고 있으니...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 내부에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외부로 손을 뻗어야 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외부로 뻗은 손길이... 어린 양의 손길이었고.
고민은 많아졌지만, 그래도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느끼고 있으면 그런 고민도 이 햇빛 속에서 사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순한 빛이 아닌, 기다리는 자가 바라보며 내려주는 빛같은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뭐, 실제로 기다리는 자의 빛일 수도 있는 일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평소보다 더 상쾌하게 느껴지는 기분과 함께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던 중, 무언가 바닥에 문양이 저 멀리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문양이 새겨진 곳의 앞에는 막다른 길이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평범한 문양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 문양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남들이 보기엔 그냥 누군가가 새겨둔 것이겠거니 하고 넘길 수 있지만, 어린 양은 이 문양이 그저 단순하게 새겨둔 문양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가장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는 시간. 어린 양은 가까이에서 문양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 문양은 멀리서 보았을 땐 동그란 무언가겠거니 생각하게 만드는 모양이었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태양을 푸른 색으로 형상화한 모양이었다. 햇빛을 받으니 멀리서 볼 때마다 더 빛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계속해서 호기심에 들여다보니 그 문양에서 순간 빛이 나오는 듯 눈앞을 가렸다.
갑작스럽게 새어나온 빛에 어린 양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조금 빛이 약해진 것 같다고 손틈 사이로 느껴졌을 때 조금씩 눈을 뜨며 손을 치웠다.
단순히 바닥에서 빛이 새어나온 것이겠거니, 하며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눈 앞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고개를 들어보니 어떤 존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순간 놀라서 어린 양은 경계를 취했지만, 어린 양의 앞에 나타난 존재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며 어린 양의 경계심을 풀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두려워하지 말거라."
그 말 한 마디에, 어린 양은 마음 속에서 무언가 이 존재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자신과 깊은 연관이 있는 존재다 라는 느낌의... 확신할 수 없는데도 마치 예전부터 그랬다는 것처럼 익숙한 느낌이 새어나왔고 그 느낌에 자연스럽게 경계심을 풀었다. 어쩌면 이런 것들도, 이 존재의 능력인걸까 생각하면서. 경계심을 푸는 어린 양의 모습을 본 존재는 다시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 말에는, 어린 양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이 섞여있는 것 같았다.
"너는, 그 존재의 뒤를 이어받을 존재였구나. 하지만 결국 이어받지 못하고, 그 존재의 희생양이 되었지."
자신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냐는 어린 양의 질문에, 빛 속에서 나타난 존재는 잠시 눈을 감으며 그 질문에 대답해주듯 말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많은 걸 알 수 있는 건, 다 이유가 있지."
이 곳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미 다른 존재에게서 들었을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너는 그 존재의 뒤를 이어서 새로운 사도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존재가 들은 어떤 예언에 의해서 결국 그의 희생양이 되어버렸지. ...뭐, 너도 그 존재의 이름을 들었을 테니, 나도 편하게 그 존재의 이름을 꺼내도 되겠구나.
...그래, '라타우'였지. 라타우는 그 예언을 듣고는 모든 것을 뒤바꾸기 시작했다. 자신이 믿고 있던 평화들, 자신이 몸을 맡기며 살아가고 있던 낙원... 그런 것들은 전부 순간적인 것이며 이런 것들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는 큰 힘을 가져야 된다고 말했었지.
사실 그런 영원에 목숨을 걸고 다닌 건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한 때 누리고 있었던, 왕관의 힘에 대한 미련일 수도 있겠지. 그리고 그런 왕관의 힘과 비교할 수 있는 다른 주교들의 권능에 손을 뻗었고, 그 권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들을 봉인하려는 시도를 했다. 다행히 성전에서 봉인만 되었을 뿐, 주교들은 여전히 자신의 교단에서 그들의 추종자를 안심시키곤 있지만... 언제 라타우가 그 성전을 다시 혼돈으로 만들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
우리들도 그 혼돈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이 눈부신 빛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이 빛을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하고 강인한 존재들만이 우리를 만날 수 있게 만들어 두었지. 지금까지 이 빛에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 본 존재는 없었지만, 이제는 이렇게 나의 눈앞에 나타났군.
이런 이야기들이 거짓말같다고, 자신을 유혹해서 라타우에게 넘기려는 수작이라고 의심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의심하는 것들도 결국은 라타우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인데, 라타우를 피해 몸을 숨긴 존재들이 라타우에게 힘을 줄 일이 있겠는가? 그러니 걱정하지 말거라.
그리고 한편으로는 라타우의 일에 대해, 그리고 라타우의 과거에 대해 어떻게 잘 알고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이렇게 몸을 숨기기 이전에는, 나도 라타우의 곁에서 라타우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라타우는 그 예언을 들은 이후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라타우는 이제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격변을 해 버리고 말았지. 좋지 않은 쪽으로.
그를 막지 못했냐고, 막을 수 없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막아보려는 노력은 했지만, 이 노력보다 그의 야망이 더 커져버리고 말았구나. 그 야망을 사전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절제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잘못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절제할 시간도 없이 그의 야망이 순식간에 커져버린 것도 없진 않겠구나. 애초부터 그의 마음 속에는, 그런 사악함과 야망을 숨기고 있었으니.
지금 이렇게 일이 커진 것도, 이미 그는 다 생각하고 있었던 계획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치밀하고, 잔인한 면을... 왕관의 힘을 누리며 조용히 마음 속에 숨기고 있었던 것도 놀랍다고 할 수 있겠군.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나? 내 이야기만 많이 꺼낸 것 같기도 하군."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하는 빛 속의 존재는 어린 양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어쩌면 이 빛 속의 존재도, 기다리는 자처럼 어린 양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그들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어린 양을 보며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겠지만.
"언제든 이 강렬한 빛 속을 들여다보면, 너에게 무엇이든 도와주겠다. 나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너를 돕겠다는 마음 하나만큼은 한계가 없으니까."
어린 양은 자신에게 도움을 줄 또다른 존재가 생겼다는 것에 안심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다가도, 이렇게 많은 존재들이 갑자기 자신을 믿는 것에 정말 괜찮을지, 조금은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어린 양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챈 듯 빛 속의 존재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너의 마음 속에서 의심이 느껴지는구나. 그럴 수 있겠지. 지금까지 거쳐온 존재들이 흔쾌히 너를 도와주겠다고 했던 모양이군."
자신의 마음을 읽은 것마냥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빛 속의 존재를 보며 어린 양은 순간 소름이 돋은 듯 몸을 움찔거렸다. 물론 정말로 마음을 읽은 건 아니겠지만, 자신의 모습에서 그런 걸 눈치채는 존재도 있구나- 싶은 놀라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아무튼, 빛 속의 존재는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나 이외에도 다른 조력자를 만났겠구나. 그리고 그 조력자들을 의심하지 말고, 그들의 정보를 귀 기울여 듣고 다니거라."
여전히 알 수 없는 기분과 함께, 어린 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모습을 본 빛 속의 존재는 희미하게 미소짓다가,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이 조금씩 약해지는 것을 느끼곤 돌아갈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빛이 약해질수록, 우리들은 그의 먹잇감이 될 확률이 높아질 테니. 혼돈을 피해 강렬한 빛 속에 숨은 자들은, 빛이 약해졌을 때가 곧 약점이 된다."
어린 양도 그 말에 공감하는 듯 잠시 생각을 취하고 있었을 때, 빛 속의 존재는 마지막 말을 건네며 조금씩 빛 속으로 몸을 숨겼다.
"기다리는 자의 힘을 받은 그대도, 혼돈 속에 다시 삼켜지지 않기를."
그 말과 함께 다시 순간적으로 강렬한 빛이 나왔고, 어린 양이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다시 그 곳을 바라봤을 땐 이미 빛 속의 존재는 사라지고 빈 공간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아마 또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에 그 존재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어린 양은 다음 목적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아마 다음 목적지는, 주교들이 관리하며 그들의 추종자를 보살피던 교단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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