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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tL

[Cult of the Lamb / 단탈리온, 아이훔] 221106

 

 

 

 


 

 

 

아직도 그 때 이교도 녀석들을 단체로 쓸어버렸을 때가 기억이 나는걸.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한꺼번에 덤볐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뭐, 그렇게 한꺼번에 덤비는 것을 전부 청소해버리는 그 쾌감이 좋기는 해서 나쁠 건 없지만 말이야! 근데 진짜 그렇게 강한 녀석들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다들 하나로 모여서 덤빈다면 조금이라도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지금은 결론을 깨닫게 했으니 어떻게 알아서 작전을 새로 짜긴 하겠지-

그러고보니 그 새로운 청소부 친구의 실력도 굉장하더라구. 맨날 이야기만 나누니까 진짜 실력은 어느정도 되는 지 감을 못 잡고 있었는데, 이번에 함께 이교도를 청소하면서 그 실력을 보게 되었으니... 역시 그동안 쌓아온 실력이 굉장하달까. 특히 마지막에 이교도 녀석이 몰래 이교도의 시체 사이에 숨어있는 걸 깨닫고 그 녀석의 심장을 손으로 뽑아버리는 모습은 참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어. 나는 저렇게 심장을 뽑아내는 건 못 하는데... 그만큼 이교도 녀석들에게 그 청소부 친구는 무서운 녀석으로 낙인찍혀 있는 게 아닐까?

 

근데 나도 나름대로 후각이나 시각같은 그런 감각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체의 피를 뒤집어쓴 채 숨어있는 이교도 녀석을 눈치채지 못하다니- 아무래도 더 수련이 필요할 것 같다! 언젠가는 그 청소부 친구보다 먼저 그렇게 숨어있는 이교도 녀석을 찾아내고 말 테다! 뭔가 동료가 생기니까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어디인지, 나름 더 능숙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어디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네, 히히.

아무튼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그 때 청소부 친구와 만났던 곳으로 다시 찾아가보고 있어. 보통 다른 곳으로 갈 때는 어디로 간다고 얘기를 하는 것 같긴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얘기가 없었으니 아마 그 곳으로 가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이번에도 청소부 친구에게 가는 길에는 늘 이교도 녀석들이 나를 맞이해주곤 했고, 그럴 때마다 대검으로 가볍게 썰어버리며 "인사는 잘 받았어~ 근데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라고 한 마디 해주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곤 했지. 생각해보니 인사를 먼저 하고 썰어버렸어야 되는 건데, 순서가 반대로 되어버렸네? 뭐 어때! 이교도 녀석들이라면 내 성격같은 것도 충분히 알고 있을테니- 알아서 이해하겠지!

그런데 이렇게 그 친구에게 가는 길까지는 이교도 녀석들이 많은데 정작 그 친구와 함께 있는 장소에는 이교도 녀석들이 하나도 없단 말이지? 친구가 장소를 잘 찾아낸 것인지, 아니면 그 곳에 정착하면서 근처에 있던 이교도 녀석들을 전부 썰어버려서 다들 겁먹고 도망친 건지... 뭐, 어떤 쪽이든 친구의 실력이 굉장하다는 건 알 수 있는 사실이겠네!

 

 

멀리서도 보이는 청소부 친구의 모습에 "여어!" 라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손을 흔들어주니까 그 청소부 친구도 "흥, 오늘도 왔군." 이라며 반겨주는 모습이 보인다. 좋-아, 다행히 오늘도 기분이 꽤 좋아보이는 모습인걸!

 

 


 

 

"별 일 없었지? 뭐- 별 일 없어 보이는 것 같긴 하지만!"

"잘 알고 있군. 그래서, 네 녀석은 어땠나. 청소부."

"이쪽도 뭐 당연한 결과 아니겠어? 크크."

"흥, 그럼 됐다."

 

 

대충 근처에 앉아있기 좋을 것 같은 바위같은 곳에 가볍게 앉아서 주변을 둘러본다. 이렇게나 평화로운 곳인데도 갑자기 이교도 녀석들이 나타나면 한순간에 시끄러워지는 게 참 신기하다고나 할까? 한편으론 교단에서는 그런 시끄러운 분위기를 웬만해선 느낄 수 없는지라 그래서 성전에서 이교도 녀석들을 청소하는 게 더 마음에 드는 것일지도 모르지. (사실 교단도 매일매일 평화롭게 지내는 건 아닌 것 같지만, 꼭 내가 없을 때 사건이 터지더라? 그러니 성전이 더 재미있을 수밖에!)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청소부 친구는 문득 궁금해졌는지 나한테 질문을 꺼냈어.

 

 

"그 때 네 녀석에게 주었던 심장은, 어떻게 했지?"

"아- 그거? 맛있게 먹었지!"

"...흥, 처음엔 그렇게 놀라더니 먹을 줄은 아는군."

"놀라는 것과 맛있는 건 별개의 일이니까! 그러고보니 먹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즐거운 상황도 많았지~"

 

 


 

 

친구가 준 그 심장을 들고 교단에 막 도착했을 때에는 의외로 교주님 쪽의 추종자 친구들은 그렇게 놀라지 않는 것 같더라고. 생각해보면, 아마 성전의 주교들을 잡으면서 얻은 심장을 모두에게 보여주며 자랑한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거 때문인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 그래서 그 친구들에겐 심장이라는 것 자체가 익숙한 거겠지. 물론 몇몇 추종자 친구들은 그 심장을 어떻게 얻었냐며 호기심을 가지긴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청소의 결과물이지~" 라며 뿌듯하게 자랑하긴 했지만 말이야!

아무튼 심장을 계속 들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주인님과 형이 있는 곳으로 가서 생각해보기로 했지. 다가서자마자 내가 가진 심장을 보며 놀라는 형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

 

 

"그...건... 뭡니까...?"

"어라라? 로셀 형이라면 많이 보면서 지냈을 줄 알았는데, 아닌가?"

"아니, 굳이... 제가... 그런 걸 꺼내서 볼 이유까진 없잖습니까..."

 

 

이 심장을 어째서 내가 가지고 있는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로셀 형에게 설명해주니 그제서야 로셀 형도 그럭저럭 상황을 이해한 것 같더라고. 물론 상황을 이해한 것과는 별개로 심장을 보면서 저걸로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지만- 내가 뭐 이상한 짓을 하려는 녀석처럼 보이냐고~

 

 

"그렇게 보이겠지."

"에!? 어째서!? 청소부 친구까지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고~!"

"흥, 아무튼 이야기나 더 꺼내 보거라."

"내 질문엔 대답도 안 해주고~ 어쨌거나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그래서 이 심장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여기 교단의 교주님도 심장을 먹...었던가? 아무튼 심장을 이용해서 새로운 힘을 얻는 일이 있었다고 추종자 친구들이 그렇게 말해주긴 했는데 그렇다면 나도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먹기로 결심했지.

또다른 문제라면- 이걸 이 상태로 그냥 먹을까, 아니면 구워먹을까- 고민되었다는 점? 물론 이럴 때의 좋은 답은 '반반씩 먹는다' 아니겠어? 그래서 구석에서 모닥불같은 걸 조용히 피워서 반쪽만 굽고 있었지. 그걸 본 로셀 형은 또 어이없는 건지 아니면 당황스러운 건지 모습을 보며 굉장히 재미있는 표정을 지었달까.

 

 

"이제는... 그걸... 먹습니까...?"

"맛있을 것 같지 않아?"

"...글...쎄요..."

 

 

그렇게 로셀 형이랑 이 심장이 맛있을지 아닐지에 대해 열심히 토론을 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주인님이 다가오는 게 보였지. 그래서 주인님에게 "주인님!" 이라며 방금 청소부 친구에게 손을 흔들었던 것처럼 똑같이 손을 흔들었더니 대충 간단하게 반응해주곤 주인님도 내가 들고 있는 심장을 바로 보더라고.

 

 

"아, 주인님...?"

 

 

심장을 먼저 본 후 그 다음으로 로셀 형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본 주인님은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며 어깨를 으쓱거리곤 다시 심장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꺼냈어.

 

 

"그건, 흠... 이교도 녀석들을 청소하고 얻은 전리품인가?"

"그런 셈이지! 그리고 음식이 될 예정이기도 하고."

"...말썽은 아니라서 다행이군."

 

 

주인님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내가 이상한 짓만 안 하면 된다고 생각하나봐. 하긴, 자신에게 피해가 가는 일만 아니면 뭐든 다 그러려니하며 넘기는 주인님이었으니까, 내가 심장을 먹는 것도 일단 주인님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아니었으니 그럴만도 하겠지. 아무튼 그렇게 당황스러워하는 로셀 형과 체념하는 주인님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으니 심장의 반쪽도 어느새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졌더라고.

그래서 심장을 먹어본 맛은...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던 것 같아! 녀석들의 피는 달콤하다면, 녀석들의 심장은 담백하고 배부른 느낌이랄까? 매일마다 이런 걸 먹을 수 있을 청소부 친구는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너무 많이 먹으면 질리긴 하려나? 아무튼 혼자 그런 생각들을 하며 먹고 있으니 로셀 형과 주인님이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지.

 

 

"...저건, 도대체... 무슨 맛일지..."

"너도 먹어보겠나, 크로셀?"

"아뇨... 절대로... 먹을 생각... 없습니다..."

 

"...그리고 주인님이 어떻게 심장을 구해 주시려고요...!?"

"망할 양에게 부탁하던지, 우리들의 눈앞에 있는 단탈리온에게 또 부탁하던지. 방법은 많지 않나?"

"그런가요... ...아무튼 저는 안 먹을 겁니다."

 

 

너무 맛있어서 계속 먹다보니 어느새 조금밖에 안 남긴 했는데, 이걸 내밀어도 될 지 모르겠다가도 혹시 모르니까 주인님에게 심장을 건네며 말을 꺼내기도 했다구.

 

 

"주인님도 먹을래?"

"...아니, 괜찮다. 다시 청소하러 가려면 네 녀석이 더 힘을 보충해야 되는 것 아니겠나."

"헤에- 역시 주인님~ 의외로 배려심이 많단 말이야~"

"배려심...일까요..."

"배려심이지!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걸!"

"그래, 뭐... 배려라고 하지."

 

 


 

 

"그렇게 마지막 한 입까지 남김없이 맛있게 먹었다- 라는 결론이란 말씀!"

"흥, 쓸데없이 심장을 낭비하진 않았으니 다행이다."

"친구가 준 선물인데 당연히 소중하게 다뤄야지~"

 

 

생각해보니 친구라고 붙이고 있는데도 그닥 거부감이 없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우리는 친구가 된 걸까? 하긴, 같이 이교도 청소도 하고 녀석들의 피도 마시고 그런 사이인데 친구가 아니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닐까! 그렇게 이야기도 하고 혼자만의 상상도 하고 있으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린 모양이다.

청소부 친구는 나를 보면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나?" 라고 물어보는데, "가끔 한 번쯤은 밖에서 조금 오래 지내고 있어도 괜찮아~" 라며 가볍게 넘겼다. 실제로 교주님의 추종자 친구들 중에서도 선교활동을 위해 2일이나 3일 정도를 밖에서 보내다가 복귀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나라고 불가능하겠어? 괜찮다는 얘기를 듣곤 잠시 생각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는 청소부 친구.

 

그리고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살짝 시선만 나를 바라보곤 이야기를 꺼내는 청소부 친구의 모습이 보였어.

 

 

"근처에서 이교도의 냄새가 난다."

"그래? 은근히 청소부 친구는 후각이 좋구나- 그건 좀 부러울지도~"

"흥, 마음대로 생각하길. 아무튼, 같이 갈 텐가?"

"안 가면 청소부가 아니지!"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다시 청소를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