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로 넘어온 지 얼마나 되었는지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 꽤나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도 있었지요. 이야기하자면- 흠, 이 세계도 꽤나 복잡한 일들이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전부 이야기하기엔 너무 길어지니까, 대충 짧게 이야기하자면... 이 곳에도 주술같은 게 있고, 그런 것들 때문인지 꽤나 어수선하고 복잡한 상황이 있다고 합니다. 주술이라는 게 늘 좋은 부분으로만 영향을 주는 건 아니긴 하니까 공감이 되기도 했달까요. 제 세계에서도 제 몸을 안전하게 해 주는 주술이 있는가 하면 상대방이 저를 향해 공격하는 주술이 있기 마련이었으니까요. 대충 이 세계도 그러려니하며, 조심스럽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을 직접 수소문해서 알아낸 건 아니고, 저번에 만난 그 기사님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 기사님도 그 어수선하고 복잡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이고 계시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 최근에는 기사님을 만나는 게 쉽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 영향 때문에 기사님을 억지로 부르기에도 많이 애매했고... 덕분에 혼자 이 세계의 이곳저곳을 탐험할 수 있었습니다.
탐험이라는 건 늘 색다르고 짜릿한 일이지만, 그만큼 위험한 일도 잔뜩 도사리고 있는 일이었죠. 아직까지 그런 위험한 일을 겪진 않았지만... 아무튼 그런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인지 저번에 기사님과 헤어지기 직전에 기사님께서 하얀 돌을 저에게 건네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이건... 어디에 쓰는 것인가요?"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 돌을 문지르세요."
위험한 상황에 이 돌을 문지르라고는 해 주셨는데... 아직까지 위험한 일이 한 번도 없었기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돌을 문지르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어떤 마법같은 것이 제 주변에 떨어져서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걸까요? 아니면 기사님께서 이 곳으로 달려와 주시는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기사님이 이 곳으로 와 주시는 것이었으면 좋겠네요.
내심 최근에는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고 한들 그 세계가 평온했던 것도 아니었고... 이 곳에서 기사님을 알게 되어버려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계속 기사님 생각에 잠을 이루지도 못할 것 같고... 아예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물론 이걸 대놓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끄럽고, 낯설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꼭 말할 수 있겠죠.
아무튼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으니...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서 노을이 지고, 머지않아 조금씩 어둠이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근처에 넓은 공터 겸 안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 이 곳에서 잠깐 머무르고 있습니다만... 기사님도 이 곳을 알고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요.)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세계라고는 하지만, 밤에는 고요한 건 어떤 세계든 다 똑같은 모양입니다.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씩 별들도 모습을 드러내며 하늘을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원래 세계에서는 저렇게 말끔한 하늘을 보기 힘들었는데... 이 세계가 조금 더 마음에 드는 계기가 생겼다고 볼 수 있겠군요. 물론 말끔한 하늘을 아예 볼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보려면 좀 많은 고생을 해야 되는지라...
조금 내용이 다른 곳으로 새어버렸습니다만, 어쨌거나 이 곳의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었습니다! 날씨도 그럭저럭 버티기 좋고... 굳이 잠을 청하지 않아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갈 것 같은 기분입니다.
...문득 이렇게 평화로운데 하얀 돌을 문지르면 민폐일까요? 아니면 밤이니까 딱히 기사님의 상황도 조용해서 괜찮을까요? 보통 이런 호기심은 참는 게 좋지만... 오늘은 조심스럽게 이 호기심을 참지 않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심스럽게 하얀 돌을 꺼내고, 그 돌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왠지 이 하얀 돌도 달빛과 별빛을 받으니 더욱 아름다운 하얀 빛을 내뿜는 것 같은 기분인데... 빛 때문이 아니라 제가 문지른 것 때문일까요? 뭐... 어떤 쪽이든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건 확실한 것 같아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만 하지만요.
그렇게 문지르는 것도 어느 정도 멈추고... 다시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묵직한 발걸음이 느껴졌습니다. 고개를 돌아보니, 역시나 기사님께서 이 곳으로 와주신 것이 보였습니다.
"아, 기사님...!"
"...? 위험해서 문지른 것인 줄 알았습니다만..."
"아하하, 죄송합니다... 보다시피 고요합니다... 호기심에 그만..."
"그렇군요. 그런데 이런 곳은 어떻게 발견하셨습니까? 헥터 공."
"이곳저곳 탐험하는 것을 좋아해서... 어쩌다가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기사님은 이 곳에 처음 와보시는 건가요?"
"저는 주변을 탐험할 정도로 최근에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이런 곳까지 쉽게 올 일이 없습니다."
"아아-... 혹시 괜찮으시다면... 잠깐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시간도 늦었고, 혹시나 헥터 공이 갑자기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곁에 있어드리겠습니다."
기사님과 함께 다시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여러모로 따뜻한 분위기도 느껴지고... 기사님의 말대로 안전함까지 느껴지게 되어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 마음이 편한 건 분명 이 세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일이겠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하늘의 별과 기사님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으니, 뭔가 기사님의 하얀 투구도 더욱 하얗고 아름답게 빛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기사님도 이렇게 별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제 시선을 느꼈는지, 기사님은 고개를 돌려 저를 바라보곤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제 투구에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도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오늘따라... 기사님이 더욱 멋지게 보여서 계속 바라보게 되네요..."
"...헥터 공의 솔직한 표현은 언제나 익숙하지 않지만, 헥터 공이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군요."
"저는 뭔가 숨기는 걸 못 하겠더라구요. 오히려 그런 게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고..."
"거짓을 숨기는 것보단 진실을 말하는 게 좋은 일이지요. 너무 깊게 신경쓰진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하늘의 별을 바라보니, 이번에는 기사님께서 먼저 저에게 이야기를 꺼내주었습니다.
"별이 많군요. 헥터 공의 세계에는 저런 별들이 있습니까?"
"흐음- 글쎄요... 별로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안타깝군요. 어쩌면 그만큼 그 세계도 혼란스럽다는 증거일까요."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살아있는 존재들보다 몬스터가 더 많은 세계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곳에서 살아남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헥터 공도 역시 만만치 않은 생존력이군요."
"헤헤,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렇게 기사님을 만날 수 있게 되고... 그런 거겠죠."
원래 세계에서는 굳이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야 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도 많이 했었던 게 떠오르네요. 아무래도 만나는 것들이라곤 난폭하고 무서운 몬스터들밖에 없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기도 했겠죠.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지금 제 옆에 있는 이 기사님이... 제가 살아가야 될 이유 그 자체나 다름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기사님과 함께, 고요하고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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