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적의 삶이란 늘 위험과 짜릿함이 동반된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런 삶에서도 은근히 부족한 게 존재하기 마련이지. 과연 어떤 게 부족할 것 같아? 네가 말하게 될 답은 무엇일까? 그치만 지금은 그런 답을 느긋하게 들을 시간이 없을 것 같으니까, 내가 먼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먼저 말해버려야 될 것 같네! 다음에는 퀴즈 시간을 따로 준비해서 말해야겠다.
아무튼, 부족한 게 뭐냐면- 의외로 '허전하다' 라는 기분이 들거든. 이렇게 말하면 또 의외라는 생각이 들겠지. 특히나 나는 예전에 '무리에 속하는 건 여러모로 번거로워서 혼자가 낫다' 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던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거든. 그런데 갑자기 지금 와서는 뜬금없이 허전함을 정답으로 내세우다니, 조금 모순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이제부터는! 그 허전함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꺼내볼까 해.
어떤 무리에 속하는 것과 혼자 다니는 건 꽤나 큰 차이가 있어. 내가 직접 어딘가에 소속되어 본 적은 없지만, 이런저런 정보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잘 먹고 잘 사는 부잣집 녀석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친구의 정보를 훔쳐본 적도 있었지. 그 정보를 뒤적거리면서 의외로 무리 내에서도 참 여러가지 복잡한 일들이 있는 걸 간접적으로 깨달았거든. 예를 들자면 일단 가벼운 의견 대립같은 건 기본이요, 너무 심해지면 서로의 자본을 가지고 싸우기도 하는 등... 정말로 온갖 상상이나 매체에서만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끔찍한 일이냐구~
그래서 그 이후로 더더욱 어떤 무리에 속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접어버린 것 같아. 아무리 좋은 무리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속할 수 있는 곳이라면 도적들의 모임일 것이고, 평범한 녀석들의 무리도 결국은 사건사고가 생기거나 아니면 조용히 무리가 해체되는 게 당연한 일일텐데 도적들의 모임이면 무조건 사건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거든. 당장 무리에 있던 도적 하나가 잡힌다던지, 들킨다던지- 그런 식으로 포로가 되어서 무리에 대한 정보를 다 넘겨버리면 혼자 돌아다니는 것보다 그게 더 끔찍한 일이지 않을까?
사실 예전부터 혼자가 더 편했던 것도 있어서, 앞으로도 무리에 속하진 않겠지.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같이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던지, 이것저것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알려주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던지- 그런 거 있잖아? 나는 그런 걸 원했던 것 같아. 하지만 애초에 워낙 신비주의로 살아가는 몸이라서, 괜히 모습을 드러냈다가 이걸로 또 사건사고가 생겨서 꼬여버리면 그건 그거대로 또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매일 생각만 하고 실제로 실천해보진 못했지.
그렇게 "언젠간 실천하게 될까?" 라며 마음 속으로 계속 살아오다가, 너를 만나게 된 거야. 사실 처음 만난 건- 그렇게 좋은 일로 만난 건 아니었지만. 따지면 사건사고 중의 하나로 만난 셈이지. 나는 그냥 정보만 훔치고 갈 길 가려고 했는데, 하필 나를 먹잇감으로 삼은 고용주의 의뢰를 받아서 서로 잠깐 칼싸움도 좀 하고... 근데 그렇게 칼싸움을 한바탕 벌인 덕분에 좀 더 서로에게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해!
문득 궁금해진 게 있어! 너도 혼자가 좋아서 혼자 용병 생활을 하며 돈, 물건, 정보같은 것들을 얻으며 살아가는 거야? 아니면 무리에 속하면서 좀 더 수월하게 용병 생활을 하고 싶은데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그냥 혼자 돌아다니며 살아가는 거야? 어떤 쪽이든 너를 보고 있으면 한편으론 내심 부럽기도 해. 일단 당당하게 모두에게 모습을 드러내도 되는 몸이잖아. 나는 그랬다간 온통 사냥감이 되어서 뒷일이 편하지 않은데, 언젠가는 나도 너처럼 당당하게 마을에 모습을 드러내고, 원하는 물건들도 잔뜩 챙겨서 내 방에 장식하고 싶고~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네.
그리고... 그렇게 혼자 용병 생활을 하면서 무언가 같이 활동해 줄 존재가 없어서 허전함을 느껴본 적 있었다거나, 그런 적도 있었을까? 솔직히 네 성격을 생각하면 딱히 그러진 않았을 것 같은데~ 뭐, 궁금해서 물어볼 수는 있는거지! 아무튼 친구는 실력도 좋고, 성격도 용병에 딱 맞는 모습이니까 여러모로 용병 생활이 참 적성에 잘 맞았을 것 같긴 하네.
허전함이라는 느낌은 왜 생기는 걸까? 특히 나는 지금까지 그럭저럭 혼자서도 잘 살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물론 잘 살아가고 있는 건 사실이긴 한데 묘하게 쪼-끔 아쉬운 부분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부분이 이 '허전함' 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 아무래도 내 성격이 워낙 과도하게 밝아서 생긴 또다른 약점일까? 밝아보이는 모습으로 애써 이 허전함을 감추려고 했던 게 아닐까? 나름 납득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흠~
만약 이 허전함을 계속 억누르며 살아가게 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애써 괜찮은 척 하다가 결국 쌓이고 쌓인 이 허전함이 터져버려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게 될까? 뭔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렇게 너무 심연까지 빠져들게 되면 친구가 나를 구해주겠지!
아무튼 이야기가 너무 다른 곳으로 새어버린 것 같은데, 다시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제대로 꺼내봐야지.
지금도, 미래에도... 계속 어떤 조직이나 무리에 들어갈 생각은 없고, 영원히 혼자서 의적의 삶을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우리 친구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
내 허전함을 채워줄 수 있는, 말동무가 되어줬으면 좋겠고...
동시에, 내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우리 친구가 나를 고용해주는 느낌으로 지내줬으면 좋겠어!
뭔가 조금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조금 더 쉽게 표현하자면~ 네가 고용주의 의뢰를 받아서 행동하는 용병이라면, 나는 그런 용병의 의뢰를 받아서 활동하는 또다른 용병 겸 의적이 되는 거지! 특히 저번에 나에게서 이런저런 정보를 얻어가서 구매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잖아? 그러니 사실상 친구도 나에겐 고용주나 다름없는 셈이지!
근데 아무래도 '또다른 고용주와 또다른 용병'이라고 하면 조금 느낌이 이상하니까, 대충 '용병과 정보상' 정도로 표현하자! 일단 나는 너에게 다양한 정보를 모아서 팔아넘기는 존재니까, 더 잘 어울리긴 하겠네. 그리고 고용주라고 하니까 뭔가 좀 얽매인 듯한 기분이라 오묘해~
정보상이라서 그만큼 다양한 정보를 모아야 되는 과정에서 마을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야 될 때도 있을텐데, 그럴 땐 친구가 내 곁에서 함께 마을을 돌아다녀 주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내가 의적이라는 걸 들켜도 네가 "흥, 사람을 잘못 보았구나. 이 존재는 나의 정보상이다. 쓸데없는 의심은 거두었으면 좋겠군." 이라면서 나를 숨겨줄 수 있을 테니까!
어때? 좋을 것 같지 않아? 단순히 많이 가진 녀석들의 정보들만 훔치는 것보단, 다양하게 살아가는 녀석들의 정보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테니까. 특히 높은 녀석들과 일반적인 평민이 생각하는 건 꽤나 차이가 큰 경우가 몇 번 있었던지라, 다양한 정보들을 모아서 서로의 정보를 비교하는 것도 꽤나 쓸만할 것 같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말동무와 관련해서는, 이건 딱히 더 말을 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 이미 잘 지내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확답을 들으면 더 기분이 좋아질 것 같기도 하고~ 혹시라도 내가 그동안 숨기고 있었던 다른 이야기들을 이번 계기를 통해 꺼내줄 수도 있는 일이잖아? 여러모로 내 경험이나 과거의 기억들이 친구에겐 또다른 유의미한 정보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
원래 다른 존재의 경험이 나에겐 쓸모있는 정보가 되는 경우가 꽤 많거든. 나도 그런 식으로 의적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모습을 숨긴 채 다른 녀석들의 근처까지 가까이 다가가서 이야기를 몰래 듣기도 했고, 그런 이야기들을 응용해서 살아남은 게 몇 번 있었어. 그래서 그런지, 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게 정말 좋더라. 그런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또다른 교훈을 찾아내는 게 재미도 있고, 나의 생존과도 같은 삶에 도움도 되고.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처음엔 부탁이었는데 어느새 명령처럼 변질된 것 같기도 한데, 절대 명령 아니야! 마음에 안 들면 거절할 수도 있는, 그런 나의 조그마한 부탁이라구.
평소에는 유유히 자유로운 몸의 의적이지만!
이럴 땐 언제나 너에게 유용한 정보상이자, 즐거운 말동무로 남아주고 싶어.
내가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게, 가까이 다가가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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