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가족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았어야 할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하지만 가족은 그를 보살필 여건이 되지 않아 어느 이름모를 교단에 그를 버리듯 놓아두곤 홀연히 사라졌다.
이름모를 교단의 교단원과 교주는 버려진 그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었으나,
교단의 이름을 모를 정도라는 건 그만큼 누군가가 힘을 과시했을 때 충분히 버틸만한 힘이 없다는 증거에 가까웠고···
결국 그 교단은 이교도와 같은 다른 교단의 존재들에 의해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지고 말았다.
그 흔적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그는,
아무런 기억도 하지 못한 채··· 정확히는 당시의 기억을 잠깐 잃어버린 채,
그저 어둠 속을 헤매던 중 붉은 여우를 만나 그 존재의 손에서 자라게 되었다.
붉은 여우는 그에게 무언가를 사냥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었고,
그는 조금씩 이교도를 향해 그 사냥의 칼날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냥의 칼날을 단순히 몬스터나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동물에게만 휘둘렀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자신의 손길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고 느낀 붉은 여우는,
그를 보며 이제 독립할 시간이라는 말을 꺼낸 채 홀연히 사라졌다.
그동안의 버려짐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만큼 충분히 강한 상태로 홀로 놓여지게 되었고,
그렇기에 그는 새로운 목표를 바로 결정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래 전 자신을 돌봐주었던 교단에 찾아가서 그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것.
기억이 다시 돌아오게 된 계기는,
아마도 붉은 여우의 보살핌 덕분으로 안정을 찾게 되어서 그런 것이리라.
수소문 끝에 자신을 돌봐주었던 교단에 찾아갔던 그에게 보였던 것은,
그를 맞이해주는 다양한 존재들이 아닌···
참혹한 과거의 흔적들일 뿐이었다.
그런 흔적을 보고서 조금씩 교단에서의 기억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던 그는,
이제 새로운 것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주 당연하게도···
이 교단을 이렇게 만든 존재들 뿐만이 아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교도를 청소해 버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는 이교도 청소부가 되었다.
그가 처음으로 이교도를 제압한 방법은,
의외로 주변에 있는 돌멩이들을 이용한 방식이었다.
돌멩이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되어 준다는 것을 이전의 사냥에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 이야기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는 자신의 덩치의 몇 배는 되는- 대검을 드는 이교도를 제압했고···
그 이교도의 옷을 뺏어서 자신의 옷으로 삼았고,
그 이교도의 대검을 뺏어서 자신의 새로운 무기로 삼으며 다시 이교도를 청소했다.
마치 자신이 이전부터 이교도였던 것처럼 흉내내면서,
그들 속으로 들어가 배신을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그들 사이에서도 내분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느낌으로.
이교도 청소부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는 다양한 교단을 드나들며 그 교단을 노리는 이교도들을 청소하는 일을 맡아서 하기도 했다.
단순히 여러 교단을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오래 전 자신이 잃었던 교단처럼 다른 교단마저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여러 교단을 떠돌아다니며 다양한 분위기를 체험하던 이교도 청소부는,
어느 순간부터 어떤 교단에 머무르며 새로운 방식으로 분위기를 체험하기 시작했다.
그 교단의 이름은···
어린 양의 교단이었다.
어린 양의 교단에 머무르면서 다양한 분위기를 체험하던 그는,
이제 분위기뿐만이 아닌 아예 새로운 것을 직접 체험하기로 했다.
그것은,
이전에 자신을 돌봐주었던 교단에서 자신은 한 번도 체험해 본 적이 없었던···
교단의 누군가를 섬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린 양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그 어린 양에게 힘을 빼앗긴-
과거엔 죽음의 신이라고 불렸던 존재에게 흥미가 생겼다.
마침 그 교단에는 그 죽음의 신이었던 자를 섬기는 존재가 있었고···
그 존재에게도 흥미가 있었던 이교도 청소부는 자연스럽게 그 죽음의 신을 섬기기 시작했다.
···사실 그만큼 죽음의 신에 대한 신념이 강하냐고 하면 그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 신을 아예 섬기지 않느냐고 하면 그것도 아닐 정도로···
그는 누군가를 섬기고 있음에도 굉장히 자유분방한 존재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 자유분방함은··· 영원히 이어지게 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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