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꽤 자주 들고 있었다. 아마 옵시디언이 내 눈 앞에 나타난 이후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옵시디언을 처음 보았을 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옵시디언이 계속 다가오며 나에게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도 조금씩 옵시디언에게 흥미가 생기기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함께 행동한다는 것, 그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 단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렇게 누군가와 친해지면서 내가 다른 녀석을 괴롭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도 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그저 혼자였으니까, 고민이 생긴다고 해도 혼자서 생각하며 해결 방법을 생각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내 옆에 누군가가 함께 한다면 그 누군가에게도 내 고민이 전염병처럼 같이 옮아버리는 건 아닐까…. 그래서 솔직히 옵시디언에게 마음놓고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이런 고민들이 나를 갉아먹고 있는 듯한 괴로움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게 멍하니 생각만 하고 있었을까. 누군가가 내 모자에 손을 대는 것 같아서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는데 역시…라고 해야 될까, 옵시디언이 웃으며 내 뒤에 서 있는 것이었다. 일단 본능적으로 모자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았다만, 언제부터 옵시디언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걸까? 다른 녀석이 나를 쳐다본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놀라게 될 줄이야….
"무… 무슨 일로 여기에?"
"요즘 제네토가 고민이 많아보여서 말이지."
"사실 그렇게 고민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근데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이 꽤 길던데?"
"그냥 아무런 생각도 안 하고 있는 게 좋을 때가 있어서…?"
"솔직하게 말해 보라구. 이 몸이 있으니까 두려울 게 뭐가 있어?"
"음…."
옵시디언이라면 꽤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전부터 내 머릿속에서 돌아다니고 있던 고민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마 옵시디언은 몰랐을 나의 트라우마같은 것도 전부 알려주었는데, 꽤 의외의 모습이었던 듯 옵시디언은 매우 놀란 모습이었다. 하긴, 겉으로만 보면 그럴 것 같지 않은 것 처럼 보이기도 할 테니까. 아니면… 오히려 겉모습만 보고 이미 판단했을지도.
"헤에, 그랬구나? 의외로… 아니, 어쩌면 예상대로 고민이 많네."
"지금은 어떻게든 넘길 수 있지만, 네 녀석과 친해지면서 이런 일들이 네 녀석을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
"이 몸은 뭔 짓을 해도 괜찮으니까 괜히 그렇게 쓸데없이 고민하지 말라고!"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 여전히 불안하긴 하다."
"그럼 내가 그 만약이라는 것도 없애줄까?"
"…? 어떻게?"
"이렇게!"
그러자 옵시디언이 갑자기 날 들어올리더니 검은 깃털이 가득한 망토에 올려놓곤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리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게 어떻게 흘러가는 일인지 감을 못 잡고 있었다. 옵시디언은 지금 내 모습이 굉장히 재밌는 듯 계속 굴리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조금 어지럽다는 느낌도 없진 않았다.
그리고 꽤 편안해 보이는 의자같은 것에 나를 앉혀놓곤 서로 끈끈하게 붙여놓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꽤 강렬하게 껴안고 있었다. 망토 안에 있으니 따뜻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이런 걸 당해본 적이 없어서 부끄러운건지 얼굴이 뜨거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옵시디언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긴 싫어서 여기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래도 탈출은 안 될 것 같았다.
"이 망할 망토 좀…"
"아직은 싫은데! 이게 은근히 효과가 좋다고 들었는데, 실험해 볼 녀석이 없었거든-."
"답답하진 않지만, 그래도 억압당하는 느낌이라…"
"괜찮아! 이 몸이 편안하게 해 줄 테니까!"
"……."
나는 움직이지 못했지만, 옵시디언이 물도 가져다주고, 먹을 것들도 가져와주며 나를 엄청 아끼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긴,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는 녀석이 있는데, 계속 고민을 쌓아놓는건 아무래도 나에게도 무례한 행동이고 옵시디언에게도 무례한 행동이겠지. 이제 날 믿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슬슬 깨달아야 되는 시기가 온 걸까.
"헷, 어때! 아까보단 좀 낫지?"
"…확실히 계속 혼자서 생각하고 있는 것보단 꽤 마음이 편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그러니까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 이 몸에게 와서 이야기하라구!"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고민은 하나쯤 계속 생길텐데."
"그렇다고 계속 마음에 쌓아두기만 할 순 없잖아? 누군가에게 이야기라도 해서 자신이 이렇다- 라는 걸 말할 필요가 있단 말씀!"
"…그 누군가가, 지금은…"
"이 몸!"
"…정말 말하고 싶을 때,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하지."
"언제든 기다리고 있을게!"
처음엔 믿지 않았다. 옵시디언이 내 옆에 계속 있어주겠다는 말을. 하지만, 옵시디언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있으니 그저 나를 편하게 해주기 위한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케로로 > 자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캐 - 옵시디언] the calamity nightbird -revision- (0) | 2016.03.21 |
---|---|
[자캐 - 옵시디언/즈] Another ζ & Ω (0) | 2016.03.17 |
[자캐 - 제네토/옵시디언] ζ ∞ Ω -Type. Ω- (0) | 2016.03.14 |
[자캐 - 옵시디언/즈] ObsidiaZ (0) | 2016.03.14 |
[자캐 - 제네토/옵시디언] ζ + Ω (Type. ζ) (0) | 2016.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