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가루루가 우리 소대에 이걸 좋아하는 녀석이 있다고 누군가가 이걸 주곤 자기 대신에 꼭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다는데, 도대체 정체가 뭘까. 보아하니 음식인 것 같은데, 그러면 굳이 꺼내봐도 답이 나온 거 아닌가 싶어도 일단은 확인해봐야 될 것 같으니 꺼내보기로 했다. 역시 예상대로 여기 안에 들어있던 건 카레였다. 이렇게 많은 양의 카레들을 어디서 공수해온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계속 여기에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져다주기로 하자.
이 길을 걸어본 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단체로 모여서 회의를 할 때만 봤을 뿐 직접 이렇게 따로 1:1로 만나러 가는 건 꽤 오랜만인 듯하다. 그나저나 이 녀석에게 이런 걸 준비해주다니, 참 특이한 녀석인 것 같군. 소문을 듣자하니 그 녀석같은 성격을 가진 녀석에게 호감을 가지는 존재가 몇몇 있다고 듣긴 했는데… 그게 진짜였을 줄이야. 만약 실제로 옆에 있다면 오히려 귀찮아지기만 할 녀석인데. 하긴, 취향은 존중해주라고 있는 거니까 굳이 더 세부적인 영역으로는 끼어들지 않겠다만.
어디, 여기였던가. 여전히 이 곳을 볼 때마다 참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지만 정말 이 것만 주고 나가야겠다. 딱히 여기 오래 있으면 왠지 머리가 아파질 것 같은 느낌이거든. 지금 안에 있는지 노크라도 할까 싶었는데 마치 안에서 지금 누군가가 바깥에 있다는 걸 눈치챘다는 듯 자연스럽게 문이 열렸다. 하긴, 안에 있으면 적어도 바깥을 살펴볼 수 있는 장치가 하나쯤은 있겠지.
여전히 바쁜 듯 늘 앉아있는 곳에서 날 맞아주는 녀석. 마치 몇 년만에 만난 것처럼 굉장히 기뻐하는 모습으로 날 맞이해주고 있었는데… 그러지 마라. 괜히 더 부담스러워지니까. 이 녀석이 안 그러는 것도 좀 이상하긴 하겠지만 어쨌든 좀 그렇다고….
"여어- 선배- 여긴 무슨 일이셩-?"
"가루루가 나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한 물건이 있어서 가져왔다."
"어머- 무슨 물건이길래-"
"뭐… 별 건 아니고…"
녀석에게 선물상자를 보여주자, 녀석은 엄청나게 흥분한 듯 황홀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뭐, 뭐지… 그냥 평범한 카레들 아닌가…. 카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게 아니니까 그냥 카레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녀석의 반응을 보고 있으니 분명 한정판이거나… 그런 카레인 것 같다. 살짝 디자인이 특이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한정판이었기 때문에 디자인이 특별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군.
"이렇게 귀한 것들을 챙겨주다니. 누군진 모르겠지만 정말 존경해야겠어-."
"네 녀석이 놀랄 정도면… 확실히 귀한 것들인 것 같군."
"선배도 하나 먹지 그래? 끄끄끄-"
"아, 아니… 난 바빠서…"
"사실 먹고 싶어서 계속 여기에 있는 거 다 알고 있다구- 끄끄-"
"그, 그렇진 않지만… 계속 이렇게 있으니 왠지 먹고 가야될 것 같군."
"잠시만 기다리라구- 빠르게 만들어올테니."
정말 이것만 갖다주고 나오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하나 먹게 되었다. 음… 어… 분명 괜찮을 것이다. 저 녀석이 내 것에만 뭔가 추가적인 짓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분명 99%의 확률로 이상한 짓을 할 것 같지만, 이미 이렇게 된 거 정면승부로 돌입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 뭐… 죽진 않겠지. 단지 몸에 이상한 현상이 올 뿐이겠지….
그렇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리고 있자 녀석이 완성된 카레를 가지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일단 겉으론 아무런 짓도 안 한 것 같은데, 항상 내부에 뭔가 이상한 짓을 해놓는지라 좀 의심이 되어서 숟가락으로 내부를 이리저리 긁어보기도 하고 퍼내보기도 하고 했지만 다행히 뭔가 이상한 것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어쩐 일로…?
"걱정하지 말라구-? 한정판 카레를 함부로 망가뜨려서는 안 되니 아무런 짓도 안 했으니까 말이야- 끄끄끄-"
"아, 그런가. 하지만 네 녀석이 주는 건 항상 뭔가 이상해서 말이지."
"평범한 카레였으면 분명 뭔가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 번 먹어보겠다."
"예전부터 먹고 싶었던 건데 이렇게 먹게 되다니 참 영광인걸-"
한 입 먹어보았는데 역시 평범한 카레와는 살짝 맛과 풍미가 다르다는 걸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 이래서 한정판은 다른 거구나…. 쿠루루가 왜 찾아다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맛좋은 카레를 먹어보기 위해 혼자서 돌아다니며 알아보는 건가…. 나름 수집가다운 모습이군.
"흐음… 꽤 괜찮군."
"역시 선배도 맛을 잘 안다니까- 끄- 끄끄끄-"
"나… 나는 이만 배불러서 먼저 가봐야겠군."
"어머머- 몇 숟가락 먹지도 않았으면서 벌써 배부른거야-?"
"사, 사실 가루루가 다른 걸 좀 챙겨준 게 있어서 먹었더니만…"
"그랬던 거였군. 좋아, 남아있는 선배껀 내가 모조리 먹어주겠어-"
휴, 다행이다. 괜히 더 있었다간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어색함의 늪에 빠져버릴 것 같았는데 다행히도 순조롭게 탈출할 수 있었다. 맛은 있었지만 먹는다고 하면 저 녀석과 함께가 아닌 혼자서 따로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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