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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자캐

[자캐 - 오멘 / 엘레멘트 / 글라시아] Unidentified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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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뭐냐? 새로운 장난감인가?"

"아, 안녕하세요..."

"말도 할 줄 아네? 내가 가지고 놀아도 되겠냐?"

"...안 되니까 일단 그 목에 갖다댄 칼날이나 치워."

"흠- 아쉽군."

"비슷하게... 생기셨네요...?"

"그런 사정이 있다고나 할까. 아직은 말해줘도 이해를 제대로 못 할 테니까, 나중에 시간이 되면 느긋하게 알려주지."

"이번에는 오멘의 말이 맞는 것 같아..."

"뭔가... 그런 사정이 있는 거군요...?"

"그렇게 심각한 그런 내용은 아닌데, 뭐- 그냥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있어."

"아아-..."


엘레멘트 저 녀석, 여자친구 생겼나? 전까지만 해도 막 자기는 누군가와 함께 어울리기 좋은 성격은 아니라면서 온갖 소리를 다 꺼냈던 것 같은데, 역시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저런 녀석들도 저렇게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계기가 된다니까. 

뭐, 딱히 부럽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야.


멀리서 엘레멘트와 글라시아...라고 했던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고 그러는 모습이 보이는데 엘레멘트가 저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엘레멘트는 평상시에 항상 무표정이거나 찡그리는 표정만 지었지, 저렇게 조금이나마 싱긋 웃어보이는 그런 모습을 보는 건 정말로 처음이라서 보는 내가 더 적응이 안 된다. 역시 대단한 녀석이라니까.


그러다가 엘레멘트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일이 생겼다. 아무래도 꽤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것 같은데,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건 재미도 없고, 어차피 내 얼굴을 모르는 것도 아니니까 엘레멘트가 없는 사이 글라시아에게 다가간다. 

물론 글라시아를 내 편으로 만들 생각이라던가, 그런 건 전혀 없다. 사냥할 땐 혼자가 편하니까-.


"여어."

"아, 아까 그 분..."

"엘레멘트, 좋은 녀석이라구-."

"맞아요..."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잠시 여기로 온 이유는 엘레멘트 본인이 쉽게 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대신 알려주고 싶어서 잠시 여기로 왔다구."

"...? 엘레멘트 씨가 말하지 않는 것들...이요...?"

"나름대로 본인만의 비밀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게 있거든. 엘레멘트에겐."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시는 거예요...?"

"아까 말했던 말하기 좀 애매한 그런 사정 때문에 나도 조금 알고 있긴 하거든."

"..."


글라시아는 여전히 그 사정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는 듯 보였지만, 우리도 막상 그렇게 쉽게 알려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그저 애매하다, 말해도 다들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넘어가곤 한다. 

그래서, 일단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엘레멘트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려주고 싶은 것들을 알려주러 왔으니까.


"엘레멘트의 귀...라고 해야 되나. 그게 있어서 좋은 점이 있어."

"...어떤 건데요...?"

"남들이 쉽게 듣지 못하는 작은 소리도 그 귀 덕분에 간단하게 알아들을 수 있거든. 그래서 가끔 그 소리 때문에 조금 민감하게 행동할 때도 있고."

"...! 아직까지 그런 모습은 못 봤는데..."

"원래 평상시에는 작은 소리를 귀기울여 들을 필요가 없을 때가 많으니까."

"아-..."

"그리고 또 다른 건..."


사실 이 내용은 나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내용이어서 이걸 말해도 될까- 하는 고민이 들었지만, 어차피 나중에 엘레멘트가 그건 잘못된 이야기다, 아니면 그걸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이렇게 직접 말할 테니까. 

뭐- 결론적으로 내 잘못은 아니라는 걸로 흘러가게 되었다.


"엘레멘트의 가려져 있는 오른쪽 눈 있잖아."

"...?"

"엘레멘트의 왼쪽 눈을 기준으로 해서 흰자 부분은 아예 없고, 검은자 부분이 굉장히 붉게 보인다고 하던데."

"저... 정말인가요...?"

"사실 이건 나도 확실히 본 게 아니고, 그냥 이렇다- 라고 듣기만 한 부분이라서 말이야."

"아, 그렇군요..."

"엘레멘트는 원래부터 오른쪽 눈은 없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 소문을 듣고 난 이후로는 일부러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는 가능성도 생겼다고 해야 될까."

"...보이기 싫어서...?"

"보통 그런 눈을 하면 사악해보이고 그러니까, 주변에 있는 녀석들이 다 멀어질 거 아냐. 애초에 엘레멘트는 그런 눈을 가져도 착한 녀석인데."

"그럴 수도 있겠네요..."

"물론 그건 엘레멘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엘레멘트가 그렇게 쉽게 말하진 않을거야."


이제 슬슬 저 멀리서 엘레멘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 나도 할 이야기는 다 끝났으니 이쯤에서 물러나 주는 게 좋을 것 같군. 

괜히 엘레멘트가 와서는 글라시아랑 무슨 얘기를 했냐고 아주 다 캐물어 볼 게 뻔하니까 말이다.


"그럼, 엘레멘트랑 좋은 시간 되라고-"


그나저나, 그 소문은 진짜일까-... 나도 궁금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