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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커뮤

[자캐 - 플루토 / 크림슨] friend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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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도련님께서 혼자서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다."

"아- 그러고보니 까마귀 도련님이 온다고 했던 날이 이 날이었군요."

"가면도 기다린다...?"

"음, 뭐- 어쩌다보니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박쥐 도련님께서 직접 절 찾아오시다니, 아마 예전이었으면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을 광경이었겠죠. 예전이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기도 합니다. 이 박쥐 도련님을 쫓아다니며 언제쯤 제 손으로 넘어올지 기다리고 있었던 게 엊그제같은데, 이젠 이 도련님과 함께하는 존재가 되었으니까요.

솔직히 처음 보았을 땐, 계속 저를 보며 경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얼마 지나지 않아 저에 대한 경계심을 거의 다 풀어버린 듯 보였습니다. 아마 까마귀 도련님의 노력도 없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런 노력에 잘 반응해주는 박쥐 도련님도 어떻게 보면 참 대단한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검은새, 보고싶다..."

"아마 곧 올 겁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혼자 기다리는 건 힘들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쥐 도련님은 저에게 기대어 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몸을 기대는 게 조금은 익숙하고, 조금은 어색하고... 여러가지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렇게 적응해가는 것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조심스럽게 박쥐 도련님을 쓰다듬어 주었는데, 솔직히 쓰다듬는 것까진 아직 적응하지 못해서 경계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가만히 있는 모습에 정말 이젠 저에 대한 경계심을 아예 다 버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젠 서로가 돕고 돕는 관계임을 깨달은 것일까요.


"...도련님은 이제 제가 무섭지 않은 겁니까?"

"무섭다. 하지만, 견딘다."

"견딘다는 건..."

"적응한다. 이제 친구다."

"하핫, 그렇게 생각하시다가 제가 갑자기 잡아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아니다! 안 잡아간다!"

"농담입니다, 농담! 이제 도련님은 잡아가기엔 너무 아까워서 말이죠-"

"아깝다?"

"이렇게 도움이 되는 도련님인데, 다른 존재들에게 넘기기엔 너무 아깝다- 라는 뜻입니다. 하핫!"

"다행이다-♪"


아마 그 당시의 저는, 그저 신기하게 생겼고 그만큼 능력도 뛰어난 존재들이었기에 이 존재 저 존재 전부 잡아들여서 어떻게 손을 본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긴 합니다만은, 이렇게 따로 주인이 있는 존재들은... 슬쩍 눈치를 보고 잡아가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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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쥐 도련님에 대한 욕심이 아예 사라지게 된 계기가 몇 번 있긴 했었습니다. 까마귀 도련님과 친구가 된 이후로, 제가 조금 다쳤을 때 갑자기 박쥐 도련님이 와서는 상처 부분을 핥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아, 박쥐 도련님...?"

"...많이 아프다...?"

"하하핫, 이 정도는 그냥 살짝 긁힌 정도밖에 안 된답니다!"

"그래도, 아픈 건 아프다..."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알아서 나을 수 있을 정도라 괜찮습니다-♪"

"원래 플루토가 이런 조그만 상처에도 걱정을 많이 해. 본인도 많이 겪었을 테니까."

"마치 많이 겪어보신 것처럼 이야기 하시는군요-?"

"이 몸도 종종 상처가 생길 때가 있었으니까-♪"


그 이후로도 조금씩 저에게 다가와 주셨고, 그래서 저도 오히려 잡아가기보다 이 도련님을 도와주어야겠다- 라는 그런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서로 이젠 관계도 좋아지고 그렇게 되었달까요. 일종의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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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났을까, 저 멀리서 까마귀 도련님이라는 걸 대놓고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활기찬 모습의 존재가 이 곳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박쥐 도련님이 까마귀 도련님이 있는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같이 따라가야겠죠-♪


"미안미안! 좀 늦었지?"

"검은새! 오랜만이다-♪"

"예상보다 많이 늦으셨습니다, 도련님-?"

"그런 사정이 있었어! 플루토,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있었지?"

"물론이다-♪"

"크림슨도 당연히 잘 지냈을 것 같고-♪ 활동은 잘 되어가고 있어?"

"하핫, 도련님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알아서 잘 되어가고 있답니다-♪"

"헤헤, 다행이네-♪"


오랜만에 모이는 이 세 명의 조합. 겉으로 보기엔 어떻게 어울리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이런 건 원래 조금씩 깊게 파고들어 봐야 알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