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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라고 하던가, 그래서 그런지 눈만 뜨면 빗줄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이 몸이랑은 그렇게 큰 상관은 없…진 않지만 그래도 비 오는 날이 분위기 있고 좋긴 하더라. 우산을 챙겨서 오늘도 바깥 구경이나 가볼까.
비가 와서 그런지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면 매일 활발하게 돌아다니던 존재들이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하긴, 그런 녀석들에겐 찝찝한 것도 싫긴 하겠지. 이 몸도 날개가 축축해지는 건 정말 귀찮으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비 오는 날에 밖으로 나오는 걸 포기할 수도 없고… 참 애매한 일이지.
그러다 문득 저 멀리 머리에 한 손을 얹은 채 걸어가는 어떤 청록색의 존재가 보였다. 굳이 가까이 가서 확인하려고 하지 않아도 미하일인 걸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머리에 촉수 있고 청록색인 녀석이면, 다른 녀석이 누가 있겠는가. 비 맞고 있으면 머리 빠진다던데, 미하일은 촉수가 빠질려나?
"미하일-♪"
"...아, 옵시디언님?"
"비 맞고 돌아다니면 머리 빠진다던데-"
"저는 괜찮습니다."
"됐고 같이 가자구- 어차피 이 몸, 할 일 없거든."
"...그렇다면,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미하일과 함께 우산을 쓰며 길을 걷는다. 비를 맞아서 그런지 유독 오늘따라 촉수가 미끈미끈해 보이고 광이 나는 것 같다는 느낌이랄지…? 원래 물이라는 게 이런 효과가 있었던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비 오는 날이 참 좋더라-"
"날개가 젖으셔서 싫어할 줄 알았습니다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젖는 건 싫은데, 그걸 감수할 수 있을 정도라고나 할까?"
"그래도 비를 직접적으로 맞고 다니시는 건 안 됩니다.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그 쪽은 왜 그러셨나-?"
"...저는 옵시디언님이 생각하는 정도로 그렇게 약하지 않습니다."
"그건 알지만, 혹시 모르지. 갑자기 감기라도 걸릴지?"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할 건데!"
그나저나 왠지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 늘 흔하게 걷던 거리도 뭔가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뭐랄까… 이야기할 존재가 있으니까 시간 가는 줄 몰라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으면 이 거리가 너무 짧게 느껴지기도 하고… 평상시엔 그렇게 귀찮게 느껴지던 거리였는데 말이지.
"늘 걷던 거리인데도, 오늘따라 뭔가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아마도 미하일이 곁에 있어서겠지…!"
"...정말 그것이 이유가 되는 것입니까…?"
"당연하지. 혼자 다니는 것보다 누군가가 같이 있으면 다른 느낌이 들게 되니까."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은 듭니다. 혼자보단, 누군가가 있는 게 편하고 그럴 터이니 말입니다."
"오늘은 미하일이 곁에 있으니까, 듬직한 느낌도 드네-♪"
"아, 아닙니다… 듬직하다기보단, 제가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듬직하다는 거지-♪"
그 누구보다도 믿음직하고 충성심이 강한 녀석이니까. 그래서 친구가 되고 싶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었지- 이미 예전에 추억을 떠올리긴 했지만, 또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구나-♪ 비오는 날엔 이렇게 예전의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니까-
어느정도 같이 걸었을까, 미하일이 여기서 갈라져야 된다는 듯 눈치를 준다. 뭐- 아무래도 미하일은 잠시 가야 될 곳이라도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저는 저 쪽으로 가야 될 것 같습니다. 일이 있어서…"
"헤- 그래? 그래도 같이 가고 싶은데-"
"얼마 안 되는 거리라서 비를 조금밖에 안 맞을 겁니다."
"그러면, 조심히 가라구- 정말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 나니까-"
"…우산 씌워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쪽이야말로 오랜만에 이야기 같이 해서 즐거웠다구-♪ 그럼 이만 갈게."
"아, 옵시디언님…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몇시간 후에 다시 와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물론이지! 그 때 오면 되는거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때가 되면 빨리 이 쪽으로 올게-♪"
얼른 그 때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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