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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커뮤

[자캐 - 플루토 / 과거 옵시디언] past (Type. 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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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늘 그렇듯, 조용히 내가 가던 길을 가고 있었다. 어제든, 오늘이든, 그리고 곧 다가올 내일이든... 내 삶은 늘 똑같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일들이 미래의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지금까지의 일들은 나에게 '앞으로도 특이한 일 없이 평온하게 흘러갈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들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하늘이 참 맑구나... 내 마음과는 정반대의 하늘을 보며, 가끔은 저렇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내 마음도 걱정같은 것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곤 한다. 물론, 그저 헛된 꿈에 불과할 뿐이지만... 꿈이라도 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계속 길을 걸었는데, 앞을 안 보고 계속 위를 보고 걸었던 탓에 앞에 있던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아, 이런... 실수했다... 얼른 사과하자.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아, 아앗... 죄송합니다..."

"...크르릉..."

"...?"


앞에서 들리는 그르릉 소리... 그리고 앞에 있던 분이 뒤로 돌아서서는 나를 째려보고 엄청나게 경계를 하며 언제든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무, 무서워요..."

"....그릉..."

"저, 저는... 절대 그 쪽을 공격할 생각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 될까...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돌멩이가 있는 것을 보았다. 강아지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곤 혹시 돌멩이를 던지면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돌멩이까지 가려면 이 앞에 있는 분을 지나가야 되는데, 그건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고... 어떡하지...


그러다 문득 어쩌다 받았던 육포가 생각났다. 어떻게 처리하지... 고민하고 있었기도 했는데, 혹시 이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육포를 꺼내 손에 잡고 있는다. 그러자 앞에 있는 분이 갑자기 눈이 초롱해지더니 육포를 보며 꼬리를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먹을 걸 주면 잘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앞에 있는 분에게 육포를 건네서 입에 넣어준다. 그러자 기분이 좋아진 듯 웃으시는 분...


"...맛있으세요?"

"맛있다-♪"

"...헤헤, 다행이네요.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더 있다?"

"물론이죠. 여기요."


가지고 있던 육포를 전부 꺼내자 이 분은 모조리 먹으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그저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육포를 다 먹을 때까지 계속 옆에 있어준다. 왠지...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쉽게 자리를 떠나기 싫었다.


육포를 다 먹은 모습을 보고 이제 갈 길을 가려고 하는데, 이 분이 저를 잡곤 아쉽다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엄청나게 무서웠지만, 이젠 왠지 같이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어디 간다?"

"제가 있어야 될 곳으로... 가고 있어요."

"야가 데려다 주겠다!"

"...정말요?"

"물론이다!"

"아, 고마워요... 길은 저 쪽이예요..."


길을 가리키자 이 분은 먼저 앞장서선 내가 가야 될 길을 따라 강아지처럼 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뒤돌아보면서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기도 했는데,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아낼 것 같은 느낌도 없진 않았다. 어쨌든 그렇게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이렇게 길을 가고 있으면 항상 날 괴롭히던 녀석들이 마중나와선 나에게 기분 나쁘게 하는 말들을 늘여놓곤 하는데, 오늘도 그 녀석들은 내가 가는 길에 나왔다. 하지만 앞에 있는 분이 그 녀석들을 보자 그르릉거리며 위협을 했다.


"...비켜라, 그르릉..."

"뭐, 뭐야...!? 이 녀석은...!?"

"저 녀석, 언제 이런 녀석을 데려 온 거야...!?"

"비키지 않으면... 공격한다..."

"...으, 으으..."


녀석들은 분노를 삼킨 채 길에서 사라졌다. 어쩌다가 이 분에게 신세를 지게 되어버렸다. 오늘 처음 본 분인데... 이렇게 신세를 지게 되면 내가 어떻게 갚아드려야 될까... 순간적으로 고민이 들었다.


"가, 감사해요..."

"아니다."

"제가 드릴 것도 없는데... 이렇게 또 신세를 지게 되네요..."

"육포, 맛있었다."

"...아아, 다행이네요..."


그렇게 길을 걷자, 곧 목적지임을 알리는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헤어지기로 앞에 있었던 분과 이야기를 했고, 곧 그 분은 아쉽다는 듯 나를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덩달아 나도 슬퍼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안전하게 데려다 주셔서 감사했어요... 이제 저는 가봐야 될 것 같네요..."

"...가지 마라..."

"하지만, 가야 되는걸요..."

"조금만 더 있고 싶다..."

"...그럼, 조금만이예요...?"


아직 시간은 조금 남아있었기에, 같이 있어주기로 한다. 이 분은 내가 준 육포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주변을 둘러보며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이렇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끼게 될 줄이야...

이젠 정말로 가봐야 될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 갈 준비를 한다. 이 분도 이제 시간이 되었음을 눈치챈 듯 아쉽지만 즐거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고마웠어요..."

"..."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럴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꼭 다시 만나고 싶다."

"저도요... 언젠간 그럴 수 있길 바라며..."


먼저 이 분을 보내고 난 뒤, 나도 원래의 장소로 돌아간다. 처음엔 무서웠지만, 알고 보면 그 누구보다도 듬직했던 그 분...


...그나저나, 이름이 뭐였는지 물어보질 않았다. 물어봤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