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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일반

[조루루/타루루/토로로] C-DIVER -P- <2>


2016/01/28 - [케로로/일반] - [조루루/타루루/토로로] C-DIVER -P- <1>




그 기계에서 나온 이후로 살짝 이상해진 것 같이 느껴졌다. 평소에는 짜증냈을 것마저도 재밌을 것 같이 느껴졌고, 평소에는 건드리지도 않았을 것을 보고 있으니 왠지 건드려보고 싶은 욕망이 솟아난다고나 할까. 반대로 나보다 먼저 들어갔던 저 파란 녀석은 온통 짜증이 솟구치는 듯 무엇을 보고 있어도 대충대충 보는 것 같고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발로 차버리는 등 뭔가 성격이 한 번에 이상해졌다는 걸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저 녀석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야."

"무, 무슨 일이시죠!?"

"네 녀석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 것 같아서."

"푸- 사실 아직 자세히는 모르겠는데요. 그래서 알아보고 있어요."

"뭐- 언젠가는 알아내겠지. 그렇지?"

"그렇긴 한데, 병장님 뭔가 이상하게 여유가 넘치는 것 같네요?"

"내가? 흠, 가끔은 여유로운 것도 나쁘진 않지."

"푸푸푸- 드디어 여유를 깨달으신건가-"


그냥 본능적으로 내 몸이 여유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게 한 번에 바로 되는 건 아닌데 말이야. 파란 녀석은 온통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화풀이할 것을 찾아다니는 듯했다. 저 녀석도 제로로가 속해있는 곳의 어떤 녀석에게 악감정이라도 가지고 있는걸까. 사실 그렇게 나쁜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내가 미처 알지 못한 그런 영역이 있는건가. 더 알아내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파란 녀석에게 다가가고 있는데, 파란 녀석이 나를 쳐다보더니 그닥 기분이 좋진 않다는 듯한 기운을 풍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뜬금없이 이 녀석이 이렇게 변하니까 좀 묘하다. 원래같았으면 왜 대놓고 짜증이냐고 한번에 갈라버렸을 것 같지만 이상하게 이 녀석의 상태가 왜 이런지 더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이 계속 샘솟고 있었다. 그리고 호기심이 샘솟는 나 자신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고.


"어, 어이…"

"왜 그러심까? 오늘따라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말임다."

"갑자기 왜 그러냐."

"저도 잘 모르겠슴다. 그냥 본능적으로 막 짜증이 샘솟지 말임다."

"혹시 누군가에 의한 증오라던가 그런 것 때문인가."

"거기까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짜증을 가라앉힐 방법이 딱히 생각나지 않슴다."

"흐음…"


마침 저기서 노란 녀석이 나를 향해 잠시 와 달라고 신호를 보냈다. 이제야 뭔가 알아낸 것 같은데, 얼른 다가가본다. 그리고 녀석은 기계를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파란 녀석을 다시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어찌저찌 파란 녀석을 끌어와서 기계 안에 다시 넣는다. 그리고 나도 그 안으로 들어갔고 다시 노란 녀석은 기계를 작동시켰다. 

몇 분 지나서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땐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귀찮은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뭔가 짜증이 샘솟기 시작했다. …어? 왜 갑자기 이번엔 온통 세상을 불만족스럽게 쳐다보고 있지? 노란 녀석은 예상했다는 듯이 기계의 작동 방법을 깨닫고는 피식 웃고 있었다.


"야, 이게 어떻게 된 거냐?"

"푸푸- 기계가 이렇게 작동되는 거였군요-?"

"뭔데?"

"이 기계를 사용하면, 서로의 성격을 뒤바꿀 수 있다구요- 푸푸푸!"

"…뭐야, 그게. 허접하잖아."

"허접하다면서 방금 바뀐 모습 봤을 때 엄청 재밌었다는 거, 병장님은 모르시겠죠-?"

"놀리지 마라. 난 진지하니까."

"푸푸푸-"

"…잠깐. 이 기계가 그런 데에 쓰인다면, 쓰고 싶은 녀석이 하나 있다."

"누구죠? 제가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당연한 걸 묻네. 누구긴, 그 녀석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