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이 곳에 오게 되었다. 아마 다시 기지로 돌아가면 대장 녀석에게 규칙 위반이라면서 혼날 것 같군. 어차피 지금 가도 혼나고 나중에 가도 혼나게 될 거, 그 녀석을 만났다가 가기로 하자. 그 녀석이라고 하면 당연히 네 녀석들도 잘 알고 있을 것 아니냐. 내가 항상 이를 갈면서 복수를 노리는… 이렇게 말하면 대충 알겠지. 대낮이라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지금이 가장 움직이기 좋은 시간이긴 하니까.
어디… 여기였던가. 그 녀석의 보금자리가.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괜히 헛고생만 했나. 어차피 그 녀석을 몰래 만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서 녀석의 행방을 살펴본다. 바깥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 정도는 그 녀석이라면 바로 알아차릴텐데 어째서인지 왜 아무런 소식이 없나. 어쩌면 내가 급습해줬으면 하는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 그건 아닐 것이다. 그 녀석이 그렇게 멍청할 리가 없지.
녀석을 찾아 계속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문 밖에서 그 녀석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엥, 뭐냐. 안에 없었던 거냐? 녀석은 날 보더니 뭔가 흠칫하긴 했지만 전혀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호오,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인다는 뜻인가? 지금 이 몸에게 도전장을 던진 것일지도 모르겠군. 그렇다면 당연히 받아줘야지. 지금 이 자리에서 누가 더 강한지 한번 실험해보자고.
"호오, 지금 여기서 한 번 싸워보자는 뜻인가?"
"…누구시오이까?"
"……뭐?"
"뭔가 처음 보는 것 같소…. 아니, 본 적 있었던가…"
"…하, 여전하구만…."
"혹시 소인을 알고 계시오?"
"당연히 알고 있지. 넌 날…"
"그렇다면 잠시 이야기라도 하는 게 어떻소? 소인이 마실 거리를 가져올테니 저기서 기다리고 있어 주시오."
"자, 잠깐만…"
…저 녀석은 여전히 내가 누구인지 기억을 못 하고 있는 것 같군. 기억하기 싫은건지, 기억이 안 나는건지 제대로 알 순 없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미 기회는 날아간 것 같고, 녀석의 기억을 깨워내던지 내가 녀석에게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주던지 둘 중 하나는 해야될 것 같다. 일단 저 곳에서 녀석이 마실 것을 가져오는 게 보인다. 아무렇지 않은 듯 태평한 자세로 녀석을 반기자, 녀석은 싱긋 웃으며 마실 것을 나에게 건넸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엔 차라도 한 잔 마시며 경치를 구경하는 게 정말로 좋다고 하더이다."
"…그러냐. 난 딱히 그렇지 않은데."
"아직 제대로 경치를 느끼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소.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것이오."
"그런가.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유라도 있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소. 소인은 그저 그것을 실현하고 있을 뿐이오."
"급할수록 돌아가라…. 흠, 나름 꽤 좋은 말인 것 같긴 하군."
"그대도 뭔가 급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오이까?"
"나름 그런 셈이지. 지금도 막 처리하고 싶을 정도로."
"그럴 때일수록 경치 구경이 더욱 효과적이오."
어쩌다보니 이 녀석에게서 설교같은 걸 듣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고 뭐고 지금이 아니면 다시 돌아올 기회나 있을까. 근데 들으면 들을수록 이 녀석의 말에 빠져들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아, 안 돼. 정신 차리자. 이 녀석에게 정신을 조종당해서는 절대 안 되니까. 자존심이란 게 있지. 하지만 계속 내 머리는 녀석의 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언제 돌아갈 예정이오이까?"
"…글쎄. 이미 많이 늦긴 했지만, 어차피 늦은 거 있을 때까지 있어보련다."
"흐음, 그렇소이까. 그럼, 소인이 간식을 준비해오겠소."
"그래… 뭐, 가져와 봐."
"어떤 걸 좋아하는진 모르겠지만, 최대한 많이 가져오도록 하겠소이다."
……그래, 뭐 이렇게 된 이상 여기서 하룻밤 지내고 가도 되겠고. 미래의 나 자신이 어떻게든 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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