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 내리는 구름 사이로 붉은 달이 빛나는 밤, 병장과 병장의 대결은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채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정말로 누구는 죽을 것 같이 격렬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 그리고 조금씩 피 냄새로 물들어가는 이 곳. 조금씩 서로 상처에 의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지만, 괜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 허점을 노려질 것임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싸워야 했을 뿐.
하지만 싸움은 결국 끝나게 되어 있는 법. 몸의 반쪽이 개조된 병장이 조금씩 악화되는 상처에 의해 결국 쓰러지게 되었고, 암살에 능숙하기로 소문난 대결 상대였던 다른 병장은 마치 이 녀석을 마무리 하겠다는 듯 조용히 삶을 마무리시켰다. 그렇게 바닥의 물웅덩이는 물 대신 피로 가득차 있는, 잔인하고 정적만이 가득한 곳이 된 채로 대결은 끝났다.
개조된 병장의 마음 속에 남아있던 복수의 씨앗은 숨이 끊어진 이후에도 정처없이 새로운 곳을 떠돌아다니며 언제든 저 병장과의 재대결을 위해 잘 어울릴 듯한 녀석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이 대결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아니, 복수에 성공할 때까진 계속 지속될 것임을 의미하는 듯이. 하지만 그렇게 복수에 걸맞는 존재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
………………….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몇 년, 몇십 년, 몇백 년… 조금씩 수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른 존재들이 한 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도시에서, 뭔가 다른 존재들 사이에 끼이지 못하고 혼자서 주변을 맴도는 듯한 존재가 있었다. 정확히 이름이 무엇인진 주변의 인물들도 아무도 모르고, 본인도 자신의 이름에 대해 그렇게 알아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그저 혼자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돋보이는 존재였을 뿐이다.
그 존재는 이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때까지 자신을 무시했던 존재들을 자신의 기억 속에서 아예 지워버리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무능했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다른 존재들에게 놀림받고, 외톨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조금씩 자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고, 그 회의감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자신마저 자신의 생각을 조절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잠시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옥상에 올라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라리 이 풍경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이미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이도저도 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그저 풍경만 바라보고 있을 뿐.
답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 그 답을 찾아낼 수는 있을까.
조금씩 붉은 달이 뜨고,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 그랬지. 오늘은 붉은 달이 뜨는 특별한 날이라고 했지. 그런 건 굳이 나와 알 바는 아니었지만, 그냥 특이한 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두는 게 좋을 테니까. 도시는 밤이 되었다는 걸 증명하는 듯 사방에서 불이 켜지고 마침내 야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도 저 야경 속에 빠져들 수 있었을지도 모를텐데. 이미 늦었으려나.
잠시 졸음이 몰려와서 눈을 감자 피곤했다는 듯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오랜만에 꿈이라는 것도 꾸고, 뭔가 재미있네. 차라리 이 꿈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가능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차피 꿈이란 것도 결국 헛된 일이니까 빨리 잠에서 깨기나 하자. 괜히 헛된 소망같은 걸 품는 건 자기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니까.
눈을 뜨자, 세상이 이상하게 변해 있었다. 마치 이미 멸망한 도시에 온 듯 밝았던 건물들은 전부 부서져 있었고, 인적이라곤 하나도 없는 듯한 곳으로 온 것 같았다. 그리고 옆을 돌아보니 몸의 반쪽이 개조된 듯한 모습의 누군가가 내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누구지…? 하지만 확실한 건, 나 자신과 꽤 비슷하게 생긴 존재였다…. 혹시, 이 모습이 내 미래의 모습인 걸까…? 예상했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당황했지만, 꽤 강해보이는 모습이 조금 마음에 들었다.
개조된 모습의 존재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잡자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어딘가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제대로 정신을 차렸을 땐, 분명 두 명이어야 될 이 곳에 한 명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잠시 정신을 잃은 사이 자신에 대해 깨닫고 이 곳에서 자리를 떠난 건가? 다시 혼자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손을 쳐다보았는데…
분명 난 개조당한 기억이 없는데 몸의 반쪽이 개조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때까지 쌓여 있었던 분노의 감정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렇구나, 내가 새롭게 이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 거구나. 그렇다면, 이제 내 마음대로 나를 괴롭힌 녀석들을 죽여도 되는 거고, 아무런 죄책감 같은 것도 없이 마음대로 저지르면 되겠구나. 드디어 자신감을 회복할 기회가 생긴 거구나.
다시 눈을 감고 잠시 뜨자 원래 내가 보았던 야경이 가득한 도시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 이 모습이라면, 누구든 다 썰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그 썰어버리고 싶은 존재들 중에서도 유독 생각나는 한 존재가 있었다. 물론 이 존재는 내가 이 때까지 만난 적도 없고, 대결을 한 적도 없지만 어째서인지 머릿속에서 계속 이 존재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이 몸으로 흡수되기 전에 이 몸을 가지고 있었던 누군가의 복수같은 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 복수, 내가 대신 해 주겠어. 이참에 복수하게 될 거, 그 녀석까지 내가 한꺼번에 다 해결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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