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시디언님이 요즘 많이 바쁘신 것 같네요.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하긴 하셨는데, 그 전까지는 여전히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계시니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구나- 싶기도 해요. 그래도 혼자 돌아다니는 게 그렇게 어색하지만은 않기도 하고 말이죠. 혼자서도 나름대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달까요?
생각해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아, 아직 오닉스랑 관련된 일은 아니고, 옵시디언님이랑 관련된 일이 하나 있어요.
"벌써 그 날이 다가오고 있어-"
"그 날이라뇨?"
"크림슨이랑 1년 되는 날!"
"허...? 대장님이랑 벌써 1년이라고요...?"
"그러게. 이 몸도 좀 많이 놀랐어."
"옵시디언님이 따로 챙기려고 하는 것이라도 있나요?"
"챙겨주곤 싶은데- 챙겨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네..."
"그래도, 옵시디언님의 마음이 대장님에게 전해지기만 한다면 충분히 대장님도 좋아하실걸요!"
"그럴려나?"
"당연하죠!"
혹시나 싶어서, 대장님에게 먼저 찾아가보기로 했어요. 옵시디언님이 먼저 가서 온갖 축하의 말들을 다 꺼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직접 만나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는 법이니까요!
오늘도 대장님은 유유히 탐나는 물건들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어요. 그런 대장님 곁에 다가가 나름대로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니까 대장님도 저를 보며 나름대로 반겨주기 시작했죠.
"오닉스? 오랜만이군요."
"대장님!"
"그간 잘 지내셨는지-?"
"물론 잘 지냈죠. 그나저나, 혹시 옵시디언님 오셨나요?"
"아뇨- 까마귀 도련님은 아직 안 왔습니다만. 그건 왜...?"
"오늘이 1년째 되는 날이라고 들었거든요."
"...허? 벌써 말입니까?"
"오닉스도, 옵시디언님도 꽤나 놀랐었는데, 대장님도 놀라시네요!"
"시간 참 빠르네요."
그렇게 잠시 놀란 상태로 있다가, 문득 옵시디언님이 과거에 오닉스에게 이야기 해 주었던 것이 문득 떠올라서 그걸로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생각이 들었어요. 옵시디언님의 말로는, 아직 대장님에겐 말하지 않았다고 하는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고보니, 대장님은 옵시디언님을 조금 특이하게 생각하고 계시잖아요?"
"정확히 어떻게 말입니까?"
"그러니까- 옵시디언님이 쓸만하니까 같이 친하게 지내는 척 하고 계시는 거잖아요."
"흠- 뭐, 일단은 그렇다고 치죠."
"사실 옵시디언님의 과거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부분이 신기한 지 궁금하군요. 오닉스, 말해 주시겠습니까?"
"여러모로 그렇게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오닉스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으니... 시작해 봐야겠죠!"
사실 이미 옵시디언님이 다 말하고 다니긴 했었지만, 과거의 옵시디언님은 지금처럼 활발한 모습이 아니라, 소심하고 주변에서 놀림도 많이 받는 그런 분이셨죠. 그런 과정에서 받은 놀림이 정말 한두가지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주변에서 놀리고 가고, 눈 때문에 악마라는 놀림도 받고... 그렇게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오닉스였으면 그 정도로 충분한 정신을 가지지 못했을 텐데...
"옵시디언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닉스는 못 버텼을 텐데..."
"이 몸도 그 당시엔 버티기 힘들었어- 게다가 다른 일들도 있었으니까."
"어떤 일인지 오닉스가 물어봐도 될까요?"
"물론이지. 잘 들으라구-♪"
저런 과정으로도 충분히 힘들었는데, 문제는 이제 여기서 더 심화되는 게 있었어요. 과거의 옵시디언님은 마땅히 힘이 강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변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주변에서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이용당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험한 일에도 이용당하고, 기껏 열심히 했더니 그렇게 부려먹은 존재들은 이득만 챙겨가고 정작 옵시디언님에겐 챙겨주는 것도 없이 황량하게 버려지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요?
"지금의 모습으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과거인데요..."
"그렇지? 어차피 이런 과거를 대놓고 말하고 다녀봤자 좋을 일도 없고."
"항상 웃고 다니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 건가요?"
"나름대로. 웃음이 다른 존재들을 행복하게 한다고 하잖아. 이 몸도 같이 행복해지고."
"아하..."
"시무룩하게 있으면 주변에서도 불행의 기운이 막 몰려온다-?"
사실 저렇게 한번에 긍정적으로 변하기에 쉽지 않은 일들을 많이 겪으셨는데도 어떻게든 이겨내신 걸 보면,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도 들죠.
"흐으음-"
"사실 다른 분이었다면 좀 슬펐겠지만, 옵시디언님이라서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그 도련님이라면, 항상 그런 모습이니 말이죠."
"그렇기에 나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하긴, 그 도련님이 우울해하는 모습을 상상하자니, 전혀 상상이 안 되는군요."
그렇게 대장님이랑 같이 옵시디언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저 멀리서 옵시디언님이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어요.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기도 하지만, 항상 저렇게 싱글벙글한 모습이 참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도감도 많이 들기도 했지요.
"이 몸, 등장! 다들 오랜만이지?"
"옵시디언님-!"
"언제나 활발한 도련님 아니십니까-?"
"그러게- 언제나 활발해야지!"
"정말- 보고 싶었다구요..."
"미안미안, 이 몸이 너무 바빠서 어쩔 수 없었어-♪"
옵시디언님도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대장님과 오닉스와 함께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어요. 물론 옵시디언님이 그 전부터 생각했던 말이 있었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이야기를 시작했죠.
"아마 오닉스에게서 들었겠지?"
"도련님이랑 저랑- 그거 말씀이시겠죠?"
"그럼그럼.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구-"
"참 신기한 관계인 것 같단 말이죠. 특히 도련님도 제가 도련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는 데다가 말입니다."
"그러게. 은근히 신기해. 크림슨은 날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는 거, 말이야."
"너무 그렇게 말하시면 저 섭섭합니다-?"
"워어- 너무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말고. 이 몸은 괜찮으니까."
진짜로 괜찮은 듯 피식 웃으며 미소짓는 옵시디언님.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지요.
"어쩌면 이 것도 대장님에게 이용당하는 것일수도 있는데요...?"
"정말 이 몸은 괜찮다니깐. 그 때와 지금은, 다른 게 있으니까."
"다른 것이요...?"
옵시디언님은 대장님과 오닉스의 어깨에 자신의 날개를 올려 어깨동무를 하곤 옵시디언님 쪽으로 저희를 끌어당기며 키득키득거리곤, 다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어요.
"그 때는, 이 몸이 하기도 싫었고, 그 녀석들에 대해 악감정밖에 없었으니까- 당연히 하기 싫고 그랬었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잖아?"
"...?"
"지금은, 이 몸이 크림슨을 좋아하니까- 그래서 이 몸이 먼저 친구하자고 했고, 크림슨도 일단은 그걸 받아준 거잖아. 그러니까 이 몸은 괜찮아."
"아아-..."
"나중에 이 몸을 버린다고 해도, 조금은 아쉽긴 하겠지만- 크림슨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같은 게 있을 테니 이 몸을 버리겠지."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도련님이 참 신기하군요, 하핫."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면 좋은 게 없어요-♪"
저렇게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참 힘들 것 같은데, 오히려 별 감흥이 없어보이는 저 모습이 지금 보면 존경스럽기도 해요. 과거에 있었던 일은, 과거에 묻어둔 채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비록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때까진 이 몸, 잘 부탁해-♪"
"도련님은 아직 쓸만한 분이니까요-♪"
"한번쯤은 대장님도 옵시디언님을 진정한 친구로 생각해 보는 건 어때요?"
"글쎄요-"
"너무 그렇게 강제로 밀어붙이진 말라구-♪ 뭐든지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거야-"
"그렇다면- 뭐... 옵시디언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사실,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긴 하죠. 오닉스도 자연스럽게 지내는 법을 어떻게든 터득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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