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서 엘리시온과 잠시 헤어진 뒤, 플루토와 오닉스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런데 돌아가는 중에 하늘에서 무언가 차가운 게 내 얼굴에 떨어지더니,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잔뜩 내리기 시작했다.
「...쩝, 다 젖겠네...」
어쩔 수 없지... 날씨가 괜찮아보여서 우산도 안 챙겨나왔는데, 누가 우산을 챙겨서 나와줄 리도 없으니까.
애초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온 곳인데, 누가 날 맞이하러 오겠어... 엘리시온은 이미 다른 곳으로 갔고, 애초에 엘리시온이 우산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그렇게 들지 않았고.
그렇게 비를 잔뜩 맞으며 걷다가, 문득 저 하늘이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 대신 울어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내가 운다고 해도 아무도 내가 울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우는 건 방금 전에 충분히 다 울었으니 난 괜찮다.
조금 더 걸으니 이제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지나가는 날 보며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바라보기만 할 거면 그냥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기분 더럽게 말이야. 내가 무슨 관심병 있는 존재도 아니고.
원래의 목적지에 도착하려고 할 때쯤, 바깥에서 날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지 오닉스가 나를 보곤 엄청나게 놀란 듯 뛰어와서는 우산을 씌워 주었다.
"옵시디언님...! 그렇게 비를 맞고 계시면..."
"걱정 마- 감기 안 걸려."
"그래도 오닉스, 걱정된다구요..."
"괜찮다니깐-..."
그렇게 오닉스의 부축을 받아서 플루토가 있는 곳으로 들어오자, 플루토도 오닉스와 똑같이 나를 보곤 엄청나게 놀라서는 다가오자마자 나를 껴안아주었다.
"지금 껴안으면, 플루토도 축축해질 텐데-..."
"괜찮다. 옵시디언 춥다."
"난 괜찮아-..."
"플루토 괜찮지 않다. 이대로 있어야 될 것 같다."
"플루토가 그렇게 말한다면... 따라줘야겠지...!"
사실 처음엔 내 축축한 몸이 플루토에게 전해져서 플루토마저 축축해지지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계속 이렇게 플루토가 껴안아주고 있으니 확실히 온몸이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몸이 차가운지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니...
오닉스는 나와 플루토의 모습을 보더니 이제서야 안심이 되는 듯 한숨을 내쉬곤, 많이 피곤해하는 모습이었다. 하긴, 내가 오랫동안 그 곳에 있었으니... 이렇게 같이 있어준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데, 피곤하게 만들어 버렸구나...
"...미안해. 내가 마지막까지 민폐네..."
"아니예요...! 오닉스, 즐거웠으니 괜찮아요!"
"그렇다면 다행이네... 피곤하면 가서 쉬어도 돼..."
"그럼... 오닉스 먼저 실례할게요."
오닉스는 정말 많이 피곤했는지 나른한 모습으로 방 안으로 들어가선 쉬는 모습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바로 잠들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조용한 숨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확실히 그렇게 느껴졌다. 피곤함이 정말 많이 누적되었던 걸까...
플루토도 그렇게 껴안고 있다가 날 기다리느라 많이 지쳤는지 그대로 나에게 기대곤 꾸벅꾸벅 졸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쓰다듬어주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휘젓는다.
"플루토, 절대 잠들지 않았다...!"
"...난 뭐라고 한 적 없는데...?"
"...그런가...?"
"잠깐 잠든 사이에 꿈이라도 꿨나보네- 히히..."
"그럴지도 모르겠다...♪"
"피곤하면 그냥 자도 돼-"
"조금 더 이렇게 있고 싶다!"
"플루토가 그렇게 하길 원한다면, 해 줘야지-"
언제나, 나를 좋아해주는 플루토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 나를 소중한 존재로 생각해주고 있다는 것에 고맙기도 했다.
처음에 나를 사랑하는 사이로 받아주었을 때, 겉으로는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얼굴만 붉혔지만... 지금은 무엇이든지 말하고, 행동으로도 보여줄 수 있게 될 정도로 오래 지내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있으니...
그렇게 있다가, 플루토는 내 체온을 느끼며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세 잠들어서 편안하게 눈을 감은 채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꿈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언제나 귀여워서, 자동적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게 된다.
생각해보면... 플루토는 실험 과정에서 자신의 기억이 전부 다 사라졌다고 했지. 처음에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왠지 그런 게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들이 들으면 그게 뭐가 부럽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만약 자신의 기억 속에 좋지 않은 악몽만이 남아있다면 차라리 플루토처럼 모든 기억이 사라져버리는 것도 크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플루토는, 지금의 삶이 과거의 삶보다 편하겠지...?」
연구소에서 실험당하고, 온갖 괴로움을 겪으며 지내는 것보단 나와 함께 지내는 게 플루토에겐 더 행복하고, 좋은 일일 것이다.
「나도 플루토처럼, 과거의 기억들은 모조리 사라져버리면 어떨까...?」
그렇게 조용히 혼잣말을 하는데, 마치 플루토가 내 이야기를 듣고 반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잠꼬대를 하는 것이었다.
"...아니다..."
"...으, 응...?"
"과거... 중요하다..."
"플루토... 지금 자고 있는 거 아닌가...?"
"..."
대답이 없는 걸 봐서는 확실히 잠꼬대인 것 같았는데, 그 잠꼬대가 왠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 과거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지금은, 과거를 생각하는 것보다... 플루토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해.
그러니까... 계속해서, 영원히... 플루토를 지켜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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