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알았겠어? 내 곁에 나를 좋아하는 누군가가 생길 거라고 말이야. 그래서 지금도, 이제 곧 만난지 2년이 될 예정인데도… 여전히 믿기질 않는다. 너무 믿기지 않아서, 고마울 정도였다. 굳이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항상 고맙고… 사랑스럽지.
예전부터 종종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물론 그렇게 혼자 있는다고 해도 그 생각이 변하질 않았으니 사실상 의미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냥 우울한 기분이 많이 들어서 그런가? 그럴 땐 오히려 누가 곁에 있는 게 좋을텐데, 그 당시엔 곁에 아무도 없었지.
요즘도 가끔씩 혼자서 이상한 말을 꺼내며 구석에 박혀있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플루토가 와서는 괜찮냐며 뒤에서 꼬옥 끌어안아주기도 했다.
"…옵시디언 괜찮나?"
"아, 응… 괜찮아…"
"얼른 기분 나아졌으면 좋겠다-"
"플루토가 있어주니까, 곧 다시 괜찮아질거야…♪"
"계속 있어줘도 되나?"
"괜찮다면, 계속 이렇게 껴안아줄래…?"
"끝까지 끌어안아준다!"
누군가의 온기가,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더라. 그래서, 플루토가 고맙다. 나를 따뜻하게 해 줘서.
…항상 다른 녀석들 뒤에서 돕기만 했으니까, 아무도 몰라주더라고. 내가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하긴, 앞에 있는 녀석들만 보이고, 그 녀석이 정말 다양한 일들을 해내니까 정작 뒤에 있는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겠더라.
그래서 내가 먼저 나서봤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항상 귀찮아하는 모습만 보이고, 무뚝뚝하게 반응하는 모습만 보였다. 그리고 어떻게 하든 결국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냥 조용히 있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무도 곁에 오지 않았지만, 장미 신사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운 듯 다가와서 나에게 말을 건네곤 했다.
"키네틱,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겐가?"
"…응? 아, 아냐… 그냥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어서…"
"과거의 생각이 자네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군."
"뭐, 그런 셈이지."
"너무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말게나.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테니 말일세."
"…그렇긴 하지. 장미 신사가 날 밝은 미래로 안내해 주고 있으니."
뭐랄까, 장미 신사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영원한 절망 속에서 계속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을까?
플루토가 계속 이렇게 껴안아주고 있으니까, 왠지 플루토에 대해서 여러가지 궁금한 점도 생겼다.
"플루토는… 나처럼 이렇게 괴로워한 적 있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연구소는 싫다."
"그렇다면- 연구소에서 나온 뒤 혼자 돌아다니는 삶이 많이 괴로웠을 것 같은데."
"힘들긴 했다."
"그래도 어떻게 잘 버티긴 했구나… 부럽네."
"옵시디언도 잘 버티고 있다!"
"…그런가?"
"이렇게 플루토와 함께 있어준다. 잘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구나…♪"
"걱정이 많으면 그게 더 힘들다-♪"
…맞네. 걱정이 많을수록 오히려 나 자신만 더 괴로워지고, 주변에 있던 존재들도 괜히 괴롭게 만드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조금씩 걱정을 덜어내야 될 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네.
워낙 예전부터 고민을 많이 가지고 다니던 몸이라서 그런지 한순간에 고민을 덜어낸다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이런 고민에 대해 어떤 상담과 같은 그런 도움을 받아본 적도 없었고. 그래서 혼자 다 떠맡아서 지금까지 지내다보니, 이렇게 걱정이 많은 몸이 되었다.
왠지… 궁금한 게 생각났다.
"장미 신사는, 나처럼 이렇게 깊게 생각하는 경우가 없는건가…?"
"있다고 해도 적어도 남들 앞에서는 하지 않을걸세."
"…그래도, 이런 고민은 공유하는 게 조금은 나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는가?"
"나도 이렇게, 장미 신사가 있으니까 조금씩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렇게 원래의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니까."
"흐음…"
"장미 신사도, 고민같은 게 있으면 나에게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다- 싶어서."
나 혼자만 도움을 받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 적어도 이렇게 서로 같이 여행도 하고 그러면, 서로에게 깊은 고민으로 남아있는 것도 조금씩 풀어가면서 그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어쩌면 그런 고민이 다음 여행지를 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예전부터 늘 계속 말하던 게 있었다. 하지만, 늘 말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안정되는 느낌이 들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꾸준히 말해주는 게 있다.
"…나랑 같이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그 말을 듣자, 플루토는 더욱 더 세게 꽈아악 안아주더니, 싱긋 웃으며 나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을 꺼냈다.
"플루토 받아준 옵시디언이 더 고맙다!"
"…에이, 그만큼 플루토가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었던 거라구-♪"
"이제 외롭지 않다!"
"응, 나도 이제 외롭지 않아서 좋아..."
"항상 곁에 있을거다!"
"그건 나도 똑같은 마음이라구- 내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도 없을거야…!"
플루토가 없으면, 내 삶은 공허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
"…이렇게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지만."
"키네틱이 걱정스러워하는 모습은 나도 걱정스러워서 그렇다네."
"이제 걱정 최대한 안 끼치려고 노력할 거야. 여행은 즐거워야지."
"아마 여행을 하면서 보게 되는 것들로, 키네틱의 걱정도 조금씩 줄어들 것이네."
"그렇겠지. 아니, 그렇지."
즐거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게, 어쩌면 나의 소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장미 신사에게만큼은, 나의 우울함과 절망을 건네기 싫었으니까.
"그럼, 다음 여행지로 안내해 줄 수 있겠어? 장미 신사."
"늘 그렇듯 바람따라 흙길따라 갈 것이라네. 잘 따라오게나, 키네틱."
"걱정 마셔. 어디로 안 샐 거니까."
장미 신사와 함께하는 여행은, 언제나 즐겁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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