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는 그 벼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신성둥지를 탐험하고 있었다. 사실 탐험을 하면서 마치 여행을 한다는 느낌도 가끔은 같이 느껴지곤 했다. 멸망의 길을 걸은 곳 치곤 꽤나 분위기가 좋은 곳들도 몇몇 있었으니.
벼랑을 돌아다니던 중, 무언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길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무언가 자신을 이 곳으로 오라는 것처럼 이끄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이 길로 오지 않으면, 영영 후회할 것이라는 그런 기운이 느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차피 잘못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들이 전부 탐험의 경험이 되지 않겠는가 싶어서 이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더 깊숙히 들어가본다. 그러자 특이한 모양의 등불이 있었고, 추가적인 행동을 취하자 이 등불이 불타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처음엔 그저 등불이 불타고만 있을 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진 않았기에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가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처럼 흙의 마을에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두 채의 건물이 생겼다.
...과연 이 건물은 어떻게 이렇게 빠른 시간에 만들어진 걸까? 내심 궁금하긴 했지만 이 곳은 이런 일이 한두번 일어나는 곳이 아니니, 뭐- 그러려니 하는 생각으로 넘긴다.
두 개의 건물이 생겼다. 그 중에서 유독 어디선가 본 듯한 생명체 두 마리가 양옆에 자리잡고 있는 건물의 안으로 들어가본다. 마치 이 안에 무언가 특별한 게 나를 맞이할 거라는 그런 강렬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거의 바로 앞에 어떤 악사같은 존재가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가자 악기를 연주한 채로 이렇게 말을 꺼냈다.
“으음... 단장님과 이야기해라, 으음.”
단장님이라? 일종의 극단같은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마치 무대처럼 보이는 꽤나 넓은 공간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무엇이 있다는거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무대의 중앙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붉은 등불들이 흔들리더니 두 개의 등불이 하나로 합쳐지자 그 사이에서 누군가가 등장하였다. 그러곤 나를 바라보며 환영의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군. 우리를 부른 이가 바로 자네였군. 만나서 반갑네, 친구. 나는 그림이라고 하네. 바로 이 극단의 단장이지.”
이 존재가 그렇게 다들 부르던 극단장인건가. 겉으로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심 신기하다는 모양새로 그림의 얼굴 쪽을 들여다보았다.
“등불에 불이 지펴졌고, 네 부름에 우리가 왔네. 우리의 의식이 치러질 멋진 무대를 선택했구먼. 지렁이와 뿌리가 버린 휴경지라니.
하지만 친구여, 네 역할은 이제 시작에 불과해. 등불이 타오를 때 너의 배역이 정해졌고, 우리의 계약은 진홍의 불로 서명되었지.
네 데뷔가 기대되긴 하지만, 우선 몇 가지 진실에 빛을 밝혀야겠어.”
...몇 가지 진실에 빛을 밝힌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그 모습을 보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설명하려고 했던 것인지 추가적인 이야기를 꺼내어 주었다.
“이 땅에는 내 동족이 흩어져서 내 종족 특유의 정수, 꿈속에서 타고 있는 불꽃을 수확하고 있다네.
내 동족들을 찾아내서 불꽃을 내게 다시 가져오면 경이로운 것들을 이뤄낼 수 있어.”
그 경이로운 것들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야기로만 들었을 땐 꽤나 흥미가 생겼다. 탐험하는 자에게 경이로운 것이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니.
그런데 그런 걸 어떻게 모을 수 있냐는 듯 이번에도 고개를 갸웃거리자 걱정하지 말라는 모습으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너무 걱정하진 말게, 작은 친구여. 이 일을 혼자서 해내야 하는 건 아닐세. 내 아이가 너를 불꽃으로 인도하고 그 불타는 정수를 모을걸세.
이 아이도 자네처럼 이 대작에서 중요한 역할이 있지. 함께해야만 내 동족과 불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야.”
그렇게 말하곤 마치 이 극단장과 비슷하게 생긴 어떤 생명체가 나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느껴졌다. 이 극단장이 말한 그 붉은 불꽃이.
이곳저곳 흩어져 있기에 빠르게 찾아내긴 힘들겠지만, 다시 한 번 그 지역을 탐험한다는 느낌으로 하나하나 모은다면 그 경이로움을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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