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녀석들에 비하면 내가 정말 이곳저곳 잘 돌아다니는 게 맞는 것 같아. 오죽하면 이렇게 다른 세계로까지 넘어오고 말이야. 나는 다양한 종족을 만나는 걸 좋아니까 이러기는 한데, 다른 녀석들은 아직 겁이 많은 것 같더라구. 뭐가 무섭다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지만.
이 곳의 풍경은 뭐랄까, 여러가지 느낌이 공존하는 느낌인지라 아직은 제대로 표현을 못 하겠다. 좀 더 둘러보고 어떤 느낌인지 말할 수 있겠는걸. 일단 좀 살펴볼까...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저 멀리 누군가가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왠지 호기심이 생겨서 가까이 다가가본다. 좀 더 가까이 가니까, 멀리서 보았던 것보다 엄청나게 큰 모습이라 정말 놀랐지!
“우오오- 크다...!”
내 말소리를 듣자마자 녀석은 뒤로 돌아보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고개를 아래로 숙이자 그제서야 찾았다는 듯 살짝 웃어보이는 모습이었다. 하긴, 내가 너무 작지?
“반가워요, 작은 친구.”
“이쪽이야말로 엄청 반가워! 그나저나, 기운이 없어보이네- 영혼이라도 갖다 줄까?”
일종의 사신으로서의 본능이랄까? 이 존재가 자신이 영혼이 필요하다고 말을 꺼낸 것도 아니었는데 마치 영혼을 필요로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내 말을 듣곤 살짝 갸웃거리는 모양을 취하더니 곧 말을 꺼내긴 한다.
“저를 위한 선물을 주시겠다는 건가요? 그대가 주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간에 감사하게 받을게요.”
“헤- 그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낫을 꺼내서는 나름대로 멋있는 자세를 취해보인다. 평소에는 내 키와 비슷하게 들고 다니지만 지금은 왠지 멋있어보이고 싶어서...라는 느낌으로 원래 크기로 들어보였다. 아마 내 키의 2배 정도 될 것이다.
“어떤 걸로 줄까? 원하는 거라도?”
그 말을 듣자 키 큰 존재는 살짝 고민하는 것 같다가 결정한 듯 나에게 말을 해 주었다.
“그대가 생각하기에 제게 어울린다 느끼는 영혼을 주세요.”
“좋아! 그럼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구-!”
괜히 이쪽 세계에서 이상한 녀석으로 낙인찍히면 귀찮아지니까, 으슥한 곳에서 녀석들이 오길 기다리다가 보이는 순간 낫으로 배어버린 뒤 영혼을 챙긴다.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영혼을 챙겼더니, 마치 의뢰를 받아서 일하는 것처럼 엄청난 영혼이 쌓였다. 아니, 의뢰 받아도 이 정도 양을 모으진 않는데, 그만큼 그 녀석에게 호기심이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키 큰 존재가 있는 곳으로 다시 와서는 영혼들을 잔뜩 보여주며 싱긋 웃어보였다.
“어떤 영혼을 좋아할지 몰라서- 전부 다 챙겨왔지!”
그러자 키 큰 존재는 정말 놀라운 듯 박수까지 치면서 나를 향해 칭찬의 말을 해 주었다.
“정말로 그대가 이렇게 모아올 줄은...”
“히히, 이 정도는 간단하지-”
“저를 위해 이런 일을 해 주시다니, 그대는 정말 친절하군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거 뿐이라구-!”
그렇게 싱긋 웃어보이다가 이제서야 무언가 깨달은 게 있어서 뒤늦게나마 얼굴을 긁적거리며 이야기를 꺼냈다.
“아, 맞아! 이 몸의 이름... 이 몸이라고 하면 좀 부담스럽나? 내 이름은 옵시디언이라고 해!”
“헤일로- 라고 불러주세요.”
“좋은 이름인걸- 나도 그런 멋있는 이름 가지고 싶었는데-”
“옵시디언님도 좋은 이름인걸요.”
“헤- 그런가?”
한번 더 싱긋 웃어보인다.
“반가워, 헤일로...!”
“반갑습니다, 옵시디언님.”
서로 인사도 했으니- 이제 어느정도 얼굴은 아는 사이가 된 것 같군!
“이 몸이 사신이라곤 해도- 무작정 아무나 데려가는 그런 흔해빠진 사신은 아니거든.
만약에 누군가가 널 위협한다면 이 몸에게 알려줘.
이 몸이 아주 그 녀석을 찢어줄 테니까!”
씨익 웃으며 꽤나 사악하게, 한편으론 안심하라는 듯 장난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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