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8 - [케로로/커뮤] - [모험가 AU - 옵시디언 / 플루토] City of Tears
내가 심연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심연도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말이 있지.
어쩌면, 그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그 때 눈물의 도시에서 만난 이후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서로가 서로에 대해 꽤나 많이 알아간 것 같기도 했다. 말도 편하게 할 정도가 되었으니... 그만큼 오랫동안 같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네.
우리 둘 다 한 지역을 집중적으로 탐험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기까지 워낙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라,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그만큼 길었다. 물론 언제나 쉬는 시간에는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아무래도 플루토가 있어서 그런걸까?
지도를 보다가, 문득 맨 아랫부분을 보고 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곳에도 잠시 다녀왔다가 눈물의 도시에서 쉬던 중 플루토를 만난 것이라서 아마 플루토는 이 곳에 대한 정보를 모를 것이다.
"플루토, 이 곳 알아?"
"...? 모른다. 위쪽까지만 봤다."
"분지까지는 봤다는 거구나-"
그럴만도 할 것이다. 분지의 아랫부분은, 평범한 방법으로는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니까. 아마 플루토는 아직 그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듯 보였다. 그렇다면, 내가 알려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정보는 공유하라고 있는 거니까 말이야.
"여기 이 끝자락 보이지? 여기에 어떤 표식같은 게 있거든. 그 표식을 찾으면 이 아래로 들어갈 수 있어."
"무섭다..."
"사실 그 표식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좀 바쁘고 힘들긴 하겠지만, 플루토라면 얻어낼 수 있을거야."
"도전해보겠다!"
"이 곳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라면, 우리들은 무엇이든 해내야겠지-"
그것이 탐험가의 자세일 테니 말이다. 어떤 위험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들은 탐험이자 모험이자 여행을 멈출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이 곳에 갈 수 있는 과정을 말해준 뒤 내가 여기서 겪었던 것들을 말해준다. 일종의 경험담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사실 이런 곳이 있다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어쩌다보니 발견한 곳이었어."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떻게 보면 좋은 기억이면서도, 다르게 보면 그렇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마 나뿐만이 아닌, 다른 탐험가가 이 곳에 도달하게 된다면 똑같은 느낌을 겪을 것이다.
사실 이 느낌을 플루토에겐 그렇게 겪게 해 주고 싶진 않았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겪을 수 밖에 없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겪는 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그나마 위쪽에 있던 곳은 밝은 느낌과 어두운 느낌이 공존하는 느낌이었다면, 여긴... 그냥 모든 게 다 어둠이었지."
"...이야기만 들어도 무섭다..."
"처음에는 흥미로웠어. 이런 곳이 있구나- 싶어서. 그런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뭔가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여서... 조금씩 공포스러워지긴 했지."
"꽤 깊나...?"
"생각보다 깊더라구. 나중에 다시 올라오려고 했을 때 꽤나 험난했던 걸 생각하면."
"아래에는 무엇이 있다?"
"그렇게 아래로 내려가서 바닥에 닿으면..."
정말 여러가지 기억이 있었지만, 기억나는 것부터 차근차근 이야기해준다.
"왼쪽과 오른쪽 길이 있는데 둘 다 무언가 특별한 게 있어."
"특별한 것...?"
"왼쪽에는 마치 누군가의 원혼이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오른쪽에는 자신이 순간적으로 검은 그림자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해. 그리고..."
"...?"
"그런 것보다 제일 인상에 남았던 게 있어."
...그 어떤 것보다 제일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것.
"그 곳의 아래에서는, 또다른 나 자신들이 반겨주고 있다는 거."
"...!?"
"아마... 이 지역을 탐험하다가 목숨을 잃은 존재들의 영혼들일까, 싶은 생각도 드네."
"까맣다...?"
"너무 까매서, 그냥 지나갔다가 그 그림자에 둘러싸일지도 모를 정도지."
"위험한 곳이다..."
"그래도, 나중에 어떤 걸 얻게 되면 그 존재들은 그저 가만히 있다가 사라진다고 기록에 남아있긴 하네. 아직 얻지는 못했지만."
그러다 문득 탐험을 하다가 발견한 종이에 적혀있던 어떤 말이 떠올랐다. 내 기억 속에서도 그 종이를 어디서 얻었는지 기억나는 게 없지만, 그 종이에 적혀있던 말은 인상적이었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속에서도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라는 문구였다. 그 장소를 생각하면, 그 말이 정확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심연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심연도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말이 있지. 어쩌면, 그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
"그런데, 조금 궁금한 게 있네."
"어떤 것인가?"
"내가 갔을 땐 그 그림자들이 내 모습과 비슷했는데, 플루토가 가면 그 그림자들은 플루토의 형상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더 무섭다."
"너무 걱정 마- 그 곳에 갈 정도면 플루토도 그만큼 강해져 있으니까, 그림자 정도는 문제될 것도 없지!"
"그렇다?"
"내가 그랬으니까!"
분위기가 무서울 뿐이지, 실제로 그렇게 강한 녀석들은 아니었다.
"언젠가, 그 곳에서 깨닫는 게 있길 바랄게."
그 심연 속에서 빠져나와 다시금 자신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자신이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그 심연 속에서 떠오르는 그림자가 되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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