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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일반

[도루루/기로로] ↑

잠시 볼일이 있어 집 마당을 벗어나 바깥 세상을 구경하러 나오게 되었다. 늘 똑같은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오늘은 날씨도 나름 좋은 것 같이 보인다. 살짝 구름이 끼어있어서 비가 내릴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고작 비 따위에 물러날 내가 아니지. 당당하게 비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길을 나선다. 목적지도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까. 물론 멀지 않다는 건 지극히 나 자신의 기준에서일 뿐이지만.

흠, 이 정도면 챙길 건 다 챙긴 것 같군. 왜 내가 이런 잔심부름을 맡게 되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오랜만의 바깥구경이니 바깥에 나온 겸 일부러 일을 좀 맡았다고 생각하기로 하고, 이제 다시 돌아가볼까. 아직까진 날씨가 괜찮은 것 같으니 얼른 물건들을 내려놓고 다시 바깥으로 나와 제대로 자유시간을 느껴보도록 하자.

돌아올 땐 물건들이 꽤 무게가 있어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물건 하나 흘리지 않고 도착했다. 심부름으로 시킨 물건들을 도대체 어디에 쓸 예정인진 모르겠지만, 분명 쓸모있는 곳에 쓸 것이라고 믿는다. 저 녀석들에게 제대로 무엇을 만든다는 걸 기대하기엔 이미 많이 늦었긴 하지만, 조금의 희망이라는 게 있으니까. 솔직히 이제 그 희망마저 없어지려고 하고 있긴 해도 별 수 있나….

그렇게 다시 바깥으로 나왔는데 어째서인지 아까 전보다 구름이 더 많이 끼인 것 같았다. 이번에는 정말 우산같은 걸 챙겨야 될 것 같은데, 다시 돌아가기도 그러니 그냥 이대로 바깥을 즐기기로 했다.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어디에선가 계속 샘솟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불길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역시 예상대로, 몇 분 지나지 않아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곧 엄청난 소나기가 내렸다. 다행히 주변에 잠시 비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이 있어서 그 곳에서 비가 약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지만, 강하게 내리고 있는 비가 언제 약해질 지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것도 없기에 계속 여기서 기다릴 수 밖에 없나… 이럴 줄 알았으면 정말 뭐라도 하나 챙겨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멍하니 비가 약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분명 많이 익숙한데, 누구의 기운인지 제대로 파악은 할 수 없는 그런… 오묘한 기분. 그러더니 곧 내 앞으로 어떤 생명체가 나를 향해 웃어보이며 두 손으로 잡고 있던 것을 나에게 내밀었다.


"선물."

"…도루루?"

"인사."

"이 곳에 내가 있다는 걸 어떻게 눈치챘지?"

"탐색."

"…어쨌든 이 우산은 잘 받겠다."


한 때의 적에게서 받는 도움이라, 솔직히 좀 어색하기도 했고 선물을 미끼로 한 싸움을 하는 건 아니었나 생각하기도 했지만 언제부턴가 도루루는 매우 순해진 것 같았다. 싸움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고, 오히려 친구로 남고 싶다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 때의 일이 여전히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건가.


"그나저나 갑자기 여긴 무슨 일인가."

"여행."

"여행이라… 네 녀석도 의외로 신기한 면이 있군."

"편견."

"겉모습으로만 자신을 판단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군. 조금이라도 기분 상했다면 사과하지."

"정상."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래서, 언제 돌아갈 생각인거냐."

"미정."

"머무를 곳은 정했는가."

"동행."

"…함께 하고 싶다는 거군. 그렇다면 받아들이도록 하지."


동행이라, 그렇다면 여행의 목적도 결국은 나였던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겠군. 오랜만에 강적을 만나 같이 수련이라도 하려고 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좋아, 잠시나마 내가 즐기는 일로 네 녀석을 즐겁게 해주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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