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오랜만입니다."
"...어, 네가 여기엔 무슨 일로."
"그냥 저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중이니까요. 여기서 만날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다시 만나자고 이야기만 했었지, 실제로 계획에는 없었기에 더욱 놀라웠던 갑작스러운 만남.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모습 없이 여전해보여서 나름 다행인 듯하다.
"그런데 제가 들은 것과는 다르게 혼자 계시는군요?"
"아, 잠시 마스터는 이 곳에서 할 일이 있다고 하길래 특정 장소에서 몇 시간 뒤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온 거니까."
"그렇군요. 그나저나 마스터라고 부르시는 걸 보니... 정말 깊게 다짐하신 모양입니다."
"...물론이지. 이제 마스터 이외에 다른 존재들을 마스터로 임명할 생각도 없으니."
"믿음직한 존재가 생기셨다니 다행이네요. 언제나 그 믿음, 계속 이어가시길."
"이렇게 우연히 만났는데, 잠시 이야기나 같이 하고 갈래? 아직 시간도 여유롭고..."
"좋습니다.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겠군요."
"네 이야기는?"
"저는 그닥 특별한 일이 없어서 말입니다. 선배님의 이야기는 저에 비하면 더 색다르고 특별할 것 같고 말이죠."
"...하긴, 새로운 마스터를 만나는 과정이 신기하겠지."
막상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풀어야 될 지 모르겠다. 그냥 너희들과 헤어지고 난 뒤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가르쳐주었다. 나름 사소한 일부터 우리들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지는 중요한 일까지 빠짐없이.
이야기를 듣던 코지카타는 싱긋 웃어보이며 흥미로운 듯 바라보았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으셨군요."
"처음엔 내가 이상한 로봇인 줄 알았다는데, 그 말이 이해가 되긴 하더라고."
"갑자기 로봇 하나가 식물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익숙한 광경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그 용기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이어진 거겠지."
"항상 뒤에서만 저희들을 보아오던 모습만이 기억나서 그런지, 앞으로 나서는 선배님의 모습이 상상이 안 됩니다."
"...뭐, 그런...가?"
그 당시엔 딱히 앞으로 나서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으니까, 뭐... 그렇게 느껴질만도 한가?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 코지카타의 눈에 나비 한 마리가 앉는 모습이 보였다.
"...어, 네 눈에..."
"네? 아...?"
눈동자를 살짝 위로 굴리는 코지카타. 나비를 보더니 왠지 즐거워하는 목소리를 흘려내듯 손을 나비 쪽으로 들어서 마치 보호해주듯 손동작을 취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며 내심 궁금했던 게 있었다.
"네가 나비를 좋아한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눈에 앉아있으면 아프다던가 그러진 않은건가...?"
"하핫, 이렇게 조그만 친구가 앉는다고 해서 제 눈이 얼마나 아파질 수 있을까요."
"...그런가? 아무리 봐도 조그만 녀석이라도 아플 것 같은데."
"그러는 선배님의 눈에도 나비가 하나 앉아있는걸요."
"...어? 뭐...?"
...정말이네? 언제 내 눈... 아니, 나는 얼굴이잖아. 어쨌든 위에 푸른 나비 하나가 앉아있는 모습이 살짝 보였다.
"...언제 여기 앉아 있었지...?"
"선배님도 이제 깨달으셨겠죠. 그렇게 아프지 않다는 것을."
"근데 내 눈과 너의 눈은 구조가 다르잖냐..."
"그래도 같은 눈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지 않겠습니까?"
그런가... 그럴지도... 음... 뭐, 딱히 반박할 근거도 없으니 그렇다고 믿어야지.
"이 나비들도 저희들에게 흥미를 가지고 날아온 거겠죠."
"우리들이 볼 게 뭐가 있다고..."
"원래 겉으로 보이지 않는 숨겨진 매력에 조금씩 이끌리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런가?"
"선배님도 선배님의 마스터를 그저 겉모습만 바라보고 이끌리신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
그래. 그게 사실이지. 겉모습 뿐만이 아닌, 무언가 알 수 없는 그런 이끌림에 다가간 것이기도 했으니까. 마치, 나를 이끌어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도 그 때의 그 기운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제대로 표현할 수 없지만.
"어떻게 보면, 선배님도 나비같으시네요."
"내가...?"
"선배님의 마스터가 장미인 것도 그렇고, 아름다운 향기에 이끌린 나비 한 마리... 꽤 어울리지 않나요?"
"나비라기엔... 좀 이상한 나비같은데..."
"나비에도 종류가 다양하게 있으니까요. 이상하지만은 않답니다."
코지카타는 싱긋 웃으며 내 얼굴 위에 있는 푸른 나비를 가리켰다.
"푸른 나비들 중에서도 유명한 나비가 있죠. 모르포- 라고 하던가요. 지금 선배님의 얼굴에 있는 나비도 어쩌면 비슷한 종류일지도 모르죠. 선배님은 그런 모르포 나비인 것이고, 선배님의 마스터는 향기로 곤충들을 이끄는 장미인 셈이죠."
"그래도 나비는 좋은 일을 하는데, 내가 하는 일은..."
"과거의 일을 지금까지 계속 이어서 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그리고 선배님이 과거의 일을 다시 시작하지 않도록, 마스터가 곁에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마스터가 있기에 내 불안정한 행동들을 바로잡을 수 있었고, 그런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는 걸 가르쳐 주었으니까. 마스터가 없었으면, 분명 나는... 과거의 나 자신으로 돌아갔을 게 분명하다.
"선배님이 할 일은, 이제 정해진 거네요."
"내가 할 일...?"
"선배님의 마스터이자, 향기로운 장미를 영원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켜내는 것이죠."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고."
눈으로 키득키득 웃듯이 모양을 그렇게 지어보인다. 코지카타도 그런 내 모습을 눈치챘는지 똑같이 웃어보였다. 역시 눈이 커서 그런지, 내 눈보다 더 감정을 더 풍부하고 자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선배님이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너희들도 잘 지켜냈는데, 마스터라고 못 지켜내겠냐."
"그렇죠. 오히려 마스터이기에 더 잘 지켜낼 수 있을 테지요."
"다른 마스터는 필요없어. 나의 마스터는, 지금의 마스터이자 형 뿐이야."
그런 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코지카타는 조금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과거에 얽매여 지금의 마스터를 놓친 채 깊은 늪으로 빠져들지 않길 바랍니다. 선배님이라면, 극복해낼 수 있겠죠."
...
"그럼. 물론이지. 나는 그렇게 힘없이 늪으로 빠져들지 않을 거야."
"역시 선배님다운 모습이군요. 항상 본받고 있습니다."
"...나 말고 나의 마스터를 본받는 게 어때?"
"글쎄요, 선배님이 그렇게 말하시니 생각해보겠습니다."
아직, 지금의 나는 미완성의 존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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