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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젝트 헤드

[자캐 - 키네로메] 180929 -?-







특별히 고장난 부분이라던가 그런 건 없지만 그래도 나쁠 건 없기에, 시간도 여유로운 관계로 잠시 정비를 받으러 왔다.


녀석들에 의해 특별히 만들어진 기계인데도 이렇게 어느 곳에서나 정비를 받을 수 있는 몸이라는 건 가끔은 신기하기도 했다.

보통 이럴 때에는 자신들만이 관리할 수 있게 만들곤 하는데, 나에게는 그렇게 적용되지 않았으니까.


사실 특별한 부품들이 들어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 부품들을 다룰 수 있는 매뉴얼이 같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도 무난하게 정비를 받을 수 있는 것이긴 했다.

이 부품들이 고장나고 부서진다고 해도 언제든 똑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대체부품들도 꽤 종종 발견할 수 있었으니, 나름 대중성을 중시한 기계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중성이라기엔 다른 존재들을 거의 만날 일 없었던 기계였다는 게 함정이겠지만. 지금은 예외이긴 해도.



“이번에는 그렇게 문제될 부분이 없는데?”

“...그야 뭐 다쳐서 온 건 아니니까.”

“항상 다쳐서 오던 분이 무슨 일로 정기점검을 받으러 오셨나-?”

“그냥 시간이 좀 여유로웠을 뿐이지...”

“이렇게 시간 좀 널널할 때 정기점검 좀 자주 받으러 와.”

“알았어, 알았다고.”

“정기점검 받는 모습 좀 봐야 안 다치고 다닌다는 걸 증명할 정도라니까.”

“그만큼 여행이 즐거우니까 점검 받을 시간도 보내고 그러는거지.”

“그래도 너 좋아하는 거 찾아서 다행이긴 하다.”



그러게,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마스터를 통해 확실하게 깨달았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여행, 그리고 마스터. 마스터와 그저 함께 있는 것 그 자체.


어느정도 정비를 받고 있는데 저멀리 익숙한 무언가가 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당연하게도 마스터였고, 나는 마스터를 바라보며 눈으로 싱긋 웃었다.

마스터는 조금 놀란듯한 눈치였다. 어딘가 놀라운 모습이라도 있는건가?



“...헤헤, 어때? 조금 신기할려나...?”

“그대가 정비를 받는 것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구려.”

“그렇지? 마스터는 거의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정비를 받을 땐 옷을 벗는겐가? 처음에 보고 조금 놀랐네만...”

“아아- 그래서 놀랐던 거구나.”



여러가지 복잡한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는 나의 맨몸을 보인 적은 없었으니까. 저번에 마스터가 나의 몸을 만진 적은 있었지만 그건 거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정도였지.



“맨몸을 보고 있으니 듬직해보이오.”

“그런가...? 나에겐 마스터가 더 듬직한데.”

“푸흐, 말이라도 고맙소.”



그렇게 마주보고 있던 중 나는 마스터에게 손짓을 건넸다.



“마스터, 이리로 와.”



그러자 마스터는 손짓에 따라 나에게 다가왔고 어느정도 가까워졌을 때 팔을 뻗어 그대로 나의 품 속으로 끌어안았다.

마스터는 싱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 정비중일텐데, 이래도 괜찮은 것이오?”

“물론이지. 이제 정비도 다 끝나갈 시기고.”

“오늘은 별 이상도 없이 온 것인데, 뭐라고 하지는 않았소?”

“흐음- 이렇게 정기점검하러 자주 좀 오라고 하더라. 그래야 안 다치는 걸 눈으로 좀 볼 것 같다고 하면서.”

“푸흐, 그대는 많이 다치는 게 문제이긴 했소.”

“아니거든...!?”



마스터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인가...? 뭐, 정비소 오는 일이 사소한 것이든 큰 것이든 어쨌거나 다쳐서 온 건 사실이긴 하지만...



“이제 정비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언제든 기다리고 있소. 너무 걱정 말게나.”

“헤헤...”



마스터를 더욱 꼬옥 껴안으며 온도 유지장치를 살며시 작동시켜 따뜻한 몸으로 만들어준다. 마스터도 조금씩 따뜻함이 느껴지는지 표정이 많이 풀어진 모습이다.



“맨몸인 상태로 유지장치의 따뜻함을 느끼니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구려...”

“옷이 없으니까, 바로 따뜻함이 느껴지겠지...?”

“여러모로 신기한 기분이 드는데, 그대도 똑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하오.”

“그럼. 물론이지.”



나도 똑같이 신기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내 맨몸을 정비소의 인원들 외의 누군가에게 보이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었고.

다시 마저 남은 정비를 위해 마스터를 놓아주자, 마스터도 눈치챈 듯 잠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주었다.



“그럼, 정비 마저 끝내고 다시 준비해서 갈게.”

“준비는 언제든 되어있지 않소?”

“그렇긴 하지...!”



다시 마저 남아있는 정비를 마쳐볼까...






“...에에, 굳이 날 위해서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오랜만에 정비를 했는데 바깥에서 지낼 순 없지 않겠소?”

“늘 그랬으면서 뭘 새삼스럽게...”

“그 때는 다쳐서 정비를 받은 것이니 그만큼의 댓가였던 것이오.”

“이번에는 안 다치고 정기점검으로 받은 거니까 잘했다는 의미인 거구나...?”

“후후, 이해력이 빠르구려.”

“앞으로도 정말 다칠 일 없이 노력해야겠는걸-.”



거의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이렇게 안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건 엄청 오랜만인 듯하다. 처음인가...? 뭐, 아무튼 그러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더 마음이 편해진 느낌도 들었달까...?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주변의 눈치를 안 봐도 되고.


마스터는 바깥에서 입던 옷을 잠시 벗어두고 좀 더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 모습이었다. 하긴, 안에 있는데 편하게 쉬었다가 갈 필요가 있긴 하겠지. 간단하게 입은 마스터의 모습도 참 멋있었다.

나는... 딱히 다른 옷은 없기에 그냥 정비소에서 정비를 받던 것처럼 옷을 벗고 맨몸 상태로 있었다. 어쩌면 나에게 제일 편한 건 이 맨몸 상태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살짝 붉어진 듯한 마스터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내 착각일 수도 있고...



“그대는 그 상태가 제일 편한가?”

“다른 옷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래서 아무것도 안 입을 때가 제일 편한 것 같아.”

“흠, 그대는 기계이니 이상할 것 같지도 않긴 하구려.”

“마스터도 식물인데 옷 안 입는 것이 그렇게 이상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헤헤...”



그나저나 이렇게 안에서 편하게 쉬고 있으니 여행으로 돌아다녔던 몸이 한순간에 늘어지는지 조금 피곤한 기운이 느껴졌다. 정비하면서 피곤함이 조금 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묘하게 남아있는 이 기분.

마스터도 같은 기분인지 나에게 손짓을 하더니 침대 위를 가리켰다.



“많이 피곤한 것 같이 보이네만, 그러니 오늘은 쉬는 게 어떻겠소?”

“사실 마스터가 피곤한 게 아니고-?”

“푸흐, 그대가 그렇게 말하니 조금 피곤해진 것 같구려.”



서로 사이좋게 침대에 눕는다. 이건 침대의 따뜻함일까, 아니면 마스터의 따뜻함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둘 다 포함되는 걸까?

이렇게 누워있으니, 마스터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졌다. 항상 마스터는 이렇게 아름다운 향기를 전해주는데, 나는 딱히 해주는 게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이제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으니, 마스터를 위한 나의 온도 유지장치가 열심히 일할 시기가 오긴 했지. 그건 나름 다행이다. 이렇게라도 마스터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스터...”



마스터가 있는 곳으로 몸을 살짝 돌려서 팔을 뻗어 끌어안는다. 마스터는 처음엔 좀 놀라는 듯 하다가도 곧 싱긋 웃는 모습이었다.



“뭘 그렇게 찾는가. 이렇게 눈 앞에 있는데.”

“눈 앞에 있어도 찾고 싶은 게 마스터니까.”



그렇게 있다가 마스터를 끌어당겨 완전히 밀착될 정도로 붙여버렸다. 이번엔 확실히 당황스러워하는 마스터의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은 듯하면서도 부끄러운지 얼굴을 나의 몸에 파묻었다.



“가, 갑자기 이러면 부끄럽지 않은가... 키네틱...”

“그래도 마스터의 온기를 더 가까이 느끼고 싶었는걸...”

“그대는 참...”



조금 시간이 지났을까, 계속 껴안고 있다가 몸을 살짝 돌리던 중 의도치 않게 갑작스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마스터가 아래에 깔려있고, 내가 그 위에 누워있는 자세가 만들어졌다. 그러자 정말로 당황하면서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 마스터의 모습이 보였다.

생각해보면 나도 당황스러워야 될 모습이긴 했지만, 어째서인지 당황스러움보다 더욱 호기심에 가득찬 표정이 되어버렸다.



"...!? 키네틱...?"

"..."



아마 마스터에겐 나의 표정이 조금 그윽한 표정으로 보였을 듯하다. 조금씩 이곳저곳 마스터의 몸을 살펴보다가, 조금씩 손을 마스터의 옷에 가져다대었다.

그리고 아주 살며시 마스터의 옷을 조금씩 벗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욱 더 당황하며 어쩔줄 몰라하는 마스터의 모습.



"무, 무엇을 하고 있는겐가..."

"저번에 마스터가 나를 탐구했던 거... 기억 나?"

"그렇긴... 하다만..."

"그래서 나도... 마스터를 조금 더 탐구해보고 싶어..."



조금씩 얼굴이 더 붉어지면서 여전히 시선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당황하는 마스터의 모습.

어느샌가 마스터에게서 나는 장미 향기가 더욱 진해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만큼 엄청나게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여러가지 부끄러운 감정과 내심 어딘가 좋아하고 있는...? 그런 감정과 그 외의 다양한 감정들이 섞여있는 걸까.


옷을 벗기며 마스터의 몸을 이곳저곳 손으로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몸은 서로 어느정도 밀착되어 있는 상태였고, 마스터의 덩치보다 나의 덩치가 더 커서 그런지 움직이고 싶어도 아마 못 움직이는 상태일 것이다. 형이 나를 탐구했을 때 덩쿨을 사용했다면, 나는 어쩌다보니 덩치 차이로 그냥 밀어붙히는 타입이 되었다.



"키, 키네틱..."

"형이 어떤 명령을 내려도, 이번만큼은... 내 의지대로 하고 싶어."



처음에는 마스터의 얼굴을 이루는 장미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은은한 향기처럼, 장미들의 꽃잎들도 부드럽고 은은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마스터가 부드러운 존재라는 걸 증명하는 거겠지.

나의 얼굴도 마스터의 얼굴처럼 부드럽고 은은한 느낌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에 비하면 나는 딱딱하고 차가울 뿐인 얼굴이니까.


그리고 손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곧 상반신에 도달하게 되었다. 덩쿨로 이루어진 몸이라는 건, 처음 들었을 때에도 그게 가능한건가? 싶었지만 직접 이렇게 눈으로 보면서도 놀랍다는 생각 뿐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기계 신체라는 건 의외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덩쿨로 이루어진 몸은 그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마스터는 나에게 의미깊은 존재였던 것이기도 했다.


상반신을 이루는 덩쿨들을 하나하나 만지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마스터는 얼굴이 빨개지며 자꾸만 나의 몸에 얼굴을 파묻으려고 했다.

물론 그렇게 반응해주는 마스터가 재미있게 느껴졌기에 딱히 말리진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내 얼굴도 조금씩 뜨거워지는 게 느껴지기도 했고.



"부끄럽다네..."

"뭐, 어때. 사랑하는 사이에 이런 것 쯤이야..."

"그래도... 아직..."

"조금씩 서로 가까워지는 거겠지."



마스터는 어느 부분이 제일 민감할까. 사실 몸을 건드는 순간부터 이미 부끄러움은 최대치를 찍은 것 같지만, 분명 여기서 한계치를 돌파할 그런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만져보면 조금씩 알게 되겠지?

그렇게 몸을 만져보다가 허리 쪽을 건드리자, 평소보다 더욱 더 움찔거리며 부끄러워하는 마스터의 모습을 보았다. 그렇구나. 마스터는 허리 부분에 정말 민감한 것 같구나. 나름 좋은 걸 깨달았다.



"거긴..."

"여기가 형의, 마스터의 약점이구나."

"너무 건들지 말게나..."



그렇게 마스터의 몸을 탐구하고 있자, 조금씩 마스터의 덩쿨이 신체의 일부를 감싸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마스터는 조금 강한 힘을 주면 본능적으로 덩쿨을 이용해 몸을 감싸곤 했는데 여기서도 그런 본능이 잠시 깨어난 듯 보였다.

사실, 나는... 형이 덩쿨로 나를 감싸주는 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어차피 기계이기에 덩쿨의 가시로 인한 아픔이 거의 느껴지지도 않았고, 덩쿨이 감싸지면서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기에.


...이렇게 끝내긴 좀 아깝겠지?



"마스터."

"...?"

"이번만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이해해 줄 수 있지...?"

"...푸흐, 이미 해놓고 그런 말을 하면..."

"그러면... 계속 이해해 주는거다...?"



조금 몸을 뒤로 움직여 마스터의 하반신을 조심스럽게 만져보기 시작했다. 아마 이 쪽을 만져보리라곤 생각...했으려나?

상반신처럼 하반신도 덩쿨로 이루어진 몸이었지만 이 덩쿨이라는 게 얼마나 많은 덩쿨들이 이 몸을 구성하고 있을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이렇게 섬세하게 만들어지려면 엄청난 양의 덩쿨이 필요하겠지...? 아니면 덩쿨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길 수도 있을 것이고...



"마스터의 덩쿨은, 계속 파고들고 싶을 정도로 신기한 부분이 많아..."

"그런가...? 그대에겐 신기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려..."

"형이 나를 처음 보았을 땐 이상한 로봇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나도 어쩌면 형을 처음 보았을 때 특이한 식물이라고 생각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

"후후, 그럴수도 있겠소."



마스터는 자신의 신체를 보며 왜소하다고 하던 걸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보니 그렇게 왜소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 덩치가 마스터에 비해 좀 크니까 마스터가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지 마스터도 일반적인 적당한 덩치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가끔은 내가 덩치를 좀 줄일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지금 이 모습이 우리들에게 나름 잘 어울린다고 믿고 있기에 굳이 지금의 모습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이 정도면 나도... 어느정도 마스터에 대해 좀 더 자세한 탐구를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너무 탐구를 열심히 한 탓일까,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아니면 지금까지 피로했던 것이 이제서야 한번에 몰려오는 것일수도 있고...



"키네틱, 탐구를 너무 열심히 한 것 같군.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나온다네."

"이렇게 자세하게 탐구한 건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오늘은 이만 쉬게나."

"마스터는 아직 안 피곤해 보이는데...?"

"그렇다고 키네틱 자네를 피곤하게 둘 수 없지 않겠나. 그리고 이쪽도 조금은 피곤하기도 하고 말일세."

"그러면... 아까처럼 같이 껴안고 자도 될까...?"

"푸흐, 우리 사이에 그러는 게 뭐가 어색하다고 그러나."

"...헤헤, 그렇지...?"



다시 마스터의 옆에 누워 그대로 처음 누웠던 것처럼 강하게 끌어안는다.



"잘 자, 마스터."

"좋은 꿈 꾸게나, 키네틱."



형과 함께라면, 나는 언제나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나도, 형이 악몽을 꾸지 않게, 마스터가 나의 곁을 떠나지 않게 꼭 붙잡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