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누비스.”
“마스터.”
그들에겐 사랑하는 존재가 있었다.
“아누비스는 저승을 안내한다고 하는데,
플루토는 내가 저승에 가지 않는 길을 안내해주네.”
검은 까마귀에겐 한 때 희망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절망뿐이었다.
“이런 전투병기가 어디가 좋다고...”
푸른 기계는 누군가를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계였다.
그렇기에 ‘보호’ 라는 것은 알지 못했었다.
“플루토는 아누비스, 나는 사신.”
검은 까마귀와 커다란 박쥐 날개를 가진 존재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서로가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우리들도 누군가에겐 죽음과도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무엇이든지 할퀴고 찢어버릴 수 있는 아누비스와,
무엇이든지 베어버릴 수 있는 검은 까마귀의 사신.
마치 그들의 만남은,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느껴질 정도였다.
“마스터도, 사실은 숨겨진 힘을 가지고 있지.”
푸른 기계와 붉은 장미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겉과는 반대의 또다른 모습이 그들의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그래도 마스터는 좋겠다.
또다른 모습이 나올 일이 정말 극도로 희박하니까.”
푸른 기계는 생각했다. 자신도 성격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을까, 라고.
마스터인 붉은 장미를 닮고 싶다는, 그런 푸른 기계의 생각이었다.
“내 부정적인 마음을 완전히 되돌릴 수 있었던 건, 플루토 덕분이야.”
아누비스는 그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마치 다시 기회를 주는 것처럼.
“...나는 여전히 지금도 기뻐. 마스터가 나를 여행 동료로 받아준 것이...”
붉은 장미는 푸른 기계에게 새로운 것을 입력시켜 주었다.
‘전투만이 삶의 전부는 아니다’ 라는 것을.
“새로운 것을 깨닫는 것. 그것이 나에게 중요한 것.”
고정된 관념을 깨트릴 수 있었음에도, 쉽게 버리지 못했던 푸른 기계.
붉은 장미가 있었기에, 조금씩 바뀌어갔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 정말로, 사랑해.”
사랑이라는 말을 꺼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검은 까마귀.
하지만 지금은 그 까마귀의 입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 날이 없었다.
“키네틱 디바이드, 새로운 것을 입력했어.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 이라는 감정이 입력되었어.”
그 누구도 푸른 기계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그리고 기계 깊숙히 새겨두지도 않았던 ‘감정’ 이라는 것.
붉은 장미와의 여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푸른 기계도 모르는 사이 자신에게 입력되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 중에서 제일 먼저 깨달은 것은, ‘사랑’ 이라는 것.
“그 무엇보다도 사랑스럽고 그 무엇보다도 멋있는 아누비스,
플루토를 위해 이 사신은 언제든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구.”
검은 까마귀는 결심했다.
항상 자신의 아누비스가 올바른 길로 이끌어줄 수 있도록,
그리고 자신이 그 아누비스를 올바른 길로 이끌겠다고 노력하겠다는 것을.
“전투병기 시절의 실력이 다 사라진 건 아니니까.
이 능력이 마스터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푸른 기계도 결심했다.
비록 과거는 잊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과거의 기억들을 발판으로 삼아 다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나에게 큰 선물은, 바로 플루토야.”
“...마스터가 곧 나에겐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선물인걸.”
검은 까마귀와 푸른 기계는 다른 것들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아준 존재 자체가 곧 선물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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