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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190116 -Keter-







헤- 미안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워낙에 준비할 게 많았던지라 일찍 오려고 했는데...

오히려 제가 더 늦어버렸지 말입니다.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그대가 이 분위기에 묘한 기분을 느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요.

이렇게 시끌벅적하고 스펙타클한 파티를 어디서 겪어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며 그대에게 다가가 먼저 이야기를 걸어보았지요.

작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며 저를 무서워하진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워낙에 초면인 분이 저를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아서,

혹시 그대도 놀라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다행히 웃으며 반겨주셔서... 더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서로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지며 이름을 알아가곤 했지요.



“이름을 들어도 괜찮을까요? 저는 오리온이라고 합니다.”

“저는 케테르 라크릭, 간단하게 케테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멋있는 이름이네요, 케테르.”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리온 님-!”



제가 늘 살아오던 곳에서는 다들 비슷한 모습을 가진 분들만 보아왔기에, 저는 그대가 더욱 신기하고 듬직하게 느껴졌답니다.

그대처럼 듬직한 분을 본 건 이 파티에서가 처음이었지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제가 칵테일도 직접 만들어드리고, 이야기의 폭을 점점 넓혀가곤 했지요.

그만큼 그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워낙에 남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거든요.

제 이야기를 남들에게 들려주는 것도 좋아하지만, 남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을 쌓아가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대는 가볍고 달달한 것으로 부탁드렸던 게 아직도 기억 속에서 떠오릅니다.

역시 시작은 입가심으로 가볍게 칠해주는 게 좋지요- 아하핫.


그렇게 한 잔을 만들어드리고,

제가 만들어드린 것을 좋아해주는 그대를 보며 더욱 기분이 좋아졌답니다.


다른 손님들이 제가 만든 것을 마시고 좋아해주는 모습을 볼 때도 기분이 좋았지만,

유독 그대가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니 평소보다 더더욱 기분이 좋았답니다.


다른 곳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기분이었지요.

그리고 그대가 저에게 센스가 좋다고 해주신 말을 들으며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 작은 눈들을 보며 호기심 가득한 모습에 직접 만져보라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대는 머뭇거렸었죠.


아마 부서질 것에 대한 걱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저였어도 그럴 것 같기도 할 거예요-

작은 눈들이 워낙 약해보여서 말입니다-


물론 제가 직접 그대의 손에 쥐어드리고,

저도 시범을 보인 뒤에 그대도 제 작은 눈 중에서 하나를 만질 수 있게 되었죠.


사실 그 때 그대에게 건네드렸던 그 작은 눈은...

제 작은 눈들 중에서도 정말 소중한 눈이었답니다.


남들이 보기엔 다 똑같은 작은 눈들이지만,

그 때 건네드렸던 눈은 만들어진 지 오래 되었는데도 여전히 잘 굴러가는 눈이었거든요.


시간의 흔적이 스며들어있는 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눈을 그대에게 건넬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 바다가 떠올랐던 그대.

실제로도 후에 그대가 질문을 해도 좋다고 했을 때 바다가 떠오른다고 했었는데 정말로 바다와 관련된 종족이었고, 직장도 바다에 있다고 하셨죠.


저는 바다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양한 매체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정말 기억도 나지 않는걸요.


제가 살아가던 도시는 바다와는 거리가 멀기에,

그리고 바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주변인이 없었기에...

그저 생각으로만 담아두었을 뿐 실제로 갈 계획은 만들어 볼 수 없었답니다.


하지만 그대를 알게 되고, 다시금 바다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고 계획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대가 특급 가이드를 약속해줄 수 있다고 했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상상할 수도 없을 겁니다...!


바다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많아지면, 제가 지내던 도시에도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대가 직장으로 다니는 바다에도 좀 더 많은 수익이 들어오겠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그 후에 음료인지 물약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제가 그대에게 다가가서 그대를 진정시켜 드리기도 했지요.

저는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즐겼지만) 그대에게는 아니라는 걸 모습만 보고도 알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대의 혼란을 좀 더 가라앉혀주고 싶은 마음에 고요하고 한적한 장소로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었죠.

조용하면 술도 더 잘 들어가고, 안주도 더 잘 들어가니까요! 아마도 말입니다?


제가 방향을 가리키려고 작은 눈들을 한 줄로 만들었을 때,

그대가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작게 웃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대는... 웃을 때도 누군가를 이끄는 그런 매력이 있더군요.

아하핫. 제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게 느껴지셨던 거겠죠?


분위기도 좋아진 겸, 그 전에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갔었지요.

바다에 대한 기억에 대해 좀 더 듣고 싶었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남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실제 경험을 만들어가는 타입이기도 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대가 일을 하면서 그만큼 그대를 귀찮게 하고 스트레스 받게 하는 일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지요.

확실히 매체에서 보던 것처럼 그런 일들이 상당히 많구나- 라는 걸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호기심에 무작정 다가가서 힘들게 하는 것이라던지,

분명히 지켜야 될 규칙인데도 지키지 않는 존재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던지...

정말 흔한 일인데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그런 일들 말입니다.


혼자서 그런 일들을 전부 맡으려니 힘든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혹시 저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좀 더 깊게 생각해보니 제가 도우지 못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 많은 눈들이 그런 상황들을 관찰하기에도 어렵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많은 눈들로... 그대를 도울 수 있다면 그것만큼 더 큰 기쁨이 있을까요?


제 작은 눈들을 보며 ‘저에게는 당신의 넓은 시야가 부러운걸요.’ 라고 그대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그대의 듬직함이 마음에 들었는데, 각자 서로를 바라보며 부러운 점이 있었던 것이군요.


생각해보면, 그대에겐 제 넓은 시야가 부럽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더 넓게 바라보며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는 건...

그대의 힘과 제 많은 눈이 힘을 합친다면 더욱 편하게 일을 하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저는 바다에서 다른 부업을 할 수도 있을 테니까 더더욱 즐거울 수 있겠지요.


바에서 일을 하며 제가 만든 칵테일이나 음료를 마시며 좋아해주는 분들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제 능력을 좋아해주는 분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제 능력이 직접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된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대는, 제 넓은 시야가 부럽다면서 제 능력을 좋아해 주셨습니다.

물론 제가 만든 칵테일도, 음료도 좋아해주셨죠.


그런 그대를 제가 어떻게 기억 속에 남기지 않고 저 멀리 버릴 수 있겠습니까?


제 능력을 좋아해주시고,

제가 바다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하니 자신의 기억들을 이야기해주고,

바다 안내도 해 주겠다고 선뜻 말을 건네준 그대.


그런 그대를 보며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 조금씩 마음 한 구석에서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제 능력이 그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는 언제나 그대의 곁에서 그대를 도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대가 힘들지 않도록, 그대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제가 힘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에헤헤,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늘 장난끼 가득한 존재가 이렇게 진지해질 수도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일지도...


다시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저는... 그대에게 좋은 기억, 그리고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또 그대가 힘들어하는 일들은 제가 대신 떠안아가고 싶습니다.


제가 그 힘든 기억들을 모조리 가져간다고 해도,

제 밝은 성격이 그 부정적인 기억들을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대와 함께 밤을 새며 그대에게서 바다 이야기를 듣고,

저는 제가 지내오던 도시 이야기를 그대에게 들려드리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중에는 그대가 저에게 실제 바다 안내를 해 주고,

저는 그대와 함께 제 도시를 안내해드리고...


분명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대와 함께하는 밤바다 구경, 그대와 함께하는 도시의 야경...

그리고 아직 많이 남은 그대와 함께할 수 있는 일들...

어떤 것이든 그대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이런 감정을 깨닫게 해 준 그대가 있다면,

분명 평소보다 더 서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를 생각하며 기다린다는 것을 느껴본 건 그대를 통해 처음 깨달았습니다.

그대가 모습을 보일 때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면서도 마음 속으론 그대가 언제 보일지 두리번거리며 내심 기다리고 있는 그런 제 모습을 깨닫게 된 것은 처음이었기에 조금은 신기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존재를 기다린다는 것은 이렇게 복잡해지는 감정이구나- 라는 것을 말이죠.

잘 지내고 있는지, 아무런 이상은 없는지...

정말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더랍니다.


파티는 이제 마무리되고 끝나지만,

그대와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고 싶습니다.


그대는 어떤 마음일까요?



그대를 사랑하고 싶고,

그대의 손을 잡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싶고,

그대의 품 속에서 따뜻함이라는 것을 느끼고 싶습니다.

그대가 일을 마무리하고 쉴 때, 제가 피로를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음료를 만들어 드린다거나,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쌓여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간다거나...

즐겁고, 심심하지 않은 그런 날들을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에헤헤- 너무 깊게 들어간 저만의 망상일까요?

아니면 그대도 한편으론 생각하고 있었던 내용일까요?


제가 그렇게 그대의 마음 속을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기에...

이렇게 용기내서 먼저 말을 건네보게 되었답니다.


제 용기를 그대에게 표현한 그 자체만으로도 저는 이미 마음이 편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더 용기를 내어보고 싶네요.



제가 그대를 사랑해도 될까요?

제가 그대의 손을 잡아도 될까요?

제가 그대의 품 속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제가 그대의 따뜻함을 느껴도 될까요?



제가 그럴 자격이 있을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그대와 함께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겪었던 날들보다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대가 저에게 이런 감정을 깨닫게 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주셨으니까요.


저도 그대에게 이런 따뜻함을 전해드릴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겁니다.


제가... 뭐라고 해야 될지, 이런 좋은 것들을 받기만 하면 너무 비겁하지 않겠습니까-!

서로 나누어가며 골고루 받아가는 거죠-♪



저는, 그대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대는, 저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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