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 다 장사꾼들의 수작이라고 그러긴 하지만-”
일부러 의도치 않게 사온 척 연기하는 까마귀와,
“뭔가... 다들 잔뜩 사는 걸 보고 호기심에.”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몰랐던 척, 주변의 시선에 이끌린 것처럼 연기하는 푸른 기계.
“나름대로... 이클립스 님에게 챙겨드리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깊은 우정을 위해 챙겨온 푸른 방패.
“발렌타인인지 뭔지- 그거 다 장사꾼 녀석들이 돈 벌려고 만든 거라니까! 그래도, 이 몸이 나름 돈 좀 쥐어주고 그래야지. 에헤헤...”
의뢰는 주변의 평판이 중요하기 때문에, 까마귀에게는 이런 날에도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는 듯했다.
주변에서 입소문이 퍼져야 그 까마귀에게 의뢰 요구가 들어오니까.
...그런데 기념일에 무언가를 잔뜩 사는 것도 의뢰에 도움이 되나? 그건 까마귀만이 알겠지만...
“한번쯤은, 이렇게 특별한 날을 챙기는 것도 좋잖아?”
그들에게는 발렌타인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날이 처음이니까. 이런 특정일을 챙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장미 신사에게는 그런 마음이 있었을진 알 수 없지만, 푸른 기계에게는 분명히 그런 마음이 있었다.
아마... 장미 신사를 사랑한 이후부터 푸른 기계는 줄곧 생각해왔을 것이다. 꼭 이 날을 챙길 것이라고.
“음... 친구 사이에서도 많이 챙기던데요?”
우정의... 뭐시기라고 하던가. 확실한 건 ‘우정의’ 라는 수식이 붙는다는 것이었다.
아마 푸른 방패도 그 이야기를 어디선가 듣고 챙겨주려고 했던 것일수도.
하긴, 초콜릿이라는 걸 꼭 사랑해야 선물할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어떤 걸 좋아할지 고민하면서 사는 것보단, 보이는 것들을 모조리 사서 하나씩 먹는 게 최고이지 않겠어-?”
그 까마귀는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보이는대로 모조리 사서, 나머지는 어딘가에 보관해두고 천천히 해치운다.
어쩌면 굳이 시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하는 애인과 더 오랫동안 지낼 수 있는 까마귀만의 방법일지도.
그리고 자본이 여유로운 것도 있을테고.
“마스터는 물을 빨아들일 수 있으니까, 액체 쪽으로 챙겨왔지.”
“에? 나? 나는... 눈을 입으로 바꿀 수 있잖아.”
고체와 액체를 골고루 챙겨온 푸른 기계. 나름대로 기계 나름대로의 생각을 굴려서 챙겨 온 것일테지.
본인만을 생각하는 게 아닌, 자신의 장미 신사도 생각하면서.
그 생각이라는 것이 참 다양한 생각이겠지만.
“...생각해보면, 저희들은 딱히 유기체 분들이 말하는 입이라는 게 없지요. 그래서 초콜릿 모형을 가져왔습니다. 굳이 꼭 먹어서 기념할 필요는 없잖아요?”
뭐... 꼭 먹어서 기념할 필요는 없지만 모형을 가져오는 것도 나름 이클립스에게는 어이없으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동안 바빠서 제대로 이런 특정 날짜 챙기는 거 별로 없었지-...”
“이제는 느긋하니까, 생각나는 날마다 꼭 챙겨줄거야!”
2017년, 2018년... 그 까마귀는 의뢰로 바빠서 어쩔 수 없이 넘겼던 날들. 그래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던 듯하다.
그렇기에 나중에 꼭 챙겨줘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마스터가 나에게 해 주는 것에 비해서 내가 마스터에게 해 주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한걸...”
사실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서로가 서로를 잘 챙겨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 실제로도 서로를 잘 챙겨주고 있지만 아직 그 푸른 기계는 마스터에게 제대로 챙겨준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미안함이 가득한 모양이었다.
완벽한 임무를 위한 전투병기로 만들어진 것에 의한 영향일까? 그래도 자체적으로 그런 완벽함을 줄여나가는 모양이었지만.
“이번에도 나름 홀로그램으로 사진을 남겨볼까요?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기념했다는 걸 기록으로 남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유기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도 이런 기념일을 즐길 수 있다며 자신있게 대답하는 푸른 방패.
뭐,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그들만의 즐길 방법이 있다면 충분히 그 방식으로 즐기면 되니까.
굳이 남들을 따라 할 필요까진 없다는 푸른 방패의 뜻이 담겨있을 것이다.
“필요하면 더 얘기하라구- 언제든 더 챙겨줄 테니까!”
“이 몸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리고 지금 내 눈 앞에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게 있으니까!”
언제나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강아지같은 박쥐와 함께하는 까마귀.
“이런 기념일들도 좋지만, 기념일을 같이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마스터가 더 중요한걸.”
자신의 과거를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과거를 역이용해 사랑하는 이를 지키는 푸른 기계.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이 있어서 즐겁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무언가를 챙겨줄 수도 있어서 기쁘기도 합니다.”
남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듬직한 푸른 방패.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애인과 친구를 지켜내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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