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시군요, 보스.」
「...그래.」
「저에게 넘기십쇼. 제가 할 테니.」
「네가? 갑자기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되는데.」
「어차피 맨날 야근하시느라 고생하셨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제가 하겠습니다.」
「뭐, 열심히 해 봐라.」
야근. 남들이 들으면 참 싫어하는 말이죠.
그런데 저는 야근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남들이 듣기엔 ‘쟤 미쳤나?’ 라는 소리를 듣기에 아주 충분하겠죠. 만약 제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도 똑같이 반응했을 겁니다.
...그게 예전의 저였다면 말이죠.
보스도 알다시피, 저는 잠시 군대에 다녀왔습니다. 아, 잠시라기엔 좀 길었나요? 뭐, 어쨌든 다녀왔지요. 거기서 참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고, 거기서 친구도 생겼습니다. 같이 달을 보며 산책을 하기로 했었죠.
...지금은 그 친구가 좀 바빠서 영 기회가 생기진 않고 있습니다만, 언젠가 휴가를 내던가 해서 같이 가긴 하겠죠.
언제는 그 군대가 마음에 든다면서 보스에게 참 싱글벙글했던 저였습니다만... 지금은 전혀 마음에 안 드는군요. 차라리 보스 밑에서 일하는 게 백배천배 더 낫습니다. 야근이 잔뜩 끼어있다고 해도 말이지요.
그 곳은, 저희들을 그저 장난감처럼 쓰는 곳이었으니. 필요가 없어지면, 당당하게 버리는 녀석들이었죠. 저도 거기서 버려졌습니다. 음, 이렇게 말하니까 좀 어렵나요.
...네, 뭐... 한 번 죽을뻔한 경험을 했으니까요. 아니, 죽을 뻔한 게 아니라 진짜로 죽었나. 뭐, 제가 알고 있던 중위님 덕분에 목숨은 다시 건져서 이렇게 보스 얼굴 다시 맞이한 것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그 곳에서 그걸 느꼈죠. ‘차라리 이렇게 죽을뻔한 고생을 또 할 바에야 보스 밑에서 다시 일하는 게 더 낫다.’ 라는 것을. 그래서 군대는 집어치우고 다시 보스를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를 다시 늘 그랬던 것처럼 맞이해준 보스도 참 고마웠습니다. 물론 그 때에도 보스는 일에 잔뜩 찌들어있는 모습이긴 했지만, 저에겐 어찌나 그 모습이 참 보스답다고 느껴졌던지 보스는 모를 겁니다.
뭐, 아예 부정적인 경험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 곳에서 좀 고생한 덕분에... 몸 쓰는 것 말고도 대충 머리를 굴릴 수도 있게 되었거든요. 사실 여전히 몸 쓰는 게 저에겐 더 낫긴 합니다만, 적어도 보스의 서류들에 민폐를 끼칠 정도는 아닐 정도로 머리도 좀 굴릴 수 있어졌습니다. 그건 곧 보스의 야근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하겠죠.
자, 그러니 일거리들을 좀 이 뼈가면에게 넘겨주시죠. 지금은 뼈가면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꼴이 되긴 했지만, 보스의 기억 속에 저는 여전히 뼈가면으로 남아있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제가 대신 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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