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해라- 오늘도 야근을 선물로 주겠다.」
「참 즐거운 조직입니다, 그쵸?」
딱히 싫은 건 아니지만요. 그동안 야근보다 더 지긋지긋하고 무시무시한 것들을 많이 거쳐와서 그런가, 차라리 야근이 낫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합니다.
물론 보스도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상당히 신기해하는 그런 분위기를 가끔씩 풍기곤 하더라구요. 하긴, 야근 좋아하는 사람이라니- 누가 평범하게 생각하겠습니까.
「어차피 할 것도 없을텐데, 뭐 좀 물어봐도 되나?」
「보스가 이상한 질문을 할 것 같지는 않으니까- 물어보십쇼.」
「...」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는 보스.
「도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냐.」
「네?」
「거기 군대 말이다.」
「엥, 보스가 그런 걸 갑자기 궁금해하시는 겁니까?」
「어차피 야근하면서 따로 할 말도 없었을 거 아니냐.」
「네, 뭐어-... 그건 그렇긴 해요.」
언젠가 제대로 꺼내고 싶은 이야기였기도 했으니, 마침 보스가 얘기를 꺼내주신 겸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볼까- 싶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좋았던 추억만 가득한 건 아닙니다만, 원래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으면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공존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지금 이 보스의 아래에서 일하고 있을 때에는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더라구요.
네, 뭐... 본론으로 다시 넘어가서, 어느 시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라떼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상한 말로 시작하진 말라고.」
「하하, 아시네요?」
「...도대체 뭐가 널 그렇게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인데.」
「글쎄요, 딱히 별 일은 없었는데.」
살짝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정말 별 일은 없었다는 걸 보였습니다. 흠,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일 자체가 별 일이긴 했지만 말이죠.
「그냥- 반전의 연속?」
「군대에서 반전이라는 것도 있나.」
「뭐,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정작 윗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더니만 알고보니 윗사람들이 저지른 걸 저희가 치우는 거.」
「글쎄. 뭐, 일단은 그렇다 치지.」
「하긴, 보스는 처음부터 윗사람 쪽에 있었겠네요. 부러워라.」
「그래서 결론적으론, 그 윗사람들이 참 마음에 안 들었다- 그건가?」
굳이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보스가 꺼낸 말이 곧 제가 말하고 싶었던 정답인걸요.
「적어도 윗사람이라면 충성심을 바칠 그런 게 있어야 되는데, 그 녀석들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허. 네 녀석이 그럴 정도면.」
「그리고 그런 윗사람들에게 제 힘을 쏟을바엔 보스의 밑에서 힘을 쏟는 게 몇백배는 더 낫다- 이 말입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온 거고.」
「보스가 저를 다시 받아주셨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아십니까-」
「...뭐, 그건 애초에 내가 다녀오라고 해서 갔다온 거잖냐.」
「하긴, 보스는 저희들을 일회용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으실 테니까요.」
「거기 그 녀석들은 그렇게 생각했나보군.」
「정-말 아주 뼈저리게 느끼고 왔지요.」
그 이야기들을 정말 하루종일,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꺼내버릴 수는 있습니다만 굳이 그러지 않는 것이 저에게도, 그리고 보스의 건강에도 좋을 것 같으니 알아서 절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그래도 결론적으로 그 곳의 윗사람들 마인드가 그닥(이 아니고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시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다른 곳에서 뭐라고 하든, 저는 보스의 밑에서 일하는 게 제일 편하고- 제일 마음에 듭니다.
이렇게 듬직한 보스가 있는데 굳이 다른 무언가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요?
「아, 맞다.」
「...?」
「확실히 총도 살살 맞으면 덜 아파요.」
「...진짜 아직도 그 이상해진 게 덜 고쳐진건가.」
「에-이, 보스도 참. 저도 가끔은 농담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요즘 네가 가면 없어진 이후로 뭐든지 다 진심처럼 들리는데.」
「가면은 없어도 예전 성격이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거든요- 지금도 따지면 꽤나 순해지지 않았습니까?」
「음, 그건 그런 것 같고.」
살짝 웃어보이며 보스 앞에서 보이는, 능글맞은 모습.
「언제나 즐거운 게 필요할 땐 이 뼈가면을 불러주십쇼-」
든든함과 즐거움, 그 모든 것을 갖춘 흔하지 않은 몸!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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