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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젝트 헤드

[키네로메] 190610 -대학AU-

 

 

 


 

 

"선배."

"아, 자네도 여기 왔는가."

"아무래도 기간이 기간이다보니, 자주 올 수밖에 없지."

"그런데도 시간이 안 맞아서 마주치진 못했나보구려. 허허..."

"그러게 말이야. 선배도 그 기간 때문에 여기 온 거지?"

"그렇다네. 이번에도 같이 공부하지 않겠나?"

"당연. 내가 좋은 자리를 알고 있거든. 거기로 가자."

"후후, 그러세."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인데도 은근히 입소문이 덜 퍼졌는지 항상 비어있는 공간이 있었다.

항상 혼자서 조용히 공부했었는데 오늘은 마스터도 있으니 좀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겠는걸.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는지 마스터는 나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나저나 자네가 마스터라고 부르지 않는 건 꽤 오랜만인 것 같소."

"아, 그거? 거기선 다른 녀석들도 있었으니까- 일부러 평범한 척 연기한거지."

"푸흐, 언제부터 그런 것까지 배웠소? 꽤 위장 실력이 많이 늘었구려."

"위장이라니! ...위장 맞나?"

"자- 어쨌든 자리에 앉게. 혹시라도 자리를 뺏길 지 모르니."

"워낙에 다른 녀석들이 찾지 않는 곳이라 그럴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마스터의 말이니까."

 

 

마스터를 먼저 자리에 앉히고, 그 다음 내가 그 옆자리에 앉으려...고 했는데,

그제서야 눈치챈 것.

 

 

"어, 마스터."

"음? 왜 그러는가?"

 

 

자연스럽게 마스터의 상의에 눈을 옮겼다.

 

 

"그거 야잠이야?"

"아, 그렇다네. 아마 자네는 처음 보겠구려."

"오오- 마스터가 그런 걸 맞출 거라곤 전혀 상상을 못 했는데."

"자네는 맞춘 적이 없는가?"

"왠지 맞춰도 자주 입을 것 같진 않아서, 그냥 넘긴 게 대부분이었지."

"아아- 그랬는가."

"근데 마스터가 그렇게 입고 있으니까, 왠지 나도 따로 하나 맞춰야 될 것 같다구."

"후후, 강제로 그렇게 맞추려고 하진 말게나."

"그래도- 마스터랑 같이 느낌 맞추고 싶은 건 많으니까. 주변에서도 뭐 커플이니 그러려니 할 테고."

"그런가. 생각해보면 자네도 은근히 그런 욕심이 많은 것 같구려."

"...그래? 그렇게 보이나...?"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평소에는 워낙에 공부에 치이고 다른 과제같은 것들에 치이느라 바빠서 그런 걸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긴 하지.

근데 이렇게 마스터랑 같이 있으면 뭐든지 다 맞춰보고 싶은 그런 욕망같은 것이 생기더라.

 

커플이면 다 그런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딱히 다른 커플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주변에서도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는 그런 자연스러운 일들이면 딱히 물어볼 필요 없을 테니까.

 

 

"음, 마스터는 공부 잘 되어가고 있어?"

"철학이라는 게 항상 다 비슷하지 않겠나. 복잡하고 복잡한 그런 굴레에 있다네."

"역시 과는 달라도 다 비슷한 건 비슷하구나."

"자네도 비슷한가?"

"이 쪽도, 복잡하고 복잡한 버그의 세계지."

"어디에나 복잡한 건 다 존재하는구려."

"그러게 말이야-"

 

 

어느샌가 공부 이야기로 넘어갔다가, 아무래도 공부에 찌들어있어서 계속 이 이야기에 빠져있기는 싫은지 다시 야잠으로 이야기가 넘어갔다.

사실 내가 야잠으로 이야기를 넘긴 것에 가깝기는 하다.

 

 

"마스터."

"그래, 물어보게나."

"내 신체에 야잠이 조금 어울릴까?"

"흠, 불가능할 게 뭐가 있겠나. 어울리는 건 일단은 입어보고 나서 결정하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가? 하긴, 다른 옷들도 입어봤는데 야잠이라고 못 입을리는 없겠지."

"그래서 자네도 야잠을 결정한건가?"

"아마도? 시간이 된다면 나도 한 번 생각해보려고."

"푸흐, 자네의 모습이 기대되는구려."

"정-말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겠지만- 그래도 보여주고는 싶은걸."

 

 

정말 말했듯이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마스터랑 같이 야잠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야- 뭐든지 다 할 수 있지.

일단은 공부부터 해결하는 게 낫겠지만 말이야.

 

 

아- 공부하기 싫다.

공부 안 해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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