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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바이던트 / 메카닉 베드로] 200929 (B side)

 

 


 

"꽤 피곤해 보이는데, 그래도 괜찮아?"

"걱정 말게나. 이 정도로 쓰러지지 않으니."

"그렇긴 하겠지만... 늘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위험하면- 알고 있지?"

"물론."

 

 

알고 있긴 하지만, 언제 내가 그대들을 부른 적이 있었던가. 항상 이런 쪽으로 걱정해줘서 물론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말일세. 동료가 있다는 건 이런 부분에서 나름대로의 안정감을 주는 것일테지. 각자 개성이 넘치는 동료들이라서 나름 마음에 드는구나.

 

그래도 최근엔 꾸준한 순찰 덕분이었는지, 그닥 위험한 존재들이 보이는 일은 별로 없었다네. 뭐, 내가 순찰을 시작하기 이전에 그대가 이 지역을 먼저 둘러보곤 처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지. 물론 그럴 때마다 그대가 자랑스럽게 말하는 모습을 보곤 했으니 만약 자랑하지 않는 날이라면 별 문제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그렇게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을 터득해가고 있다네. 과연 그대는 나를 보며 무엇을 터득하고 있을지 여전히 궁금하군.

 

 

순찰을 할 때마다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른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예전에는 가끔은 조금 순찰하는 과정이 지루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대를 만난 이후론 딱히 지겹다고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군. 그대가 이렇게 순찰에 대한 기분도 바꿔주고, 이야깃거리도 만들어주니 참 좋구나. 물론 그대는 그럴 때마다 나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것 같긴 하지만, 뭐- 그런 시선을 당해본 게 한두번이 아니어서 이제는 익숙한 것 같기도.

 

그러고보니 요즘은 나보다 그대가 더 바쁜지, 항상 그대가 오기를 기다리며 자연스럽게 부품을 정리하게 되는군. 별로 위험한 일에 빠진 적도 없는데, 왜이리 부품을 다듬는 일이 많아지는지... 참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것이 메카닉의 숙명같은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그대는 이런 부품을 다듬는 일이 있을까? 언젠가 꼭 물어봐야겠군.

 

 

순찰에 의한 피로는 딱히 쌓인 게 없었지만, 초소에서 사주경계를 할 때의 피로가 많이 쌓여서 그런지 가끔은 순찰을 하다가 꾸벅꾸벅 잠에 드는 경우도 꽤 없진 않았다네. 물론 어떻게 잠을 깨우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취하곤 했지만 어째서인지 그대를 기다리기 위해 이 곳에 있을 때에는 몰려오는 졸음을 참을 수가 없어지더군. 어쩌면 부품을 다듬는 것도 잠을 깨우기 위한 행동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가끔은 그런 행동으로도 역부족일 때가 발생하곤 한다네.

 

 

...아무래도, 오늘이 그 날 중 하나인 것 같군. 분명 부품을 손에 쥐고 있었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면 손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바닥에 부품이 놓여져 있고... 아무래도 떨어뜨린 게 아닌가 싶지만, 워낙 정신이 없으니 제대로 파악하기에도 어지러운 수준이군.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혹시라도 조금 구석진 곳에서 살짝 눈을 붙여야겠구나.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어디에선가 들리는 목소리. 이 익숙한 목소리는... 나의 주인인가? 잠시, 주인이 이 곳에 있을리가 없는데...

 

 

"...주인?"

 

 

아무래도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데, 자칫하다간 이 꿈이 악몽으로 변할 수도 있겠지만... 왠지 주인의 목소리가 살짝은 그리운 느낌도 드는구나. 그래서 가만히 희미한 실루엣처럼 보이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이었단다.

 

 

"...헛것을 보고 있나. 빨리 정신차려."

 

 

아무리 봐도 희미한 실루엣은 주인같지만, 한편으론 주인보다 차갑고 냉정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는 건... 역시 이건 꿈인 것이군. 그렇지만, 왠지 깨고 싶지 않은 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희미한 실루엣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와선 살짝 발로 차는 모습을 보였고, 그렇게 무언가가 자신을 툭 건드리는 느낌이 실제로 느껴지자 그제서야 잠에서 깨곤 비몽사몽한 모습으로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곳에는...

 

 


 

 

베드로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지.

 

 

"그렇게 잠들어있으면 가장 먼저 고장난다."

"...후후, 그럴지도 모르겠군. 그래도 나름 위치선정을 한 것이라네."

"다 보이는 데 무슨."

 

 

살짝 못마땅하게 바라보면서도 살짝은 걱정스러움이 담겨있는 그대의 말을 들으며, 역시 참 한결같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 그래, 어떤 것이든지 한결같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지. 특히나 그대에겐 그런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이니 말일세.

 

 

"요즘, 고철 너 엄청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다네. 항상 있는 일이니."

"...쓸데없이 까불지 말라고."

 

 

약간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아무렇지 않다. 그냥 살짝 어깨만 으쓱거리면서 그대를 바라보았지.

 

 

"하여간."

 

 

오늘도 나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것이겠지. 무슨 이야기를 해주면 그대가 마음에 들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