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조용히 다니시더니, 웬일로 제 부탁을 들어주셨습니까-?"
"...뭐,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헤에- 저는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만-?"
"아무튼, 왜 불렀나?"
"이 주변에서 좀 흥미로운 친구를 본 것 같아서 혼자 보기엔 좀 아까워서 말이죠-"
"..."
"아마 보면 제가 부른 걸 이해하게 될 것이지 말입니다-?"
그들은 실제로 서로 자주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치 이 곳에 이끌리기라도 한 것마냥 네르-노르의 부탁을 들어준 녹터너스였다. 글쎄, 이 주변이 어쩌면 녹터너스에게 큰 호기심이 있었던 장소였고, 마침 네르-노르가 이 주변에서 무언가 일이 있다고 하니 겸사겸사 네르-노르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조심스럽게 해 볼 수도 있을 법한 일이다.
아무튼, 그들은 함께 있으면 꽤나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위기가 풍긴다. 호탕하고 발랄한 분위기와 압도적이고 중압감이 넘치는 그런 분위기가 서로 섞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잘 녹아드는 것이 신기한 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튼 네르-노르가 앞장서서 그가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발걸음을 옮기는 녹터너스의 모습이다.
이 곳에는 어떤 존재들이 생활하고 있을까, 이 곳은 어떤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을까. 그들의 호기심이 바로 해결될 것 같진 않아 보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그런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늘 가득했다. 네르-노르는 그렇다쳐도 녹터너스가 그런 호기심이 있다는 게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전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메카닉이 이제는 전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있는 것에서 그런 호기심이 있다는 것이 마냥 이상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전투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는 늘 지긋지긋하고 환멸이 난다는 이유이긴 하지만, 그가 호기심을 잔뜩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존재는 일부러 자신의 모습에 맞게 대충 이유를 둘러대는 것이라고 생각할 법도 하다. 물론 그들은 그들만의 여행을 떠나고 있으니 그의 호기심을 알고 있는 존재는 별로 없을 테지만.
"흥미롭군."
"역시 그쪽도 호기심 많은 건 참 알아줘야 된단 말이죠오-"
"...시끄럽다."
"아무튼! 이 주변에도 재미있는 존재들이 많더란 말입니다-"
"네 녀석은 누구에게든 다 호기심을 가지고 있지 않던가?"
"그 중에서도 더 재미있는 존재들은 있기 마련이죠- 당연히!"
네르-노르는 호기심과 더불어 장난기도 많은 편이었다. 사실 여기서 갑자기 네르-노르가 일종의 저승사자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믿을 존재가 몇이나 될까?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네르-노르는 저승사자처럼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하거나 죽음을 맞이할 위기에 있을 때 찾아와서는 그 존재의 상태를 보고 저승으로 데려갈지, 아니면 다시 이승으로 보내줄지 결정하는 일을 하는 메카닉이었다.
그런 일을 하는 메카닉임에도 오히려 겉모습은 누가봐도 먼저 부서지고 작동이 정지될 것 같은 메카닉처럼 보이지만, 저승사자만의 특권같은 무언가가 있어서 그런 위험이 있을 것 같을 땐 자연스럽게 어둠 속으로 몸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나. 자세한 건 네르-노르 본인만이 알고 있는 일이겠지만, 네르-노르가 그런 것까지 흔쾌히 알려주는 편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영업비밀같은 건 존재하기 마련일 테니까, 이게 그 영업비밀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네르-노르 본인이 종종 영업비밀이라고 농담삼아 말하기도 하는데, 어디선가 들은 건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그렇게 마치 먹잇감을 찾아다니듯 주변을 둘러보며 이 장소의 풍경을 즐기는 두 메카닉. 그러다 가끔씩 네르-노르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튀어나가선 유기체든 메카닉이든 상관없이 잠시 시간을 보냈다가 다시 녹터너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그런 반복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네르-노르가 그렇게 튀어나갈 때마다 녹터너스는 네르-노르가 자신을 파악할 수 있는 반경 내에서 그럭저럭 자신만의 지식을 채워나가듯 주변을 둘러보곤 했다. 아무튼 각자 할 일을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고나 할까.
주변을 둘러보는 녹터너스의 메모리 속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들어가고 있을까. 네르-노르가 다른 존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어울리는 모습? 아니면 이 장소에 존재하는 건물들?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존재들이 서로 정겹게 발걸음을 나누고 있거나 어떤 이벤트를 열어서 즐기고 있는 모습? 그건 오직 녹터너스만이 알고 있을 일이지만, 적어도 그런 일들이 녹터너스의 메모리 속에 남을만한 인상적인 일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을 법한 일이다.
각자 하던 일을 하고 있던 중, 네르-노르는 갑작스럽게 녹터너스에게 싱글벙글한 모습으로 다가와서는 녹터너스의 옆을 톡톡 건드렸다. 그제서야 주변을 관찰하던 것을 멈추고 네르-노르에게로 시선을 옮기는 녹터너스.
"무슨 일이냐."
"다름이 아니라 당신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있지 말입니다?"
"...나에게?"
네르-노르는 역시 예상했다는 듯 큭큭 웃으며 그동안 그 존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냈던 일들을 간단하게 늘여놓는다.
"사실 저에게도 호기심을 가졌는데, 저 메카닉을 아냐고 물어보길래 흔쾌히 안다고 말했지요오-"
"그래서."
"저 메카닉도 멋있는 것 같다고, 혹시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냐고 하길래 의견을 물어보러 왔달까요?"
"...흠."
딱히 녹터너스도 그렇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진 않는 듯한 모습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자신도 이 주변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데 이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가 자신에게 호기심을 가지는 것도 마냥 이상하지만은 않은 일이리라. 그렇게 녹터너스가 고개를 끄덕거리려고 할 때 갑자기 네르-노르가 큭큭 웃으며 장난스레 한마디를 꺼낸다.
"그거 알아요? 저기 저 친구, 몸이 엄청 좋답니다?"
"...네 녀석은 은근히 몸을 잘 보더군."
"몸 좋은 게 뭐 어때서요! 당신도 몸 좋잖아요-?"
"하아, 뭐... 그래."
"같이 몸 자랑이나 하러 갑시다아-"
"몸 자랑 아니다. 아무튼 이야깃거리론 좋겠군."
네르-노르를 약간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도 곧 만나게 될 새로운 존재에게는 나름 부드러운 눈빛을 지어보는 녹터너스. 과연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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