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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픽카 / 헥토르] 211123

 


2021.11.23 - [메카닉] - [이클립스 / 아이기스 / 헥토르] 211123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첫 단속.

 

 

"앞으로는 주의 부탁드립니다. 이런 건 좋지 않아요."

 

 

아이기스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온화한 성격으로 유기체들의 범죄와 같은 것들을 단속하고 있었다. 물론 단속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반항하는 유기체들은 엄중하게 방패로 살짝 머리를 쥐어박듯 내리쳐서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등 다소 엉뚱한 면도 있었지만 적어도 그것이 아이기스에겐 유기체를 위험하게 만들지 않고 제압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방법이리라.

그리고 유기체에게도 그 행동이 잘 통하는지 어느새 방패를 들기만 해도 유기체들은 반항하던 것을 멈추고 순순히 아이기스의 단속을 받아들였다. 아무리 방패라고 한들 아이기스가 가지고 다니는 방패의 크기나 무게를 생각하면 반항을 멈추는 것이 마냥 이상하지만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여어- 그건 너무 선을 넘은 것 같지 않아? 그러면 안 돼-"

 

 

헥토르도 늘 그래왔던 모습 그대로 참 활기차고 적극적으로 유기체들의 단속에 나섰다. 누가 보면 저게 단속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참 활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활동적인 움직임이기에 남들이라면 놓쳤을지도 모르는 일들을 아무런 문제 없이 잡아내는 것을 보면 꽤나 효과가 있는 것일지도.

특히나 헥토르는 처음부터 유기체를 모티브로 하여 몸의 움직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메카였기에, 사실은 단속에 최적화된 메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헥토르도 이 일이 마음에 드는 듯 보였지만, 역시 마음 속으로는 이런 것도 오래 하다보면 피곤해져서 차라리 지금처럼 여행을 다니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 있을 것이다.

 

 

"나름 나쁘지 않은 듯 하네요. 그렇죠?"

"그렇지? 마침 이렇게 된 거, 여기에서 좀 오랫동안 머물렀다가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걸."

"...머무를 공간은 알아보긴 했냐?"

"사실 알아보았답니다. 이클립스님과 좀 더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도 있어서요."

"뭐... 그러든지. 심심하진 않겠네."

"야호! 이클립스의 허락도 받았으니, 더 신나게 즐기고 단속도 해 볼까!"

"단속이 신난다고 하는 건 너밖에 없을거다."

"아무튼! 다시 하러 가볼까!"

 

 

아이기스도, 이클립스도... 그런 헥토르의 에너지를 완전히 감당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인지 이클립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아이기스는 그저 웃으며 그런 헥토르의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헥토르는 다시 즐거운 발걸음으로 유기체들을 단속하러 나섰다.

 

그렇게 유기체들을 단속하던 중, 저 멀리서 은은하게 보이는 푸른 빛의 무기체를 발견했다.

 

 

"어라라, 우리들 말고도 다른 무기체가 있는건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헥토르는 바로 달려가서 그 무기체를 향해 몸을 숙였고, 그 무기체는 순간 조금 둘러보듯 헥토르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 분명 헥토르가 갑자기 몸을 숙이고 얼굴을 들이미는 것에 당황했을 법도 한데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는 모습에 헥토르는 내심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갑습니다. 처음 보는 얼굴인 듯한데..."

"헤헤, 반가워! 이 곳에서 우리들 말고 다른 무기체를 보는 건 좀 처음인데."

"다른 무기체라는 건..."

 

 

그 무기체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곧 다시 말을 잇는다. 마치 이미 다른 무기체들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이클립스씨를 만난 적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마침 이클립스씨를 보러 가던 참이었습니다만."

"어라, 이클립스를 알고 있는거야? 나는 이클립스의 친구 겸 동료쯤 되는데."

"친구 겸 동료라, 그러면 아이기스씨도 알고 계실 것 같고... 반가운 분이시군요."

 

 

그 무기체의 얼굴처럼 보이는 곳에는 그를 상징하는 마크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는데, 마치 그 마크가 웃고 있는 듯 목소리에서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혹시 그쪽은 이클립스랑 어떤 사이야? 선배? 아니면 담당자?"

"선배라 하기엔... 제가 이클립스씨보다 미숙해서 그리 말하긴 조금 부끄럽군요. 동료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무기체의 말에서부터 이미 헥토르는 이 무기체는 상당히 겸손함이 넘치고, 그 겸손함으로도 충분히 이클립스보다 능숙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무기체의 말에 큭큭 웃으며 손을 뻗었고, 그 무기체는 자연스럽게 그 헥토르의 손 위에 올라타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마 헥토르의 입장에서도 아이기스나 이클립스가 이렇게 한 번쯤은 해 주었기에 자연스럽게 올라타는 것일까, 생각하고 있을지도.

 

 

"당신은 어떤 분이신가요?"

"이쪽도 동료라고 할 수 있겠는걸. 뭐, 사실 내 마음 속에선 친구나 다름없지만!"

"하하, 그렇다는 건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거겠죠. 아마 이클립스씨가 친구라는 것에는 조금 낯설어해서 조금 불편하진 않으신지요?"

"별 문제 없었는걸. 이클립스도 우리들을 친구까진 아니더라도 충분히 동료라고는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그렇겠죠. 이클립스씨가 큰 문제를 끼치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동료라고 하면서도 사실은 이클립스의 관계자나 다름없을 것 같은 모습에, 역시 이클립스에겐 좋은 친구들이 많구나- 라고 생각하며 먼저 소개하듯 말을 꺼내는 헥토르의 모습이었다.

 

 

"인사가 좀 늦었네. 나는 헥토르라고 해. 그 쪽은 어떻게 부르면 돼?"

"픽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헥토르씨."

"만나서 반가워! 아이기스나 이클립스는 왠지 알고 있을 것 같으니까- 앞으로도 우리 다 함께 사이좋게 잘 지냈으면 좋겠네."

"분명 그럴 겁니다. 함께 있으면, 적어도 말썽을 부릴 존재는 없어 보이니까요."

"내가 제일 말썽꾸러기에 가깝긴 하지만, 얌전히 잘 지내볼게. 히히."

 

 

손 위에 있던 픽카를 조심스럽게 어깨에 앉혀주곤, 발걸음을 어디론가 옮긴다. 사실 이미 발걸음은 이미 정해진 듯 망설임 없이 묵직한 발소리가 이 공간을 울려퍼지게 하고 있었지만.

 

 

"이클립스 보러 간다고 했지? 그럼 같이 가자!"

"단속을 하고 계셨던 것 같은데... 괜찮으신지요?"

"걱정 마- 이 곳에서의 일은 어느정도 다 마쳐뒀으니깐!"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신나는 발걸음으로 아이기스와 이클립스가 있는 장소로 돌아가는 헥토르와 픽카의 모습이, 꽤나 신나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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