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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녹터너스 / 베드로] 210313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누군가와 함께 협력하며 지낸 기억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협력한 적 있었던 건, 나와 비슷한 체격의 메카닉들. 그들을 제외하곤 다른 존재들과는 협력한 적도,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도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만큼 홀로 조용히 성장하며 길들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와중에도,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존재들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막연히 숨어다니며 나의 일을 수행하진 않았던 것 같다. 막상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내 이름을 알려준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어떤 수단같은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넘겼다.

 

 

늘 일상에 가까운 날을 보내던 중, 저 멀리서 바람이 부는 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어떤 존재를 보았다. 인간은 아닌 것 같고, 지금까지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새로운 종족의 존재인가. 왠지 모를 알 수 없는 호기심에 묵직한 발걸음을 그 존재를 향해 옮기기 시작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이런 다양한 종족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이렇게 새로운 종족을 목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도록 처음부터 설계된 것인지. 아무튼 지금은 딱히 그것이 큰 중요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조금은 본능에 따라 몸을 숨기며, 날렵하게, 하지만 묵직한 느낌은 여전히 느껴지도록 그 존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그 존재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곤 살짝 흠칫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고, 그런 모습에 나는 꽤나 흥미로운 듯 짧은 소리를 내며 말을 꺼냈다.

 

 

"...나를 무서워하지 않는군."

"그럼요. 모든 존재는 신 앞에서 평등하니까요."

 

 

그 존재의 대답에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였다. 신이라, 그런 게 있었던가. 하지만 누군가가 신에 대해 굳게 믿고 있다면, 그 믿음을 굳이 박살내고 망가뜨릴 이유도 없다. 오히려 그 신에 대해서 더욱 강인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돋구어주는 것이 더 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신이라."

 

 

문득 저번에 같이 협력한 적 있었던 어떤 메카닉이 생각이 났다. 목에 십자가 장식이 달린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런 것이 신과 관련된 무언가라고 얼핏 어디선가 들었던 것이 문득 메모리 속을 지나간다. 역시 아직 내가 모르는 것들을 누군가는 이미 실천하고 있구나, 라며 혼자서 곰곰히 생각하다가 그 존재를 보며 말을 꺼냈다.

 

 

"저번에 우연히 협력한 적 있었던 메카닉이 목에 십자가를 걸고 있었다. 그런 것도 관련이 있는가."

"그렇겠지요. 물론 확실하게 확답은 못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가능성은 있을 테니까요."

"...그렇군.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서, 이런 것들이 신기하다."

"원래 다 그런 것이랍니다. 신은 모든 존재들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지 않으니까요."

 

 

처음부터 모든 것이 완벽한 존재는 없다, 라. 주변에서 나를 보며 말하는 것이 있었는데, '메카닉은 무엇이든지 다 알고 있을 것 같다' 라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지만, 일부러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척 연기라도 할 수 밖에 없었던 적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며, 다시금 그 존재의 말에 공감하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에게서도... 벌써부터 꽤나 많은 것을 배웠군."

 

 

그렇게 말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혹시라도 내가 너무 커서 그 존재가 나를 바라보려고 조금 고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살짝 몸을 크게 숙여 눈높이를 맞추곤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흥미롭고, 친절한 존재군. 너는."

"형제님이야말로, 친절하신걸요."

"지금까지 그런 말은 들어본 적 없었는데."

 

 

조금 낯선 기분에 날카로운 손톱을 살짝 뭉툭하게 만들어 얼굴을 긁적거렸다. 그런 모습에 싱긋 웃어보이는 존재는 무언가 더 부드러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만나서 반갑다."

 

 

원래 인사부터 하는 것이라고 어디선가 듣긴 했지만, 지금까지 누군가를 만난 적이 없었으니 이런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뒤늦게 깨닫곤 살짝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곤 말을 꺼냈다.

 

 

"나는, '녹터너스' 라고 한다. 아무쪼록, 친하게 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군. 그런 의미에서..."

 

...

 

"...네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나?"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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