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오는 건 오랜만인 것 같네요."
"그러게 말이야- 그만큼 우리들이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녔다는 거겠지?"
아이기스와 헥토르는 오랜만에 이 장소에 다시 발을 들였다. 이 장소의 분위기가 다시 오고 싶게끔 이루어진 것도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목적은 그들의 친구를 만나러 온 것일 터. 물론 그들이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존재는 과연 아이기스와 헥토르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을진 여전히 모르는 일이지만, 아무튼 두 명이 친구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고 그 존재도 딱히 거부감을 보이진 않아서 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듯 보였다.
주변을 둘러보며 그 존재의 위치를 확인하는 아이기스와 헥토르. 아무래도 그들과 비슷한 체격과 키를 가지고 있기에 발견을 하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쉽게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만큼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귀찮아해서 어딘가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역시 조금 더 둘러보는 게 좋겠는걸."
"그래도 멀리 있진 않을 겁니다. 그 분의 기운이 느껴지니까요."
"어라라, 너도 느끼고 있었구나?"
"못 느끼는 게 이상하겠죠? 하하."
머지 않은 곳에서 발견한 그 존재. 사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기보단 그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투덜거리면서 주변을 정찰하듯 둘러보고 있는 것이었지만, 그 위치가 조금 외진 곳이어서 한눈에 바로 파악하기엔 어려운 곳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그들은 그 존재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여어!"
"...뭐냐, 오랜만이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보다시피. 이런 귀찮은 일만 빼고."
그들에겐 참 익숙하면서도 늘 한결같이 멋진 모습을 뽐내는 존재, 이클립스. 그는 늘 이 곳에서 유기체들의 범죄와 같은 것들을 단속하는 일을 맡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물론 유기체를 싫어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이 일이 정말 짜증나고 귀찮은 일이겠지만, 그의 관계자나 연구원들이 시키는 명령과도 같은 것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 투덜거림을 받아주는 것은 아이기스와 헥토르의 몫이지만, 그들은 그런 이클립스의 투덜거림에 위로해주듯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언제나 진심인 모습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평온해보여서 좋네요."
"너희들이 오기 전까지 정말 귀찮은 일들이 잔뜩이었는데, 내가 미리 뒷처리해줘서 다행인 줄 알라고."
"그럼그럼- 늘 고마운 친구니깐!"
"...그러든지."
이클립스는 그들이 '친구'라고 말하는 것에 늘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이클립스가 유기체를 싫어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이기스나 헥토르와 같은 무기체만을 무작정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으니. 그들도 그런 이클립스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늘 한결같이 친구라고 부르는 것이 어쩌면 신기하고 대단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들은 별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사실 겉으로는 무덤덤하게 반응해도 종종 이클립스가 그들과 같이 있을 때 나름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낼 때가 종종 있었으니, 그렇기에 그들이 계속 친구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너네들은 언제봐도 참 신기한 녀석들이란 말이지."
"어떤 부분 말씀이십니까?"
"저 귀찮은 유기체 녀석들이 뭐가 좋다고."
"헤에, 재미있잖아? 유기체 녀석들만의 행동이 관찰하는 재미가 있거든."
"...여기서 단속하고 있으면 과연 그런 소리가 나올까 싶지만."
"흐음, 그런가요?"
아이기스와 헥토르는 서로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이클립스의 말에 꽤나 진지하게 결심한 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러면 저희가 단속을 해 봐도 괜찮을까요?"
"...엥?"
"솔직히 너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우리들이 유기체를 단속한다면 말이지."
"뭐..."
이클립스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도 두 눈을 잠시 뜨며 아이기스와 헥토르를 둘러보듯 시선을 옮겼다. 아이기스와 헥토르가 믿음직스럽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름 이클립스의 마음 속에서는 '저 녀석들이 있으면 나름 일거리가 줄어들 테니 나쁘지만은 않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을 듯한 그런 느낌의 눈빛이었다.
"할 거면 해봐도 되고. 다른 녀석들도 이해해 주겠지. 아니, 오히려 좋다고 할지도 모르겠네."
"그래? 그럼 지금부터 바로 해 볼까!"
"이런 것에도 늘 적극적이네요."
"저 녀석이야 뭐 저렇게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게 늘 일상 아니겠냐. 그리고 저런 모습이어야 좀 안심되고."
"하하, 이클립스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모양이군요."
"다 똑같이 생각할걸. 아무튼, 일하러 가볼까. 너희들에게 맡긴다."
"맡겨만 달라고-"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남에게 막 맡겨도 될까, 라고 생각할 존재들도 분명 있겠지만 충분히 이클립스에게 그들은 '신뢰할 수 있는 동료' 정도는 생각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했다. 친구까지는 아니더라도, 필요할 땐 같이 움직일 수 있는 동료 정도는 만들어둘 수 있을 테니까. 아이기스와 헥토르도 분명 이클립스를 친구이자 동시에 동료로 생각하고 있으니 서로가 도울 수 있는 건 언제든 부담없이 나서서 도와줄 것이리라.
아무튼, 그들의 첫 단속 업무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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