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 날씨가 꽤나 추워지고, 하늘에서는 비인지 눈인지 모를 것들이 가끔씩 떨어지는 시기가 되었다. 우리들이야 메카닉이니 이런 부분에선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존재도 없진 않지만, 오히려 날씨가 추울수록 그만큼 관리해야 되는 부분이 많이 생길때도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부품에 스며들었던 물기가 얼었다던지, 그런 일은 없지요?”
“걱정 말라고- 그런 건 이미 다 신경쓰고 있으니까 말이지!”
“나도 걱정하지 말게나. 그대들에게 딱히 걱정을 끼치고 싶지도 않으니.”
그렇게 서로에 대한 걱정을 하며, 두 창을 등에 착용한 메카닉은 늘 그래왔다는 것처럼 어딘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여어, 이번에도 잘 다녀오라고.”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늘 무사히 돌아오지 않았나, 하하.”
사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긴 했다. 그동안 여러가지 바쁜 일이 있어서 매일 다녀오던 그 장소를 며칠에 한 번, 또는 갑자기 기억나서 다녀올 때도 있었으니. 그래서 한편으론 ‘혹시라도 내가 오지 않아서 나를 걱정하고 있지 않을까?’ 라고 그 두 창의 메카닉은 혼자서 생각하는 일도 있었다.
뭐,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그 그림자 메카닉은 크게 신경도 쓰지 않을 모양새일지도 모른다는 걸 두 창의 메카닉은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오랜만에 도착한, 서로가 항상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그 장소. 시간이 지나면서 하얀 눈이라던지 그런 것들도 조금 쌓여서 나름대로 꽤나 밝아진 분위기의 장소가 되었다.
약간의 눈을 정리하고 그 곳에서 조용히 두 창을 정비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특유의 거대한 그림자가 이 곳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랜만이구나.”
그 그림자는 조금씩 형태를 보이더니, 흔히 보던 그 거대한 그림자 메카닉의 모습으로 두 창의 메카닉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전히 못마땅한, 하지만 한편으론 묘한 존경의 표정이 메카닉을 맞이했다.
“그동안 많이 바빴냐?”
“아무래도 그랬지. 보아하니 그대도 꽤나 바빴던 모양인 것 같은데.”
“바쁘지. 그래도 네 녀석 생각할 겸 종종 오긴 했는데 어째 네 녀석이 안 오더라.”
“하하, 그건 조금 미안하게 되었구나.”
“알면 됐고.”
여전히 그 차가운 성격은 변한 게 없구나, 싶어서 한편으론 참 안심이 되고 있는 두 창의 메카닉의 모습이 살짝 어렴풋이 지나가는 듯 보였다. 그림자 메카닉도 여전히 참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른 메카닉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게 한결같은 네 녀석 아니겠냐며 마음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으리라.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그림자 메카닉.
“고철.”
“그래. 그림자.”
“유기체 녀석들 사이에서 오늘이 뭐 특별한 날이래서 너도 찾아온거지?”
“오, 그럭저럭 잘 알고 있군.”
“...모르는 게 이상하지. 나도 듣는 건 있으니까.”
살짝 웃는 듯 바이저의 빛이 울렁거리는 두 창의 메카닉.
“늘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그대와 좋은 나날을 보내고 싶어서. 그리고 함께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서 찾아왔다네.”
“흠... 그래, 뭐... 되는 데까진 열심히 말동무 정도는 되어줄 수는 있으니까.”
살짝 어깨를 진짜로 으쓱거리며 바라보는 그림자 메카닉.
“앞으로도 이 잘난 메카닉의 좋은 지식 공급처가 되어달라고, 고철.”
“그대가 얼마나 다양한 지식들을 습득하고 표현할 지, 벌써부터 재밌어지는군.”
“...하여간, 별 특이한 부분으로 흥미를 느낀다니까. 역시 고철의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그래도 이런 내 모습에 그대도 흥미를 느끼고 있는 거겠지.”
“뭐... 그렇다고 칠까.”
겉으로는 늘 티격태격해도, 꽤나 잘 어울리는 부분은 있는 두 메카닉.
앞으로도, 행복하게 말동무가 되어 오랫동안 잘 지내는 친구 사이가 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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