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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바이던트 / 메카닉 베드로] 201017

 

 


 

"고철."

"무슨 일이길래 먼저 부르나?"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어깨를 으쓱거리며 멀리서 먼저 바이던트를 부르며 느긋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베드로. 그리고 그런 베드로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곤 반갑게 맞이해주는 바이던트. 그들에겐 꽤나 일상같은 모습이었지만, 오늘은 베드로가 먼저 그 일상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대가 어떤 말을 할 지 궁금하군."

"그 전에 잠깐 묻고싶은 게 있는데."

"그래. 마음껏 질문하게나."

 

 

살짝 어깨를 으쓱거리며 바이던트를 슬쩍 바라보는 베드로.

 

 

"나도 너한테 조언같은 거 해도 되나?"

"흠? 못할 거 뭐 있겠나. 내가 모든 것들을 다 겪어본 것도 아니고."

"...그런가. 생각해보니 이런 거 왜 고민하고 있었던 거지."

 

 

'이렇게 잘난 메카닉이 이런 걸 고민하다니.' 라고 투덜거리다가 바이던트를 바라보곤 슬쩍 말을 꺼냈다. 

 

 

"...동료들을 너무 깊게 믿지 말라고."

 

 

마치 자기가 겪은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자기가 겪은 것처럼 말하는 느낌이었다.

 

 

"후후, 그대에겐 동료가 없으니 관심없는 영역인 줄 알았는데."

"그냥 걱정되잖아."

"잘난 메카닉이 고철을 그렇게나 걱정해주다니, 이거 영광이군."

"...농담삼아 듣지 말고."

 

 

땅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집중하라는 듯 꽤나 날카롭게 반응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주먹을 쥐었던 손을 툴툴 털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나에게 동료같은 건 없지. 그렇지만 그동안 목격한 건 많았다고."

"그대가 목격했던 모습들이 궁금하군."

"정말 듣고 싶은거냐?"

"당연한 소리."

 

 

잠시 베드로는 곰곰히 생각하듯 턱을 괴었다. 그러곤 여전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 상태에서 말을 꺼냈다.

 

 

"내 그림자 속에 그렇게 당한 녀석들의 그림자가 한두개 수준이 아닐걸."

"그런가."

"지금은 서로 잘 지내도, 언제 갑자기 돌변할지 모르는 게 사람, 아니... 메카닉의 삶이지."

"지금처럼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대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

 

 

베드로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도 바이던트 본인이 겪은 일은 아니었지만, 주변에서 한때 동료였던 존재가 갑자기 적군 한가운데에서 모습을 드러낸 걸 목격한 적이 있었다는 증언이 꽤나 많았기에 나름 바이던트도 그런 걱정을 아예 하지 않았던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바이던트는 지금의 동료들이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걸 마치 100%의 확률로 확신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동료들을 믿는 계기같은 게 있었나본데?"

"글쎄, 딱히 엄청 큰 계기같은 건 없었지만-"

 

 

살짝 어깨를 으쓱거리며 다시 말을 잇는 바이던트.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잘 지내왔으면 오히려 배신하는 게 더 손해겠지."

"왜?"

"이렇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적군으로 자리를 옮겨봤자 더 고생할 게 뻔할텐데."

"..."

 

 

약간 한숨을 내쉬는 듯한 모습과 함께 '진짜 단순하네.' 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베드로. 그리고 그런 중얼거림을 옆에서 들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어깨만 다시 으쓱거리는 바이던트의 모습이 겹쳐진다.

 

 

"뭐, 언제 갑자기 배신당해도 내 책임은 아니니까."

"그대가 이렇게나 나를 신경써줄 줄이야."

"...덕분에 고철은 역시 고철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 이득이라면 이득인가."

"그대는 너무 잘나서 두렵군."

"어째서?"

 

 

베드로는 바이던트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약간 '허?' 같은 소리를 내며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더니 그대로 날카롭게 바이던트를 바라보았다. 늘 그래왔던 것마냥 익숙한 모습으로 그런 베드로의 시선을 느긋하게 받아내고 있는 바이던트의 꽤나 부드러운 시선이 동시에 느껴진다.

 

 

"너무 잘나서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가 두렵지 않나?"

"아니. 그런 적 없는데."

"흠, 그렇군."

"할 말 없지?"

"그런 적 없다고 하니 따로 뭐 더 할 말이 있겠나."

 

 

어깨를 으쓱거리며 수긍하는 바이던트의 모습을 보며 살짝 어깨를 으쓱거리는 베드로.

 

 

"나는 혼자가 편해. 처음부터 그래왔으니까."

"나도 딱히 그대에게 강제로 동료를 만들어 준다던지, 그럴 생각은 없다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그냥 가끔 필요한 게 있다면 요청하는 것 정도는 동료가 아니더라도 부탁할 수 있을테니."

"...그건 지금도 충분히 해 주고 있잖아."

 

 

'그게 내가 의도한 것이든 의도한 것이 아니든.' 이라고 조용히 덧붙이는 베드로, 그리고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긍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바이던트.

 

 

"야, 혹시."

"음?"

"나를 동료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

 

 

베드로의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는 바이던트.

 

 

"그렇게 생각해주길 바라나?"

"아니."

"걱정 말게나. 지금은 그냥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도움을 받고 있으니."

"...그거 마치 나중에 동료로 삼겠다는 느낌 같은데."

"계속 동료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동료가 되고 싶나보군."

"아니라고."

 

 

'저번에도 분명 싫다고 얘기했었던 것 같은데...' 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베드로의 모습을 보며 그저 싱긋 웃는 바이던트의 모습이 살며시 겹친다. 아무래도 바이던트의 장난기가 베드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샘솟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뭐, 어쨌거나 그대가 한 이야기들도 잘 새겨두겠네."

"그래. 이 잘난 메카닉의 조언이 흔한 게 아니니까."

"늘 내 이야기만 듣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대의 조언을 듣게 될 줄이야."

"...그거야, 나도 이야기 먼저 꺼내고 싶을 땐 있을 테니까."

"그대의 말이 맞군."

 

 

겉으로는 서로 동료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서로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이야기가 생겼다는 건 어쩌면 어느정도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마음이 맞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누군가는 끝까지 부정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