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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커뮤

[옵시디언 / 플루토 / 시라야미] 220621

 

 


 

 

노을이 지고 조금씩 달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시간. 요즘처럼 날씨가 더운 날에는 이렇게 해가 지는 날이 더 기대되곤 했다. 아무래도 더운 건 오랫동안 버티기에 힘들다고나 할까? 특히나 깃털이 워낙 열을 잘 흡수해서 귀찮아진단 말이지. 괜히 이렇게 열을 잔뜩 받은 깃털로 플루토를 만졌다가 플루토가 놀라기라도 하면 어떡해!

뭐- 아무튼! 오늘도 바깥 공기를 마실 겸 플루토에게 근처에 있는 공터에서 별 구경이라도 하자고 제안했고, 플루토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이렇게 바깥 공기를 마시는 일이라고 하니 저번에 쿠라야미 형이랑 꽃 구경했던 게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네- 지금 형은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아직도 휴가중이려나?

 

그렇게 공터에 가기 전에 바깥에서 시원한 것도 마시고, 마침 배가 고프기도 했던지라 먹고 싶었던 간식거리들도 잔뜩 챙겨서 공터로 갈 준비를 한다. 이렇게 잔뜩 챙겨서 다 먹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될 정도로 너무 많이 챙긴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나랑 플루토의 식성은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해서 굳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가끔은 음식이 우리들의 식성을 따라가지 못해서 부족한 상황이 종종 있기도 했었으니까.

생각해보면, 그만큼 플루토도 에너지를 소모해야 될 일이 많긴 하겠지? 큰 덩치에 걸맞게 큰 힘을 사용하려면 그만큼 에너지도 충분히 필요할 테니까. 어쩌면 그런 생각들이 많은 것을 챙겨주고 싶은 내 마음과 겹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간식거리들을 잔뜩 챙기고 있던 중, 멀리에서 느긋한 발걸음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몸과 모자를 보고 있으니... 멀리서부터 누가 다가오고 있는지 느껴질 정도였다.

 

 

"어라?"

"...뭘 그렇게 잔뜩 챙기고 있나."

 

 

우리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좀 황당해하는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곧 언제 그랬냐는 듯 "뭐, 한결같네." 라며 무덤덤하게 어깨를 으쓱거리는 것을 보고 있으니, 참 이쪽도 한결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라야미 형이 여긴 웬일이야-?"

"그냥, 뭐... 쿠라야미가 오랜만에 한 번 찾아가 보라길래."

"언제나 참 등떠밀려 오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이미 계획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렇게 생각해도 되고."

"시라야미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네, 뭐... 잘 지내셨습니까."

"잘 지냈지. 그나저나 그렇게 어색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돼."

"아뇨... 이게 원래 익숙했던지라."

"그렇다면 다행이네. 아, 시라야미도 함께 가지 않을래?"

"...먹부림이라도 부리는 겁니까?"

"아니! 근처에 있는 공터에서 공기도 마시고 경치도 구경하려고!"

"그런 것치곤 꽤 많이 챙기는 것 같은데... 뭐,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지."

"그러면 형도 가는거다!"

"잘 됐네...!"

"조금 들어줄까."

"에, 아냐! 괜찮아! 이 정도는 우리가 들 수 있어-"

 

 

솔직히 생각해도 내가 누군가를 만날 예정이었는데 그 누군가가 이런 모습이면 좀 당황스럽긴 할 것 같지만, 그래도 대신 먹을거리를 들어준다던지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익숙해졌을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이렇게 간식거리들을 잔뜩 챙겨서 꽤 빠른 걸음으로 공터에 도착했고, 벌써 해가 내려앉고 달이 뜬 상태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간식거리를 사고 시라야미 형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을 꽤 보낸걸까?

시라야미 형은 주변을 둘러보니 "이런 곳도 있었군." 이라며 혼자 중얼거리다가 적당히 좋은 곳을 안내해주었다. 마침 주변을 구경하기에도 좋고 바람도 잘 통할 것 같은 곳이라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와 플루토가 먼저 가서 그 자리를 정리해두고 시라야미 형도 옆에 와서는 편하게 자리에 앉았다.

 

챙겨온 간식거리들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플루토는 시라야미 형을 보면서 조금은 신기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나저나 못 본 사이에 좀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완전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하면... 좀 많이 바뀌긴 했죠."

"전체적으로 쿠라야미 형과 비슷해진 느낌이랄까?"

"...그런가. 뭐, 그래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시라야미만의 독특함이 있어서 좋은걸."

"맞아! 쿠라야미 형은 숨기는 듯한 느낌이지만, 시라야미 형은 그냥 적당히 꾸미는 듯한 느낌이니까."

"아무래도 쿠라야미는 하는 일이 그렇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

 

 

전체적으로 과거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나름 쿠라야미 형과는 다른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이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플루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에 시라야미 형에게 그렇게 말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시라야미 형도 의도를 눈치챈 듯 자연스럽게 질문에 답해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또 다른 질문을 건네는 플루토. 아마 플루토의 입장에서 궁금한 게 많긴 하겠지. 나에 대해 나 스스로 알고 있는 정보가 아닌 다른 정보들을 알고 있는 건 시라야미 형과 쿠라야미 형일 테니까.

 

 

"옵시디언과 함께 지내면서 크게 불편한 건 없었어?"

"불편한 거... 글쎄, 요... 그렇게 옵시디언이 말썽을 부리던 편은 아니었어서."

"엥? 그런가? 아닌 것 같은데?"

"의외로 그렇게 막 날뛰는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지."

"아- 그런 얘기인가! 그거라면 납득!"

"반항이 심했다던가, 그런 건 쿠라야미에게서 조금 들은 것 같은데..."

"그건 그랬죠. 그래도 쿠라야미가 '그 이후론 좀 나아졌다' 라고 덧붙였을 거고요."

"형은 어떻게 그런 걸 잘 알아?"

"대충 반항이 심했다고만 하고 넘길 녀석은 아니니까. 쿠라야미는 직업정신 때문에 뒷마무리가 깔끔하잖나."

"크크, 하긴- 그렇긴 해. 늘 마무리를 깔끔하게 했었지."

"의외의 모습이네."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하곤 하죠. 아마 대부분이 다 그럴 겁니다."

 

 

그나저나 분명 간식거리를 많이 챙겨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시라야미 형이 추가되어서 그런지 어느새 다 해치워버린 모습이다. 그래도 충분히 많이 먹었기도 했고, 이제 경치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것 같아서 다시 경치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물론 내가 이어나가는 게 아니라, 플루토가 다시 먼저 말을 꺼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시라야미와 쿠라야미는 서로 역할을 분담했을 것 같아."

"그렇죠. 저는 옵시디언의 일상이나 생활같은 걸 맡았고, 쿠라야미는 생활비라던지 그런 돈을 맡았고..."

"그 덕분에 쿠라야미 형이 지금 계급이 그럭저럭 높은 거겠지?"

"그런 셈이지. 뭐, 쿠라야미는 그냥 적당한 계급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생명의 위협이 없진 않았을 것 같은데..."

"꽤 오래 전의 일인데, 큰 부상을 입은 적은 있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더 큰 부상을 입기 전에 복귀하는 데에 성공했다곤 하지만..."

"다른 동료들이나 인원들이 그렇게 되었겠구나."

"그래서 겉으론 보이지 않았지만 나름 마음고생을 좀 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다시 극복한 것 같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다행이야.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면 극복할 수도 있어야겠지."

"아마 쿠라야미도 그런 마음이었을 겁니다. 계속 우울해 할 시간이 없었다고 생각했겠죠."

"참 쿠라야미 형도 알듯말듯한 성격이라서 말이지."

"뭐- 그렇게 아무튼 옵시디언과 함께 지내면서 생긴 일들은 다 제가 맡아서 하곤 했다, 가 결론이 되겠네요."

"늘 고생이 많네. 그리고 돌봐줘서 고맙고."

"...뭐..."

 

 

살짝 얼굴을 긁적거리며 말을 머뭇거리는 시라야미 형. 어쩌면 형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을 한 건데 누군가가 이렇게 형의 고생을 알아주니 조금은 낯선 기분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워낙 내 뒷처리만 해 주느라 고생했다는 것 정도는 어렴풋이 나에게도 남아있는 기억이긴 하니까.

그러다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플루토에게 말을 꺼내는 시라야미 형.

 

 

"덕분에 지금은 이렇게 멋진 분이 옵시디언 곁에 있으니, 저야말로 감사하죠."

"앗, 그런가...?"

"만약 플루토님이 없었다고 한다면 지금도 저는 옵시디언을 돌보고 있었을 텐데, ...요즘은 저도 바빠져서 말이죠."

"시라야미도 자주 못 보고, 쿠라야미도 자주 못 보는 그런 상황이었겠구나."

"그렇죠. 그래서... 덕분에 걱정이 덜어진 느낌입니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시라야미도 편하게 삶을 살아야지."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찾아와서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된 거죠."

"쿠라야미 형 때문에 떠밀려서 온 것처럼 말하더니 역시 우리가 걱정되어서 온 게 맞구만 뭐!"

"...그래, 뭐... 인정한다."

"히히, 난 역시 이래서 형들이 좋아."

 

 

그렇게 무르익어가는 시간을 즐기고 있으니, 달과 별들도 우리들의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더욱 밝게 빛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저렇게 밝게 빛나는 달과 별처럼, 플루토도 시라야미 형도 쿠라야미 형도 늘 항상 빛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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