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05 - [기타] - [Cult of the Lamb / 어린 양, 기다리는 자, 바알] 220905 -만약에 1-
2022.09.09 - [기타] - [Cult of the Lamb / 어린 양, 기다리는 자, 애임] 220909 -만약에 2-
"..."
기다리는 자는 말이 없었지만, 이 교단에 강제적으로 처음 끌려왔을 때에 비하면 조금은 표정이 나아진 것처럼 보였다. (한결같이 불만이 많은 표정인 건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안도하는 느낌이 스며들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도.) 먼저 이 곳에서 이런저런 일을 했던 바알은 다시 일을 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었지만 이제 막 돌아와서 일을 배정받은 애임은 저 짐승에게 이런 명령을 들어야 되냐며 불평불만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자신도 처음에는 마음 속으로 저러긴 했다며 공감을 하는 바알.
"처음엔 다 그런 것이지 않겠느냐. 제가 잘 해결하겠나이다."
"그래, 나보단 네가 더 저 녀석의 마음을 잘 알겠지. 형제처럼 같이 지내고 있으니."
형제 사이라는 말에 조금은 놀란 듯하면서도 지금보니 비슷한 것 같다며 유심히 바알과 애임을 살펴보는 어린 양.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어깨를 으쓱거리며 피식 웃어보이는 기다리는 자. (아마 이 곳에 온 이후로 저렇게 피식 웃는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실제로 그들이 형제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네가 스스로 알아보았으면 좋겠군. 다 알려주기엔 너무 재미없지 않겠나?"
기다리는 자의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어린 양에게 복수하기 위한 일종의 장난인지 약간은 혼란스러운 듯한 모습이지만, 일단은 그러려니하며 둘의 모습을 살펴본다. 그래도 형제처럼 같이 지내는 그런 사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듯 서로 돕고 도우며 교단에서의 삶을 극복해가는 모습이 보이니 서로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한편으론 기다리는 자와 그들의 수호자들이 모이니 주변의 추종자들도 꽤나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곳에 온걸 환영한다는 반응도 있었고, 그 곳에서 자신들을 그런 상황으로 만들었으니 이 곳에서 벌을 받아야 한다는 반응도 있는 등 당연하게도 다양한 반응들이 나왔고 그런 반응들에 순응하듯 가만히 듣고 있는 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어린 양은 자신의 추종자들을 진정시키고 다시금 일을 하도록 명령했다. 그들은 기다리는 자와 그들의 수호자들을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자신들이 맡은 일을 하러 움직이기 시작했고, 기다리는 자는 "이럴 땐 참 마음에 드는군. 참 쓸모있는 어린 양이랄까." 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들도 그런 관심을 받는 게 한편으로는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긴 할 테니까. (물론 본인이 저지른 일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기에 별 말을 하지 않는 모습이지만.)
그렇게 소란스러운 낮의 시간이 지나고, 밤이 되자 어린 양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맡고 있던 일을 마무리하고 거주지로 돌아가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기다리는 자는 묵묵히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린 양이 처음에 그를 데려오자마자 그의 목에 달 목걸이를 걸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린 양이 직접 기다리는 자에게 다가가서는 오늘은 푹 자라고 말을 건네주었다. 사실 밤이 되기 전에 기다리는 자는 어린 양이 무엇을 하는지 보았기 때문에 내심 마음 속으로는 조금 그 행동을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밤이 되기 전, 어린 양은 그들이 일을 하는 사이에 거주지에 가서는 일부 거주지에 할당된 추종자를 변경하는 등 꽤나 바쁜 시간을 보냈었다. 추종자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거주지가 바뀌었으니 이제 그 곳에서 잠을 청하거나 휴식을 취하라는 등 이곳저곳 분주히 움직였기 때문이다. 무언가 계획하고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그건 밤이 되기 전까지는 무슨 계획인 지 알 수 없었기에 그저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지만.
기다리는 자가 잠을 청하러 돌아왔을 때, 자신의 거주지 양옆에 있는 다른 거주지에는 바알과 애임이 자신의 거주지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곤 다시 살짝 웃으며 거주지 안으로 들어가곤 조용히 중얼거렸다.
"...좋은 밤 되거라, 태양과 달이여."
달 목걸이의 효과(정확히는 그 효과 때문에 생긴 피곤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평소보다 더 깊게 잠을 취하는 기다리는 자의 모습이었다.
다음 날이 되고, 기다리는 자는 조용히 다른 추종자들보다 먼저 일어나서 근처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던 어린 양에게 다가간다. 어린 양도 그런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리곤 손을 흔들어 잘 잤냐는 간단한 말과 함께 어깨를 으쓱거렸다. 잘 자긴 했다며 가볍게 반응해주면서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는 기다리는 자.
"잠을 자던 중에 생각나는 게 있어서 말이다."
무엇이 생각났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어린 양과 자신의 달 목걸이를 손으로 톡톡 건드리는 기다리는 자.
"나에게 이 목걸이를 씌워준 것처럼, 나의 태양과 달에 해골 목걸이를 걸어줄 수 있겠나?"
비정상적으로 오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해골 목걸이. 그 목걸이를 바알과 애임에게 걸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며 어린 양은 기다리는 자가 어떤 마음으로 그 부탁을 자신에게 했는지 이해할 것 같은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리곤 자신의 사원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하나 정도는 늘 가지고 다니는 것 같긴 했지만 아마 이렇게 여러개를 부탁하니 당연히 더 가지러 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기다리는 자는 나름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일을 하러 돌아간다.
한편 바알과 애임은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며 불평불만과 체념의 모습이 동시에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오늘도 잘 지내보자꾸나, 애임 형제여."
"...뭐, 그래도 잠은 잘 잔 것 같다. 이렇게 푹 자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고..."
그들이 다시 새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 동안, 어린 양은 기다리는 자의 부탁에 따라 해골 목걸이를 망토 속에 조용히 넣은 채로 바알과 애임에게 다가가서 이 곳으로 오라고 속삭이듯 얘기를 꺼냈다. 그들이 다른 추종자들의 시선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을 깨달았기에 해 주는 나름의 배려라고 할 수 있을지도. 어린 양의 속삭임을 들으며 조용히 어린 양에게 다가가는 바알과 애임.
"...무슨 일이옵나이까."
"뭐, 뭔데? 이렇게 갑자기 불러서는..."
덤덤하게 마주하는 바알과 여전히 당황함을 숨기지 못하는 애임. 그런 반응들을 보며 한 명씩 그들에게 다가가는 어린 양. 먼저 바알에게 다가가서는 망토에 넣어두었던 해골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었고, 다음으로는 애임에게 다가가서 해골 목걸이를 똑같이 걸어주었다. 해골 목걸이를 바라보며 이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바알과 애임의 모습도 보인다.
"이건, 무슨 효과가 있는 것인가?"
"혹시라도 이상한 거라도 했다간... 여기에서 네 머리를..."
"분노를 쌓지 말거라, 형제여."
"..."
어린 양은 싱긋 웃으며 해골 목걸이의 효과를 설명해준다. '비정상적으로 오래 살아갈 수 있다' 라는 설명과 함께 '기다리는 자가 자신에게 부탁을 했다' 라며 어린 양이 말을 꺼내자, 바알과 애임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표정을 보며 어린 양은 '기다리는 자와 함께 오랫동안 이 곳에서 평온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라고 덧붙이며 싱긋 웃었다. 물론 그 뒤에는 '자신이 어떻게 할 지 모르고, 주변의 상황이 어떻게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이라고 조용히 중얼거리긴 했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보였다.
"주인님께서... 이런 보답을..."
"주인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다 받아들이겠나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다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기다리는 자.
"영원한 삶을 만들어 줄 수는 없어도, 언제든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추억을 만들어주겠다. ...나의 태양과 달이여."
기다리는 자의 앞에서 무릎을 꿇는 바알과 애임.
"언제나, 주인님과 함께 하겠나이다."
"주인님을 실망시키지 않는 존재가 되겠습니다."
그들이 다시금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가지길 기원하며, 어린 양은 자리를 비우며 자신의 추종자들을 확인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그 곳에서 어떤 꿍꿍이를 벌일지, 아니면 단순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CotL' 카테고리의 다른 글
[Cult of the Lamb / 기다리는 자, 애임 & 바알] 220920 -아누라- (1) | 2022.09.20 |
---|---|
[Cult of the Lamb / 기다리는 자, 애임 & 바알] 220918 -다크우드- (0) | 2022.09.18 |
[Cult of the Lamb / 어린 양, 기다리는 자, 애임] 220909 -만약에 2- (0) | 2022.09.09 |
[Cult of the Lamb / 어린 양, 기다리는 자, 바알] 220905 -만약에 1- (0) | 2022.09.05 |
[Cult of the Lamb / 어린 양 & 기다리는 자] 220902 (0) | 2022.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