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4 - [CotL] - [Cult of the Lamb / 창작 캐릭터] 단탈리온 (Dantalion)
나는 어디에서 눈을 떴을까?
나는 누구의 손에서 자랐을까?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성장했을까?
누군가에겐 당연한 이야기지만, 또다른 누군가에겐 깊게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에 속하기도 하지. 적어도 이 이야기를 꺼내는 나에겐 그렇게 생각해. 아무튼,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내 소개를 하기 위해서지!
나는 '단탈리온' 이라고 해! 사실 이것도 이 교단의 주인님께서 나를 위해 특별히 지어준 이름이었지. 그 전에는 어떤 이름이었냐고 묻는다면- 이름이 없었지! 이름이 없는 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거짓말하지 말라고- 그런 반응일 수도 있겠지만 이 세상에는 모두가 똑같은 삶을 살아온 게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구! 적어도 난 평범한 삶을 살았다곤 생각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사실 처음에 어떻게 교단에 입교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어. 그러니까 지금 이 어린 양의 교단 말고, 내 삶에서 완전 처음으로 입교했던 교단 말이야. 입교했다는 것만 기억나고, 그 입교까지의 과정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어째서일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기억이라고 내 뇌가 그렇게 인식한 걸까? 아니면 사실 처음부터 그 교단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다른 기억이 없어서일까?
아무튼 그렇게 교단에 입교했고, 다음은- 그 교단의 교주님께서 나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차례였던가? 그렇게 이름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교단 밖이 시끄럽더라구. 알고보니 교단 내에서도 이런저런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고, 교단 밖에서도 이교도들이 이 교단을 노리고 있었다나? 다행히 그 당시의 교주님께서 어찌저찌 다 해결하긴 했었는데- 그 이후로 나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걸 까먹어버린 모양이야.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그냥 돌아다녔지! 어차피 이름이야 뭐 필요로 하면 누군가에게 이름을 알려주는 걸 꺼리는 편이라며 거절할 수도 있는 거니까, 대충 '추종자님'이라고 불러달라고 하면 그만인 일이었으니까!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교단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는 건 그럭저럭 할만하긴 했지만, 제일 큰 문제가 있었어. 그건 바로 재미가 없었다는 거야! 이런 거에서 재미를 찾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최대한 무언가를 맡았을 때 그나마 즐거운 걸 해야 시간이 빨리 가고 일하는 맛도 난단 말이야. 그렇게 멍하니 일을 하고 있다가 당시의 교주님께서 주변을 둘러보더라고.
그렇게 둘러보길래 손을 번쩍 들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성전에서 선교 활동을 하거나 자원을 조금 가져올 추종자가 필요하다고 하길래, 내가 가보고 싶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교주님에게 어필했었지. 교주님도 한 번 시험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나를 보낸 것 같았지만 아무튼 나는 이 교단에서 하는 일 말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으니 좋은 기회를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제일 컸었다구.
교주님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찾아온 성전! 처음엔 교단에서 느껴본 적 없었던 새로운 분위기의 성전에 빠져들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교단이 이 곳에 살고 있었는지 내가 찾아오니까 바로 적군으로 간주하고 무기를 들더라구. 사실 처음엔 그대로 도망치려고 했는데... 거의 포위당하듯 사방에서 적군들이 몰려오니까 어쩔 수 없이 돌격하자는 느낌으로 근처에 있던 날카로운 것을 집어들었지. (지금 생각하면 거기에 그게 왜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처음에는 조금 두렵긴 했는데, 적군들의 공격을 피하며 한두번 휘두르다보니 그렇게 하나둘 쓰러지는 적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쾌감이 마음 속에서 끓어오르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어. 그렇게 끓어오르는 쾌감을 느끼며 깨닫기도 했지.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던 일이구나" 라고 말이야.
단순한 호신용 행동이, 내 전문적인 일이 될 지 누가 알았겠어? 나도 몰랐고, 그 교단도 몰랐지.
그렇게 교단 주변의 성전을 자주 다니며 그 곳에서 헤매고 있던 추종자들도 데려오고, 이교도들이 가지고 있던 자원들을 다 털어와서 교단을 풍족하게 만드는 일을 자주 하다보니 주변의 다른 교단에서도 이 근처의 성전을 처리해달라는 요청이 교주님에게 꽤 많이 들어왔던 모양이야. 교주님은 꽤 고민하다가 나에게 와서는 다른 교단의 성전에 가야되는 만큼 전향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꺼냈고, 나는 딱히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알겠다고 했지. 나는 고정된 것보단 다양한 곳을 다니는 게 더 좋거든.
아무래도 이전 교단의 교주님께서 내 이야기를 미리 다 해두긴 했는지, 새로운 교단으로 전향할 때마다 다른 번거로운 과정 없이 바로 그 교단의 추종자가 될 수 있게 과정을 생략하고 빠르게 완료해주는 건 참 좋긴 했어. 그리고 그렇게 그 교단의 추종자가 되자마자 "성전에 가고 싶어!" 라고 부탁했던 건 덤이고.
새로운 성전이니만큼 가끔 실수도 있긴 했는데, 적어도 목숨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었고 아주 가벼운 상처 정도로 끝났지. 누군가는 "이건 도저히 가벼운 상처가 아닌데... 괜찮으세요?" 라고 물을 때도 종종 있었는데 "엥? 그래? 별로 안 아팠는데? 이상하네-" 라며 어깨 으쓱거리며 넘기곤 했었지만!
그러고보니 이 시기쯤부터 그랬었던가? 내가 단순히 성전에 가는 걸 선교 활동이 아니고 '청소'라고 부르기 시작했던 때가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선교 활동보다는 이교도를 처리하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청소가 더 가까운 표현인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나 스스로도 나는 선교사가 아니고 '청소부'다! 라고 자기암시를 하기도 했었고.
뭐- 그래도 이렇게 '나를 소개할 수 있는' 게 생기니까 편하긴 했으니 아무렴 어떤가 싶네! "앞으로 나는 청소부라구~" 라고 교단에서 이야기하면 다들 나를 정말로 '청소부' 라고 인정해 주었으니깐.
이곳저곳 교단을 열심히 다니면서 최근에 이 어린 양의 교단에 전향오게 되었는데- 여기는 아무래도 교주님도 성전을 자주 가는 편이라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더라구? 그래서 이 곳에서는 추종자들의 모습이나 좀 느긋하게 구경하다가 성전을 갈까- 싶어서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봤었지.
그러다가 저 멀리 무언가 남들과 함께하지 않고 구석에 있는 추종자가 한 명 보이는 거야. 멀리서 봐도 묘하게 음산하면서도 근엄한 기분이 느껴지는 추종자였는데, 더 가까이에 가서 보니까 예전부터 소문으로 자자했던 그 추종자가 거기에 있었던 것이지! 그제서야 '아, 생각해보니 여기 어린 양의 교단이었지!' 라고 혼자서 놀라듯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 추종자가 째려보면서 말을 꺼냈어.
"할 말 없으면 가거라."
딱딱하고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한 마디에 그대로 푹 빠져버렸달까- 거기서 그렇게 가버리면 재미없지!
"할 말 있는데!"
"...무엇이냐."
씨익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리곤 일종의 면접을 보는 것마냥 얘기를 꺼냈었던 것 같아. 교단에 입교할 때도 안 했던 과정을 여기에서 하게 되다니, 정말 이 친구가 대단한 친구인 것 같지 않아? (물론 지금은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다른 교단에서 성전을 청소하고 거기서 얻은 자원이나 추종자를 교단으로 가져오거나 데려오는 일을 하곤 했었는데, 혹시 내가 친구에게 그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내가 꺼낸 제안에 잠시 곰곰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꽤나 오랜 시간 고민을 하는 걸 보니 엄청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모양이야. 구석에 있는 것부터 뭔가 일을 하기 싫어하는 느낌이 강했는데, 아마 그것까지 다 계산하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아무튼 계산이 끝난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하는 모습이 보이네.
"...좋다. 내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나?"
"자세히는 모르지만- 소문으로 들었던 건 엄청난 신이었다며?"
"뭐... 한 때는 그랬었지."
"그러면 앞으로 주인님이라고 부를게!"
"......진도가 참 빠르군. 아무튼 좋다. 나쁠 것 없지."
이쯤부터 내가 이 친구를 주인님이라고 불렀던 것 같아! 한편으론 이제 다른 교단으로 전향은 못 가겠네-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이렇게 근엄한 분위기를 잔뜩 풍기는 주인님을 섬기게 되었으니 그걸로 만족! 사실 너무 전향을 자주 다녀서 성전에서 실수가 많아진 것도 있고 말이지. 그래서 이참에 아예 한 곳에서 생활하면서 전문 청소부가 되어보려고.
주인님은 그렇게 내 모습도 보고, 다양한 실력도 확인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나중에 다른 추종자가 올 것이라는 얘기도 했었어. 나 말고도 이미 추종자가 있었던 거야? 진짜 교주님이랑 다를 게 없었네! 그렇게 어떤 추종자가 모습을 드러낼지 잔뜩 기대하면서 시간을 보내니까 저 멀리서 추종자가 다가오는 게 보였어.
근데 생김새가 나랑 엄청 비슷해! 마치 가족이었던 것처럼! 그래서 보자마자 이런 반응이 튀어나왔지.
"설마 우리... 아무도 모르게 헤어진 가족!?"
"...네?"
물론 당연히 그럴리는 없을테고, 이 추종자 친구도 엄청 당황하더라고. 일단 성격만 봐도 가족은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뭐- 가족이라고 다 성격이 똑같은 건 아니니 또 혹시 모르는 일인가? 아무튼 일단 그렇게 첫인상만 보았는데도 참 가족같은 느낌이 들었지.
내가 가족과 관련된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아무튼, 얼굴을 보았으니 인사를 하긴 해야지.
"이번에 새로 주인님을 섬기게 된, 단탈리온!"
"크로셀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지요."
"멋진 이름인걸! 혹시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 로셀 형이라던지-"
"무엇이든 편한대로 부르세요. 그럼 저도... 리온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당연하지! 기브 앤 테이크라고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것도 있어야 되니까!"
그렇게 나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어.
진짜 가족은 아니더라도, 만약 가족이 있냐고 물어보면 로셀 형과 주인님을 댈 수 있을 정도면 충분히 가족 아니겠어?
아무튼, 이 곳에서 청소부 역할도 하고- 주인님을 섬기는 추종자 역할도 하고- 든든하고 장난기 넘치는 동생 역할도 하고- 정말 할 게 많아서 벌써부터 즐거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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