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4 - [CotL] - [Cult of the Lamb / 창작 캐릭터] 단탈리온 (Dantalion)
2022.10.04 - [CotL] - [Cult of the Lamb / 단탈리온] 221004 -프롤로그-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과거' 라는 것에 대해서, 나의 이야기를 듣게 될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런 게 존재할 수 있겠냐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혹시라도 그런 게 존재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말이야.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내 이야기는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건 미리 알아두었으면 좋겠지만 말이야~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어쩌다가 오래 전 과거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어떤 사연이 있어서 그런건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지금까지 굳이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하진 않았지만, 어쩌다가 알게 된 계기는 있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교도 청소도 깔끔하게 끝내고, 모아둔 자원들도 한가득 안고 교단으로 복귀하는 길이었지. 그 날은 평소보다 더 어두웠고 달빛도 더 강한 날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평소에 가던 길이 아닌 좀 다른 길을 찾아가고 싶더라구. 지금 생각해보면 무언가 음산한 기운이 나를 이끌었던 것 같기도 한데, 조금 시간이 지난 일이라 다른 기억들이 섞인 건 아닐까 싶고-... 흠, 아무튼! 그렇게 다른 길을 갔다는 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이야!
다른 길로 가고 있으니 좀 낯선 기분도 들고, 왠지 이 길이 사실은 지름길이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들었고... 그렇게 길을 걷다보니 사실 그 길은 막다른 길로 향하는 걸 그 끝자락에 도착하고 나서야 깨달아버렸지.
"에에? 뭐야! 막다른 길이었잖아?"
막다른 길이긴 했지만, 그래도 주변에 보이는 바다같은 풍경을 보고 있으니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긴 해서 그건 좋았달까? 나중에 주인님이랑 로셀 형도 여기에 데려오고 싶다- 라는 생각도 들었으니깐. 아무튼 그렇게 "좋은 경치가 있는 장소를 알았다!" 정도로 넘기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바닥을 잘 보니 무언가 문양같은 게 새겨져 있는 걸 발견했어.
어떤 문양이냐고 하면, 달 모양이었는데... 이걸 초승달이라고 하던가, 그믐달이라고 하던가? 아무튼 그런 달 모양의 문양이 있는 걸 보곤 뭔가 처음 보는 건 아닌 그런 익숙한 기분이 들더라구. 한가득 안아들고 있었떤 자원들도 근처에 내려두고 이 문양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지.
...계속 이 달을 보고 있으니 무언가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달까, 멈출 수가 없어서 좀 더 깊숙히 들여다보았지. 그렇게 들여다 본 어둠 속에는... 똑같이 나를 바라보는 붉은 눈이 있었지.
"으엑, 누구야!?"
내가 놀라는 목소리에 조금씩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후드를 쓴 여우! 이 곳에서 후드를 쓴 친구를 만나니까 좀 반가운 것 같기도 하네~ 아무튼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저 쪽에서도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꽤나 사악한 느낌으로 씨익 웃으며 먼저 말을 꺼내더라구.
"너인가? 어둠을 들여다 본 존재가."
"응! 내가 바라봤지!"
"그렇군. ...흠?"
여우는 나를 좀 더 바라보더니 다시 씨익 웃으면서 말을 꺼냈는데, 마치 나를 처음 보는 게 아니라는 듯한 느낌의 목소리였어. 뭔가 차갑고 냉정한 게 아닌... 오래 전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그런 따뜻한 느낌이 녹아있다고 말해야 될까? 내가 이런 걸 제대로 표현하질 못해서 잘 전달되었을진 모르겠네.
한편으론 그런 느낌도 들었어. '마치 오래 전에 자신이 돌보았던 제자를 다시 맞이하는' 그런 느낌.
"여전히 잘 살아있구나."
"응?"
"너는 예전부터 참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었지."
그런 반응을 보이니까 당연히 나는 어이가 없었지. 나는 처음 보는데, 마치 나를 알고 있었다는 듯 반응하니까. 그래서 당연히 나는 물어봤지.
"누구?"
...갑자기 머리가 엄청 어지러워지는 기분이 들었어. 내가 저 여우에게 "누구?" 라고 대답하자마자 갑자기 막 머리가 아프고... 그동안 기억나지 않았던 것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몰려와서 과부하가 걸린 느낌이었지. 그리고 그렇게 다시 꺼내지는 기억들 사이에서 조금씩 나도 느끼기 시작한 것이 있었어.
이 여우, 이 곳에서 처음 본 존재가 아니었다는 걸 말이야.
"...아~ 누군지 알겠다."
아주 오래 전, 그동안 봉인되었던 내 기억의 자물쇠가 부서지며 그 틈새에서 조금씩 새어나오는... 저 붉은 눈빛의 존재.
가족 없이 방황하던 나를 데려가서는 지금의 나로 키워준 존재였지.
"보다시피~ 아주 잘 살아있죠. 과거의 은인 씨."
어느새 봉인된 기억들이 다 해제되고, 이제서야 제대로 인사를 하며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어. 과거나 지금이나 참 한결같은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쩌면 이 은인도 잘 지내고 있었던 걸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동안 뭘 먹고 지냈을까? 사실 예상하고 있는 건 따로 있긴 하지만- 굳이 말하진 않을래-
아무튼 하려던 말을 마저 끝내는 게 예의겠지.
"근데 은인 씨에겐 좀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이제 당신을 섬길 수 있는 몸은 아니게 되었네요~"
그렇게 큭큭 웃으며 이야기를 꺼내니까 이 은인 씨도 똑같이 웃으면서 반응해주는 걸 볼 수 있었어. 아무튼 은인이긴 했지만, 이제부터는 그냥 '여우 씨' 라고 불러야겠네. 한결같은 모습이긴 하지만, 결국 내가 알던 과거의 그 은인은 아마 그 당시에 사라지고 지금은 그저 사냥에 대한 야망만이 남았을 테니.
"이야기는 다 들었다. 죽음을 섬기기 시작했다지?"
과거나 지금이나 이런저런 소문을 듣는 건 참 빠른 모양이네. 하긴, 그렇게 누구보다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이긴 하니까 그럴만도 하겠지. 아무튼 저쪽의 질문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웃으며 답해줬지.
"죽음을 섬기는 생명. 재미있고 흥미롭잖아요? 덕분에 청소하는 맛이 나던데~"
'청소'라는 단어에 재미를 느끼기라도 했는지 웃어보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이에 하고 싶었던 얘기가 꽤나 많이 쌓여있었던 모양이야. 나는 정작 하고 싶은 얘기가 별로 없...진 않지만?
"과거에는 그렇게 누군가를 쓸어버리는 취미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많이 발전한 셈이죠~ 교단에서 잡일 하는 것보단 이교도 청소하는 게 더 즐거우니까!"
"하-하-하! 재미있군. 어쩌면 과거부터 그런 본능이 마음 속에 숨어있던 걸지도 모르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아무튼,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반갑군."
어깨를 살짝 으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한편으로는 내 모습을 보곤 이렇게 발전한 것에 흡족해하는 것 같은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걸로 만족하며 떠나려는 것 같았어.
"애초에 나를 다시 주인으로 섬기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난 더 이상 그런 위치에 있지 않으니까 말이야."
"누군가를 이끄는 것보단, 다시 본능이 이끄는 원래의 본질로 돌아가신 모양이군요~?"
"그런 셈이지. 그리고 난 아직도 배고프고 말이야."
"저런, 밤도 이제 얼마 안 남았을 텐데요-"
"그래. 그러니 다시 사냥을 떠나야지."
"좋은 수익 있으시길 바랄게요, 여우 씨!"
내 말에 씨익 웃어보이곤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는 여우 씨. 아마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날 수는 있겠지만, 굳이 다시 만날 이유는 아직까진 딱히 없는 것 같네. 그나마 이번에 만난 걸 통해서 얻은 수익은 내 과거를 깨닫게 해 줘서 감사한 정도? 로셀 형이랑 주인님 앞에서 꺼낼 얘기가 생겨서 기분이 좋단 말이지~
나중에 교단으로 돌아와서 밤에 겪었던 일을 꺼내 보았는데, 로셀 형은 약간 갸웃하면서도 "그런 일이 있었군요..." 라며 그럭저럭 받아들이는 느낌으로 넘겼어. 아무래도 로셀 형은 여우 씨를 본 적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은데, 실제로 나처럼 이렇게 무언가를 발견하는 게 아닌 이상 그 여우 씨를 만나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니까. 아무래도 소문으로만 들었을 존재겠지. 그렇다면, 주인님은 어떨까?
예상대로 주인님은 내 이야기를 들으니까 꽤나 놀라면서 몇몇 질문을 꺼내더라구.
"...네 녀석이, 그 녀석과 한패였다고?"
"한패라니! 그 정도까지는... 흠, 맞나?"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잘 모르겠다는 듯 넘기긴 했지만 여전히 주인님은 약간의 의문이나 의심같은 것들을 품고 있는 것 같았지. 사실 내가 이런 얘기를 꺼내서 자신을 버리고 그 여우에게 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점에 대해서는 내가 확실하게 못박듯 얘기를 꺼내서 괜찮을 거야.
"물론 이미 다 지난 일이야~ 도움을 받긴 했어도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
"그래, 그건... 맞는 말이지."
고개를 끄덕거리는 주인님 앞에서 다시 이야기를 마저 꺼냈어.
"나는 지금의 주인님을 영원히 섬길거야. 이게 진정으로 내가 결정한 첫 선택이니까!"
"..."
그렇게 말하니 주인님의 표정이 꽤나 밝아지는데, 아무래도 내가 주인님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만족스러운 대답을 한 것 같아!
"그래. 앞으로도 나의 충실한 청소부가 되어 주도록."
"물론이지! 아, 이건- 오늘 청소하고 챙겨온 자원들이야!"
주인님의 앞에 자원들을 놓아두며, 그렇게 꽤나 한바탕 소동이 마무리된다.
다음에는 어떤 성전에서 이교도 녀석들을 청소해볼까~ 계획을 미리 짜두면 좋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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