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멀지 않은 숲과 관련해서 퍼지는 소문이 있었다. '매일마다, 밤이 되면 묵직한 말발굽 소리가 숲 속에서 가득 울린다' 라는 소문이었는데, 실제로 매일 밤마다 굳이 숲까지 가지 않아도 마을 주변에서 말발굽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숲에서 그 말발굽 소리의 주인을 멀리서나마 목격했던 존재들의 목격담에 의하면 낫처럼 생긴 무기까지 가지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으니, 그들에게 말발굽 소리란 곧 '공포의 소리' 그 자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 그 말발굽 소리의 주인은 이런 소문을 알고 있는지, 아니면 모르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런 소문과는 상관없이 매일 밤마다 숲을 돌아다니고 있는 건 확실해보였다.
하지만 그런 소문과는 관련없이 자신이 해야 될 일을 하기 위해서 늦은 시간에 숲을 방문하는 존재는 있기 마련이었고, 그러다 마을에 목격담을 전했던 존재들처럼 그 말발굽 소리의 존재를 만나게 되기도 하였다.
오래 전부터 마을에서 터를 잡고 활동을 하는 무리가 있었다. 모험가들로 이루어진, 단순한 모험가 서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 무리에는 또다른 특징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하이에나'들의 무리라는 점이었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나름 흉흉한 소문같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시체를 먹는다느니, 비열하다느니... 하이에나와 관련된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모조리 다 끌어안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걸 바로잡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소문에 휘말리지 않도록 구해주기 위해서... 무리를 지어 행동하고 있다.
무리의 일원들이 전부 숲을 방문하는 것은 아니고, 몇몇 존재들만이 마치 선발대처럼 앞장서서 숲을 탐방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그 무리의 대장이 혼자서 숲을 살펴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무리의 대장도 처음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왜냐하면 여러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무리의 일원들이 전부 흩어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여러 존재들의 도움과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서 다시 무리를 이끌어 갈 수 있게 되었는데 그런 보람이 있어서인지 유독 더 열심히 무리의 대장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장의 말을 빌리자면, "고난과 역경이 있기에 이렇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하이에나니까!" 라는 일종의 좌우명이 있는 것 같기도.
늦은 밤, 오늘도 무리의 대장은 숲 탐방에 나섰다. 최근에 숲에서 구조된 하이에나가 많았던 것 때문인지 숲에 도대체 무슨 험난한 것이 있길래 의문을 가지고 있었기에 탐방에 나서는 듯 보였다. 하긴, 무리의 대장으로서 그런 걸 미리 알아두고 대처할 수 있는 것이 대장의 자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것과는 별개로, 무리의 대장은 최근 마을에서 퍼지고 있는 그 숲의 소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무리의 일원이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대장의 답은 "그런 걸 믿냐!? 정말이지, 너네들은 겁이 많아서 탈이다!!" 라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다. 실제로도 딱히 그런 소문이고 뭐고 어떻게 하면 무리의 일원들을 더 챙겨줄 수 있을지에 대한 쪽으로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하지만 소문으로만 듣는 것과 실제로 마주하게 되는 건 극과 극일 지어니.
숲의 깊은 곳까지 파헤치며 나아가니 어느새 달이 더 높은 곳까지 떠올라서 세상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무리의 대장도 충분히 이 정도면 오늘의 탐방은 완료된 듯 가볍게 땀을 닦아내며 돌아갈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달빛이 비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돌아가는 길이 꽤나 험난하기에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
"하? 이거 좀 오래 걸리겠구만... 해 뜨기 전까지 갈 수 있긴 할려나~"
물론 무리의 대장은 딱히 그런 걱정같은 건 없었다. 당장 이 존재를 만나본 존재들은 걱정같은 게 없어보여서 부러워 할 정도였으니... 아무도 모르는 걱정이 존재할 수는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드러낼 성격도 아니기도 하고.
다시 수풀이나 나뭇가지같은 것들을 헤쳐나가며 마을로 돌아가는, 무리의 대장.
조금 길을 헤쳐나갔을까, 어디선가 들리는 발걸음 소리. 무리의 대장은 가만히 서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무언가 지나간 것 같은데 말이다."
혼자서 중얼거리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다가, 또 근처에서 자신의 발걸음이 아닌 다른 존재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특히 방금 전에 들렸던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린 것을 느꼈기에,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무리의 대장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소리를 들은 무리의 대장은 가볍게 단검을 들어보이고, 손톱을 날카롭게 내세우며 마치 경계하듯 주변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렇게 은밀하게 움직여도 나한텐 다 보인다!!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사실 보이진 않았던 것 같지만, 그렇게 큰 소리로 자신감있게 위협을 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법이니. 그리고 실제로 효과가 있긴 있었는지 처음에는 마치 주변을 살펴보듯 은밀한 발걸음이었다면 어느샌가 꽤 묵직한 발걸음으로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무리의 대장의 말을 듣고 모습을 숨기는 것을 포기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걸 선택한 모양이었을지도.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하나의 켄타우로스의 형상을 한 존재였다. 상반신은 고양이에 가까운 모습이고, 하반신은 말의 형상을 한, 켄타우로스.
"...설마, 그 소문이 진짜였다니..."
무리의 대장이 놀라서 켄타우로스를 살펴보고 있는 동안, 켄타우로스는 가지고 있던 낫을 가볍게 놓아둔 뒤 무리의 대장을 살펴보았다.
"이 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 별 거 아니다! 이 숲에서 구조되는 하이에나들이 많아서, 미리 숲의 구조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으니까!"
"그렇군요. ...그렇지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그러니 돌아가셔야죠."
"이미 돌아가고 있는 길이었는데, 네가 이렇게 떡하니 나타나서는 내 앞을 가로막고 있잖냐~"
분명 서로 처음 보는 존재임에도, 마치 그동안 자주 만났던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 않을까. 적어도 그들이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마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켄타우로스는 잠깐 고민을 하더니 자세를 낮추곤 마치 자신의 위에 올라타라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제가 마을까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엉? 정말로 그래도 되는거냐?"
"괜찮습니다. 안전하게 데려다 드리는 것도 제 역할이니까요."
"그렇구만~ 그럼 잘 부탁한다!"
무리의 대장은 가볍게 켄타우로스의 위에 올라탔고, 켄타우로스는 자신의 위에 무리의 대장이 올라탔음을 눈치채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마치 당부하듯 말을 꺼냈다.
"...그럼, 꽉 붙잡으세요."
그 말과 함께 무리의 대장이 꽉 잡는 것을 느끼자, 켄타우로스는 전력으로 수풀 사이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무리의 대장은 순간적으로 놀라며 "호오, 진짜 빠르잖냐~!!" 라며 이 상황을 엄청 즐기고 있는 듯 보였고... 켄타우로스도 그런 소리를 들었는지 "숲에 대해서 저도 나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라고 답해주며 다시 전력으로 숲을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숲을 달리고 있던 중, 무리의 대장은 떠오른 얘기들이 있었는지 켄타우로스에게 하나둘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마을에서는 너를 위험한 존재로 생각하던데, 네 생각은 어떻냐?"
"...그런가요? 어쩐지 제 발걸음이나 기운이 느껴지면 어딘가로 도망가는 분들이 많더라니..."
"너도 겪은 게 없진 않은 모양이구만~"
켄타우로스는 달리고 있는 와중에도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려주며 다시 말을 꺼냈다.
"상관없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이 숲을 지키며 모두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겠죠."
"분명 그럴거다. 일단 내가 그 역할을 해 줄 테니까~"
"...제 이야기들을 알려주실 건가요? 나쁘지 않겠네요."
"헛소문이 도는 걸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잖냐! 우리 하이에나들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 말이다!"
"여러모로 공감대가 있네요. 마음에 듭니다."
한편으론 무리의 대장도 이 존재가 실존한다는 걸 깨닫기도 했고, 그렇기에 더 궁금한 것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낫을 가지고 다니는 거냐?"
"아, 이건... 흠, 오래 전에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사용했던 무기입니다."
"아하? 그렇다는 건... 어쩌면 숲을 지키는 것도 그것의 연장선이구만?"
"역시 저를 잘 이해해 주시네요. 아무래도 그런 편입니다. 무언가를 지키는 것이 몸에 버릇처럼 남았달까요."
"흠, 근데 오래 전에 누군가를 지켰다는 건... 지금은 아니라는 건가?"
"네... 뭐,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럴만도 하지~ 누군가를 지키는 것도 아무래도 영원한 건 아니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리의 대장은 생각보다 이 켄타우로스가 나쁜 존재가 아니었다는 걸, 그리고 꽤나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마 나중에 마을로 돌아가게 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이 켄타우로스에 대한 소문들을 걷어내는 것이 아닐까? 물론 단순 추측일 뿐이지만, 적어도 분위기만으론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이 바로 드는 듯 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어느새 마을의 입구까지 도착했고, 켄타우로스는 조심스럽게 무리의 대장을 내려주었다. 마을의 앞에서 내려주는 모습을 보며 무리의 대장은 고개를 갸웃거리곤 질문을 꺼냈다.
"너는 마을로 들어가지 않는 거냐?"
"다시 숲을 확인해야 되기도 하고... 괜히 모습을 드러냈다가 더 일이 커지는 건 아직은 원하지 않아서요."
"그렇구만. 역시 그 전까지 내가 직접 나서줄 수밖에 없나~"
"아무튼... 남은 시간도 좋은 시간이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래! 너도, 괜히 더 다치지 말고~"
이제 무리의 대장은 단순히 숲을 탐방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 켄타우로스를 만나기 위해 늦은 시간에 숲을 방문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러모로 마음이 잘 통하는 존재를, 그냥 지나치기엔 조금 아쉬우니까.
'일반 자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엘리고스 (Eligos) (0) | 2023.03.08 |
---|---|
크로셀 (IF 켄타우로스 버전) (0) | 2023.03.02 |
크로셀 -2P version- (Crocell -2P version-) (0) | 2023.02.26 |
[단탈리온 / 아이훔] 230222 (0) | 2023.02.23 |
[크로셀 / 안다르타] 230222 (0) | 2023.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