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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자캐

[단탈리온 / 아이훔] 230222

 

 

 


 

 

"여어,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시나!"

"흥,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다. 오늘은 의뢰가 없었으니."

"그렇구만~ 어쩐지 필요로 하는 정보가 없더라니, 역시 다 이유가 있구만?"

"그래도 의뢰와는 관련없이 개인적으로 정보를 부탁할 수도 있는 일이지."

"그건 맞긴 해~ 그래서 미리 챙겨둔 정보들이 없진 않은데, 이것도 살래?"

"나중에 한꺼번에 사겠다. 그래도 되겠지, 도적?"

"물론! 잘 보관해 둘 테니까,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평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니,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될 지 뭔가 고민이란 말이지. 솔직히 오래 지내기도 했고, 이쯤되면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성장하며 자라왔는지에 대해 얘기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걸. 굳이 엄청 숨기고 싶은 과거도 아니고, 그렇기에 딱히 숨길 이유도 없으니까!

 

 

"할 거 없으면, 내 옛날 이야기나 들을래?"

"너의 과거라. 그것도 내가 돈을 내야 되는 정보인가?"

"아니! 이건 공짜야! 어때?"

"흥, 공짜라면 굳이 안 들을 이유도 없겠군. 어디 한 번 꺼내 보거라."

"좋아~ 잠깐만 기다려~"

 


 

아주 오래 전의 나는~ 고아원에서 살았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나. 이상하게 다른 기억들은 마치 찢겨진 듯 기억이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기억에 남네. 어쩌면 그만큼 고아원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일까?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이긴 한데, 고아원에서 태어난 건 아니고 내 가족이 고아원에 나를 맡겼다고 하더라고.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서 나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던 거겠지. 그래서 딱히 가족이 원망스럽다거나 그러진 않아. 애초에 가족에 대해서 기억이 나는 게 있어야 원망을 하던가 말던가 하지.

 

가족은 아니지만, 적어도 가족에게 자란 것 같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정확히 어느 시기였는진 모르겠지만 스스로 독립을 한 건지, 아니면 고아원에서 키워줄 수 있는 한계에 도달했던 건지 기억은 안 나지만 확실히 고아원을 떠나서 스스로의 삶을 시작했던 건 확실히 기억이 나. 그렇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하며 살아야 될 지 고민하면서 지냈...던가? 애초에 고민이라는 게 있었던가? 그것도 잘 모르겠네!

혹시 내가 아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모르겠어! 아무튼 그런 삶을 살았다는 것만 알 수 있으면 된 거지.

 

 

"그럼 도적이 된 이유도, 무엇을 해야 될 지 고민하며 생긴 결과인가?"

 

 

그렇지 않을까? 근데 내가 막 아무나 잡고 "도적이 되고 싶어!" 라며 붙잡아댔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아. 잠깐만- 이것도 잠깐 생각을 해 봐야 될 것 같은데. 분명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흐음...

아, 맞다! 뉴스라던지, 신문이라던지- 그런 식으로 세상의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많잖아? 그런 것들을 통해서 이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구경하고 있다가 발견한 공통점이 있었던 것 같아. 그건 바로 '있는 녀석들이 더 욕심이 많다' 라는 점이었지. 내가 공감을 제대로 못 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왜 있는 녀석들이 더 욕심이 많을까? 남들에게 베풀어 줄 생각은 없는걸까?

그래서 있는 녀석들이 직접 베풀어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직접 베풀도록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영향을 주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흥, 재미있군. 세상의 흐름에 같이 따라간 것이라는 게 흥미롭구나."

"지금이야 뭐 나 혼자만의 삶을 살고 있다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단독으로 지내기엔 좀 무리였달까?"

"그럴법도 하지. 원래 삶이라는 것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만들어지는 것이니."

"이렇게 이해를 잘 해주는 녀석들만 세상에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워낙 녀석들을 잘 안 만나고 다니는 탓도 있겠지. 그러면서도 용병 친구는 내 말에 조금 의문을 가지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말을 꺼냈어.

 

 

"그래봤자 너는 다른 녀석들과 어울리지 않는 편이 아닌가?"

"이거랑 그건 별개지! 적어도 이해를 잘 해주는 녀석들만 있으면 나를 잡아가려고 눈에 불을 켜는 녀석들은 없을 거 아냐~"

"흥. 그런가. 그래서, 무리를 지어 행동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음~ 딱히 그런 건 없는데?"

 


 

근데 생각해보면 이것도 나름 고아원 생활에서 거쳐온 게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 여러 존재들과 같이 어울려 지내는 건 분명 편하고 좋은 일이지만, 결국 나중에 헤어지게 되었을 때 그 빈 자리를 다시 메꾸는 것이 은근히 불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늘 말했었지만, 무리를 지어서 다니면 꼭 어딘가 꼬이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이런 것도 다 세상이 굴러가는 여러가지 일들을 통해서 깨달은 것 같기도 해. 혼자 다니는 녀석들은 그냥 조용히 잘 다니는데, 무리를 지어 다닐 땐 한번 꼬리가 잡혀버리면 본체까지 전부 잡혀버리는 것 같더라고. 그걸 내 삶에 대입했을 때 괜히 귀찮아질 것 같아서, 알아서 혼자 다니는 걸 선택했지.

 

그렇게 혼자 다니면서 불편했던 게 없었냐고 하면 당연히 거짓말이겠지. 일단 도적이 되기 위한 길을 혼자 걸어가야 되는 일이었으니까... 솔직히 그렇게 쉬웠던 건 아니었는데 의외로 나에겐 할만한 일이더라고? 내가 사람을 노리는 게 아니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나 정보를 노리다보니 쉬운건가?

아, 맞아! 무리를 지어다니지 않으니까 좋은 점 하나 발견! 그건 바로 다른 녀석에게 내가 저지른 일을 몰래 덮어씌우더라도 절대 죄책감이 없다는 점! 이건 너무 양심이 없나? 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 한번쯤은 겪어야 되는 시련같은 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네.

 

 

한 번 손에 익으니까 그 이후로는 아주 순조롭게 도적 활동이 진행되었지. 아무래도 가진 녀석들의 물건이나 정보같은 것만 노리다 보니까 사람들 사이에서는 단순한 도적이 아니라 '의적'이라고 칭해지는 것 같기도 해서 그건 나름대로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아 지금도 흥미롭고 기쁘달까? 언젠가는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를 잡아가려는 녀석들과 나를 보호해주려는 녀석들이 대립하는 걸 보고 싶기도 하네.

사람을 노리는 건 딱히 재미가 없어. 물론 사람을 먹잇감으로 노리면 그만큼의 쾌감은 있긴 하겠지만, 누군가가 나를 보며 증오하고 원망하는 그 기분을 느낄 수가 없으니까. 물건이나 정보같은 것들을 훔치면 바로 눈에 불을 켜고 사방을 둘러보면서 나를 찾으려고 하는 그 시선이 얼마나 즐거운지~ 아는 사람만 알걸?

 

 

"정말, 너는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군."

 

 

그런 반응을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듣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야~

 


 

"아무튼, 이게 지금까지의 내가 살아온 이야기- 라고 할 수 있겠네."

"흥, 무료인 것 치고는 꽤나 알찬 것 같은데. 돈이라도 쥐어줘야 될 것 같군."

"에이~ 무료라니까~ 그럴 필요 없어~"

 

 

혹시라도 나중에 궁금한 게 더 생긴다면 언제든 물어 보라구~

무료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