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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자캐

[크로셀 / 하피사] 230222

 

 

 


 

 

이번에도 오랜만에 이 교단에 찾아와서 가볍게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이 곳에서 연주를 할 때마다 처음으로 연주를 했던 때가 문득 떠오르기도 하네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우연의 우연이었던 것 같지만, 그런 우연 덕분에 나름 좋은 일자리(까진 아니지만요)를 얻은 듯한 기분도 들곤 합니다. 딱히 받는 건 없어도 그저 이런 곳에서 제 연주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일이죠.

한편으론 이 곳에서 연주를 하고 교단의 구석진 자리에서 잠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과거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과거엔 이런 교단에서 생활했던 몸이니까요.

 

 

그러고보니 이런 구석진 자리에서 혼자 명상을 하듯 무릎을 꿇은 상태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연주를 들었던 이 교단의 교단원들 분께서 찾아오시곤 좋은 연주였다던지, 사인을 해달라던지... 그런 이야기나 요청을 받기도 합니다. 사인은 아무래도 제가 그 정도의 위치에 있는 건 아니라서 조금 사양하곤 하지만, 그 외에 간단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정도는 부담없이 해 드리곤 합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 사이에서도 제 과거를 들려드리는 일은 없었죠.

하지만 왠지 오늘은... 조금 다른 날이 될 것 같기도 하네요.

 

 


 

 

늘 그래왔던 것처럼 교단의 구석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던 중, 오늘은 다른 교단원이 아닌 특별한 분께서 제 앞으로 오시는 것이 보였습니다. 근처에 다가오는 것만으로 느껴지는 기운을 통해서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죠.

 

 

"...음? 따로 교단원분들을 지도하러 가신 줄 알았습니다만..."

"이미 다 지도하고 오는 길이오. 보다시피 시간도 이렇게 되지 않았소?"

"아아, 그렇군요. 생각해보니 벌써 시간이..."

 

 

보통 연주가 늦은 저녁쯤에 끝나는 일이 많아서, 교단에서 조용히 하루를 보내고 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오늘도 다름없이 늦은 저녁에 연주가 끝난 관계로 이렇게 구석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새 달이 저 위에 떠올라 있을 정도로 늦은 밤이 되었네요. 한편으론 이렇게 밤이 되어도 늘 이 교단을 신경쓰는 듯한 이 교단의 교주님의 모습이 든든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교주님에게 처음으로 감사를 표했을 때처럼, 무릎을 꿇은 상태로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 교단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교주가 된 계기라던지... 제대로 이야기를 다 적어두기엔 너무나 이야기가 길어질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정보들을 들었는데, 듣기만 할 수는 없다' 라는 생각이었죠.

 

 

"그러고보니 저는, 이런 분위기가 어떨 땐 참 익숙합니다."

"단순한 떠돌이인 줄 알았네만 의외의 삶을 살았나보구나."

"사실 따지면 그렇게 단순한 떠돌이는 아니긴 하죠. 여러가지 일이 좀 있었으니까요."

 

"...조금 시간이 많이 지날수도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꺼내도 괜찮을까요?"

"상관없소. 늦은 밤에는 그 누구도 방해할 자가 없으니."

"그렇다면..."

 

 

잠깐 헛기침을 몇 번 하면서 목을 가다듬곤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이렇게 오래 전의 이야기를 꺼내는 건, 참 오랜만일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오래 전 과거의 저는, 이런 교단처럼 어떤 특별한 교단에서 지내왔던 존재입니다. 처음부터 그 교단에서 태어나서 자란 건 아니었고, 어떤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다가 저 혼자 따로 교단에 맡겨진 채 그렇게 지내왔죠.

이미 다 잊혀져버린 탓에 정확히 가족의 구성원이 누구였는지도 이젠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가족이 그렇게 저를 교단에 맡겼던 이유는 지금 생각해보면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그렇게 순탄한 삶을 지내왔던 건 아니었거든요. 아마 저를 계속해서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주변의 소문이나 아니면 자신들의 신념을 믿고 그 교단에 저를 맡겼던 것일지도 모르죠.

 

그래도 덕분에, 저는 끝까지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며 지내왔다고 생각할 수는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기 전까지는요.

 

 

"어떤 일이라는 것은?"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서, 교단 내부에서는 꽤나 여러가지 흉흉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언제부턴가 교주님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무언가 계획을 짜는 것 같다면서 말이죠. 사실 당시의 저는 그 교단의 교주님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가끔 교단원 분들이 찾아와서는 저에게 아는 것이 없냐며 물어보는 일도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그저 모른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교단 내에서 소문이 퍼지니 자연스럽게 교단원들 사이에서도 분열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교주를 믿냐며 배교자가 되는 일도 있었고, 그런 배교자에 대항하면서 끝까지 교주님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자도 있었고... 저는 끝까지 교주님을 믿었던 쪽에 속하긴 했었지만... 최대한 다른 분들과 싸움이 붙지 않도록 조용히 지내곤 했었습니다.

 

그러다 더 시간이 지나고... 결국 교주님께선 자신의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교단을 배신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죠.

 


 

"그렇게 되어서... 제가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흥미롭구나."

"한때 교단에 소속되어 있었으니... 이런 교단도 저에겐 낯설지 않은 셈이죠."

 

 

그러다 이 교단의 교주님께서는 잠깐 생각하더니 다시 말을 꺼냈습니다. 무언가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의문이 해소된 것처럼 말이죠.

 

 

"나의 교단의 교리같은 것들을 들어도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인 것이오?"

"그런 셈이죠. 남들이 듣기엔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겠지만, 그런 건 어차피 외부에서나 통하는 일이니까요. 교단에서는 오로지 교주의 말이 곧 모든 것이니까요."

"마음가짐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모두가 다 당신처럼 생각했으면 좋겠소."

"하하, 그건... 교주님의 힘으로 다 세뇌하면 될 것 같은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밤이 더욱 깊어가던 중, 교주님께서는 또다른 궁금한 부분이 생긴 듯 간단하면서도 나름 중요한 질문을 꺼냈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과거의 그 교단과 관련되어 있소?"

"음, 아무래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사실 오히려 이 부분이 제 과거보다 더 궁금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질문이었죠. 그렇지만 과거와 연관된 부분이었기에 아마 이 악기와 관련된 부분도 과거를 꺼내지 않았다면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확률이 높았을 겁니다. 여러모로 이 악기도 저에겐 참 많은 추억과 미련이 담겨 있으니까요.

 

 

"이것도 나름 이야기하자면 좀 길어질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 교단에 들어왔을 땐 이런 악기와 관련된 삶을 살아가진 않았습니다. 그저 교단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교주님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며 자료를 정리한다던지... 그런 일들을 했었죠. 그러다 어느 날, 악기를 다루게 된 계기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평범하게 교단에서 일을 하고 있던 중, 어디선가 들리는 악기 소리에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당시 최근에 들어왔던 교단원 분께서 간단하게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악기 소리가 마음에 드네요."

"감사합니다! 이게 사실 오래 전부터 소중히 여기던 악기거든요. 그래서 늘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도록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런 소중한 물건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죠. 언제나 그런 아름다운 연주를 듣고 싶습니다."

"그렇게 칭찬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릴까요? 나중에 형제님께서도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음... 나쁘지 않겠네요. 시간도 많고 하니..."

 

 

그렇게 연주를 배우게 되었고, 당시 그 교단원분께서 가지고 있었던 게 오카리나였습니다. 당시에는 오카리나에 대해서만 배움을 받긴 했지만, 나중에 교단을 떠나게 된 이후로 마을이나 도시같은 곳에서 다양한 악기들을 접하게 된 이후로 그런 악기들도 다룰 수 있도록 스스로 터득하게 된 것이고요.

그러다 문득 또 궁금해지는 부분이 생길 것입니다. 아마 교주님께선 이미 눈치채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그 오카리나는, 당시 그 교단원의 것이오?"

 

 

역시 제가 예상했던 질문이네요. 일단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맞습니다. 이것도 참 여러가지 일이 있었죠.

당시 교단을 떠나기 직전, 그 교단원 분께서도 결심을 한 듯 이것저것 짐을 챙기곤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저를 보면서 애써 싱긋 웃어보이곤 이런저런 얘기를 꺼냈죠.

 

 

"늘 행복할 줄 알았던 교단 생활도, 이렇게 마무리되네요."

"그러게요. ...원래 행복이라는 건 이런 걸까요."

"그래도 분명 형제님이라면 잘 지내실 수 있을 거예요! 지금까지도 그래오셨잖아요?"

"아, 감사합니다. 형제님께서도... 떠나실 것 같으니, 부디 좋은 시간들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저야말로 늘 감사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선물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네? 어떤 것이죠...?"

 

 

그렇게 오카리나 하나를 저에게 건네주셨죠. 그 분께서 늘 연주하고 다니던 오카리나가 아닌, 일종의 여분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저를 통해서 연주를 배우셨으니까, 앞으로 다른 곳에서도 그 연주를 들려주세요. 혹시 모르잖아요? 그렇게 연주를 하다보면 다시 만날 수 있게 될 지!"

"...아하하, 그렇겠네요. 열심히 연주하며 온 세상을 다니겠습니다."

"약속한 거예요! 아, 이제 떠날 때가 되었네요. 더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전에... 먼저 가봐야겠어요. 꼭 다시 만나요!"

 


 

"대충...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렇군. 그래서 그 존재와는 다시 만났소?"

"아뇨, 아직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기도 하고... 그 분께서 저를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분명 기억은 하고 있을 것이오.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건네준 것을 어찌 쉽게 잊겠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다시 믿음이 생기네요."

 

 

이런 이야기를 꺼내고 있으니, 무언가 속이 후련해진 기분입니다. 마치 오래 전부터 한번쯤 얘기를 꺼냈어야만 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물론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된 것도 교단에서 연주를 할 수 있게 된 덕분이겠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교주님께서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제 다시 교단원들을 챙기러 가려는 듯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슬슬 준비해야겠소. 편히 쉬다가 가시오."

"감사합니다. 저도... 곧 준비해야겠네요."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면, 저도 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옮길 것입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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