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래왔던 것처럼, 멀리까지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가끔씩 과거의 추억에 젖거나 지금까지 만났던 분들에 대한 생각을 꺼내곤 합니다. 지금 그 분들은 무엇을 하고 계실지, 혹시라도 어떤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이렇게 멀리까지 와 버린 상황에서는 그런 것들을 알아볼 수 없으니까요. 제가 이렇게 그 분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그 분들도 저를 생각하고 있을까요?
...과거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저는 그렇게 지금까지 만났던 분들 중에서 최근에 만났거나, 아직도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 존재들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곤 합니다. 제가 항상 데리고 다니는 까마귀를 이용해서 그 분들에게 편지를 전해주곤 하죠. 이미 이 까마귀는 제가 그 존재들과 만났을 때부터 그 존재들의 냄새를 기억해 두었다가 제가 어떤 분에게 편지를 보내달라고 명령을 내리면 바로 그 존재에게 날아가 편지를 전달해 준답니다. 꽤나 똑똑하죠?
그래서... 어떤 내용을 쓰면 좋을까요. 그건, 직접 내용을 적어가면서 생각해보도록 할까요?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혹시나 이 편지가 누구의 편지냐고 궁금해하실 수도 있을테니... 미리 정체를 적어놓도록 하죠.
최근 당신이 무리를 다시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그 떠돌이입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이름을 가르쳐 드렸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이 편지를 통해서 간단하게 제 소개도 남겨두겠습니다.
저는 '크로셀' 이라고 합니다. 이곳저곳 떠돌며 다양한 추억들을 남기고, 다양한 정보들을 습득하며, 많은 존재들에게 행복을 선사해주는 일을 하는 떠돌이죠. '행복'이라는 것에서도 궁금해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단순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나 더 크게 나아가서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해주는 것까지... 그런 것들이 전부 저에게는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지, 그리고 당신이 이끄는 무리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며 지내는 무리였는지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알려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부담없이 알려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굳이 억지로 그런 정보들을 알아내려고 하는 집요한 존재는 아니니까요.
저번에 잠깐 당신이 머무르고 있는 장소에 갔었을 때 잠시 멀리 가야된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었죠. 그래서 지금은 확실히 조금 먼 곳까지 도착했습니다. 아마 돌아가려면 다시 며칠은 걸릴 것 같으니, 그동안 당신이 이끄는 무리에 별 탈이 없기를 기원합니다.
그나저나 제가 이 곳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이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하시겠죠?
이 곳까지 오게 된 건 그저 제 직감을 믿으며 발걸음을 옮기다가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여기도 나름 주변 풍경이 아름답고,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도 적당히 모여있는 그런 마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곳에서 밤을 보내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으니 건강이나 안전과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지금 당장 하고 있는 건 없지만, 날이 밝았을 때 이 마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간단하게 이 곳에 머무르고 있는 분들을 위해 행운을 빌어주는 연주를 하고 돌아갈 듯 합니다. 아, 그러고보니 연주라고 하니까 또 의아해하실 수도 있겠네요. 저같이 거대한 낫을 들고 다니는 떠돌이가 연주라니, 사실 제 스스로 상상해도 그렇게 잘 연관되지 않으니까 다른 분들의 입장이라고 다르겠습니까.
저는 이런저런 곳을 다니며 가볍게 연주를 해 주기도 합니다. 보통 평소에 가지고 다니는 악기는 오카리나 정도입니다만, 어떤 마을이나 도시에서 연주를 하게 될 때에는 그 곳에 있는 피리류의 악기들을 빌려서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연주를 하다보면 그 마을이나 도시에서 저에게 연주를 해 달라며 초청을 하는 일도 있고, 그렇게 떠돌이의 정해진 목적없는 발걸음이 아닌 연주를 위한 정해진 목적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도 있죠. 삶이라는 건 이렇게 조금씩 색다른 일이 있으면 더욱 즐거운 법이니까요.
나중에 돌아가게 되면, 제가 당신과 당신의 무리들을 위해 간단한 연주를 해 드려도 괜찮을까요? 분명 모두들 좋아할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다녀왔던 마을이나 도시에서도 마음에 드는 연주였다고 이런저런 다양한 칭찬을 많이 들었으니까요.
다시는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음,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생각보다 이것저것 내용을 적다보니 꽤나 많은 내용이 채워졌네요. 원래 이야기라는 건 처음엔 무엇을 꺼내야 될 지 고민하는 것이지만 주제가 잡히면 끝없이 나오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것 같지 않나요?
아직 머리 속에서는 떠오르는 내용들이 많지만, 아쉽게도 그 내용들을 적을 수 있을 정도의 여백이 남아있지 않네요. 뒷면까지 쓰기엔 너무 과한 것 같으니... 이번 편지의 내용은 여기까지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제가 다시 돌아갈 때까지 별 탈이 없기를 기원합니다.
흔하디 흔한 떠돌이, 크로셀 올림.
흠...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내용의 편지가 되겠죠? 깔끔한 봉투에 넣어서 편지가 흐르지 않도록 까마귀에게 잘 매달아 둔 뒤, 까마귀를 쓰다듬어주며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그 무리의 대장에게 보내 주세요. 잘 부탁합니다."
까마귀는 제 말을 듣자마자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원래부터 말을 잘 들었던 친구였기 때문에 아마 이번에도 무사히 잘 건네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지도 보냈으니... 이제 저도 적당히 쉬거나 마을을 둘러보거나 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해야겠습니다.
이 곳에서는... 어떤 기억들을 담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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