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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자캐

[단탈리온] 230217

 

 

 


 

 

도적의 삶이 아닌 떠돌이의 삶을 살아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아마 이런 것도 나 혼자 다녔으면 심심해서 그만뒀을 것 같은데, 역시 같이 다닐 동료가 있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야~ 여러모로 떠돌이 생활이라는 것도 나쁘진 않구나- 싶은 생각도 좀 들긴 했고. 일단 머리를 많이 안 굴려도 된다는 점이 제일 큰 것 같네. (도적 생활은 늘 머리를 굴리며 살아가야 되니깐! 생각없이 도적했다간 바로 잡혀간다구?)

날도 슬슬 어두워지고, 근처에 머무를 수 있는 마을도 있다보니 오늘은 여기에서 쉬었다가 갈 예정인가보다. 이렇게 새로운 곳까지 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고 있는데 떠돌이 친구가 무언가 적고 있는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서 물어보기도 했지.

 

 

"친구! 뭐 하고 있어~?"

"아,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저를 꽤 신경써주는 분이 있어서요."

"오? 그래? 나도 편지 써주고 싶은 친구가 있는데! 나도 하나 빌려도 될까?"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죠."

 

 

떠돌이 친구는 여분의 편지지와 그 편지지에 글을 적을 수 있는 걸 나에게 건네주었지. "고마워~" 라며 가볍게 표현도 해 주고, 슬슬 나도 편지를 써봐야겠다!

이런 거 쓰는 거 정말 오랜만이야~

 

 


 

 

여어! 갑자기 이런 내용의 편지를 받게 되어서 엄청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 근데 워낙 할 게 없어서 이런 거라도 보내야 조금이라도 덜 심심할 것 같아서 그런 거니까 그러려니하며 알아서 잘 이해해주길 바랄게~

그쪽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시간이 좀 늦어졌으니 대충 휴식하기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너는 이렇게 늦은 시간이 되면 굳이 싸우려고 하진 않잖아. 그러니 의뢰도 만약 해결하지 못한 게 있다면 내일로 미루고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말한 게 정답일지 아닐지는 모르겠네~

 

 

그러고보니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이후로 제대로 소개를 한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엔 대충 서로의 역할로만 부르고 제대로 된 이름이나 그런 건 알려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런 심심할 때 아니면 언제 제대로 나를 소개해보겠어! 그러니까 공간도 채울 겸 간단하게 내 소개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

나는 '단탈리온' 이라는 이름으로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찾아다니는 도적이자, 너에겐 정보상이지. 예전에 도적 노릇을 하다가 만난 어떤 녀석이 나를 보면서 참 악마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붙여준 이름이기도 하지. 어때? 네 생각엔 나랑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해? 사실 다른 친구들의 의견같은 건 신경 안 쓰는 편이지만, 그냥 궁금한 건 일단 물어봐야 직성에 풀린다구.

 

 

어쨌거나 이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이렇게 떠돌아 다니는 와중에도 도적 노릇을 하고 있는 거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떠돌이 생활을 할 때에는 최대한 도적 노릇은 안 하고 있어. 정확히는, 지금은 '나 혼자' 떠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같이 떠돌아다니는 친구가 있어서 안 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 친구가 누구냐면 아마 저번에 몇 번 말한 적 있었던 그 떠돌이 친구랑 같이 다니고 있어.

근데 이 친구 말이야. 생각보다 단순한 떠돌이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니더라구? 같이 다닐 때마다 여러가지 새로운 경험들을 쌓고 있어서 어떨 땐 도적 일보다 더 흥미롭기도 해. 그 친구 모르게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여기에다가 풀어볼까~

 


 

같이 다니는 이 떠돌이 친구 말이야, 생각보다 악기 연주에 엄청 능숙하더라구. 악기에도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이 친구는 그 중에서도 피리같은 그런 악기를 엄청 잘 다루는 것 같아. 지금도 넓은 공터에서 유유히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데,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그 친구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그 어떤 시간들보다 더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어. 마치 누군가가 걱정이 잔뜩 쌓여있으면 이 친구가 다가가서 연주를 해 주는 것만으로도 그런 걱정이나 고민들이 싹 사라질 것 같은 그런 연주랄까나~

어쩌면 이 친구도 그걸 노리고 연주를 시작한 게 아닐까? 여러모로 궁금해지는데 나중에 시간이 되면 물어봐야겠다.

 

 

이렇게 연주를 잘 하다보니, 이곳저곳 다니다가 마을이든, 도시든, 교단이든... 그런 식으로 다양한 녀석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서 연주를 해 달라고 초대를 받기도 하나 봐. 그래서 나도 같이 옆에서 도와주는 것도 많긴 하지. 떠돌이 친구가 연주를 하고 있으면 나는 그 옆에서 설명을 해 주는 등 그런 사회를 봐주거나, 주변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열심히 도와주고 있지.

물론 이렇게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면 들키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그런 걸 하면 도적의 체면이 안 살아나지! 적당히 모습을 숨기며 활동하고 있어서 내가 그냥 가끔씩 나타나는 특별한 인물 정도로만 다들 생각하고 있는 편이야. 도적은 모습을 숨기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 나름 그걸 증명하고 있는 셈!

 

 

문득 이런 연주를 듣고 있으면 궁금해지는 것도 많아. 어떠한 계기로 연주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많은 악기들 중에서도 피리같은 악기를 다루게 된 이유가 있는지... 저번에 말했던 그 거대한 낫도 그렇고, 은근히 드러내는 것도 많지만 그만큼 숨기는 것도 많아서 참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그렇게 숨기는 것이 의도된 것인지, 아니면 언젠가 가르쳐 줄 의향이 있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것도 사실이고. (일단 나에겐 아직까지 말해줄 생각이 없어보이는 건 정말 아쉬워~)

그리고 생각보다 그리움이나 그런 것도 꽤 많아보여. 저번에 도시를 구경하다가 어떤 모임이라도 있었는지 여러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가 길을 지나가는 것이 보였는데, 그걸 오랫동안 말없이 바라보면서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던 친구의 모습을 보았거든. 그 모습을 보면서 "친구~ 뭘 그리 바라보고 있어~" 라고 큭큭대면서 물어봤는데 친구는 깜짝 놀라면서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저렇게 무리지어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조금 재미있어서요." 라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하지만... 그 말 속에는 무언가 묘한 기분이 느껴진달까.

...정말이지, 이 친구의 숨겨진 이야기들은 무엇이 있을까?

 


 

아니, 그렇게 별로 쓴 내용도 없는 것 같은데 편지지에 남은 공간이 없어! 원래 편지라는 게 이렇게 내용이 별로 안 들어가는 것이었던가? 워낙 손으로 직접 편지를 써본 적이 많았어야 말이지. 이런 것도 이렇게 떠돌아다니는 거 아니면 할 일도 없었을 테고... 참 색다른 경험이야~

어쨌거나 난 이곳저곳 좀 많이 다니고 있을 테니까, 고용주 친구가 주는 의뢰들을 열심히 잘 해결하고 있길 바랄게! 그만큼 정보들도 많이 챙겨 갈 테니까 댓가도 많이 보관해두고 있으라구~ 내가 정말 맛있는 정보들만 잔뜩 챙겨서 너에게 줄 테니까 말이야.

그럼, 이만!

 

항상 너를 재미있게 생각하는 도적, 단탈리온 씀!

 

 


 

 

이 정도면 충분히 다 쓴 것 같다! 붉은 색의 봉투에 적당히 깔끔하게 잘 넣은 다음에 떠돌이 친구에게 전해주려고 갔는데, 분명 편지를 쓰고 있었던 떠돌이 친구는 어느새 주변을 둘러보며 유유히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지.

 

 

"친구! 나도 편지 다 썼어!"

"오, 그렇습니까?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걸 보아하니... 많은 내용을 쓰셨나보네요."

"헤- 그럴 수도 있고! 그나저나 네 편지는 어떻게 된 거야?"

"제 편지는 까마귀를 통해서 먼저 보냈습니다. 보낸 지 좀 되긴 했으니, 곧 다시 이 곳으로 복귀할 겁니다."

"까마귀를 데리고 있었구나? 어쩐지 가끔씩 까마귀 소리가 들리더라니~"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저에게 유일했던 든든한 동료이지요."

 

 

그렇게 이 친구의 까마귀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저 멀리서 까마귀 소리가 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로 빠르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때 떠돌이 친구는 까마귀에게서 떨어지지 않도록 편지를 단단히 묶어놓는 모습을 보였다.

 

 

"누구에게 보내실 건가요?"

"아, 내가 요즘 친하게 지내는 그 용병 친구에게 보내려구!"

"그 분이라면- 누군지 알겠군요."

 

 

내가 그 친구에게 이 떠돌이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고, 아마 떠돌이 친구도 그 덕분에 그 용병 친구를 한번쯤은 실제로 만난 적이 있었나 봐. 그래서 딱히 막히는 것 없이 까마귀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어서 그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는 작업을 했지.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까마귀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자 바로 하늘로 날아가는 까마귀의 모습을 보며 역시 하루이틀 같이 지낸 동료가 아니구나~ 라며 마음 속으로 생각하기도 했지. 저 까마귀도 언제부터 데리고 다녔던 걸까? 진짜 신비로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니깐.

그래서... 이제 뭐 하지? 아무래도 쉬어야겠다!

 

 

"혹시라도 필요하면 불러~ 난 잠깐 쉬고 있을게."

"오늘은 편히 쉬세요. 다행히 주변도 평온한 것 같습니다."

"응! 가끔은 내가 주변 상황도 파악할테니 너도 좀 쉬고!"

"하하, 알겠습니다."

 

 

이제 진짜로 쉬어야지! 나는 나뭇가지 위에서 쉬는 게 제일 편하고 좋더라.

보아하니 떠돌이 친구는 마을을 둘러볼 생각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글쎄! 난 필요할 때만 그런 곳에 가는 타입인지라 지금은 안 갈지도!

 

아무튼 진짜로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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