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직업을 가진 삶이라는 건 어떤 삶일까? 가끔 도적으로서의 삶이 아닌 다른 직업으로서의 삶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해. 하지만 지금은 엄청난 유명한 도적이 되어버린 이상, 쉬운 일이 아니게 되었지. 그래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 바로 나 아니겠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이 단탈리온이라구.
그러다가 최근에 이곳저곳 떠돌아 다니면서 온 세상의 정보들을 모은다는 떠돌이 친구를 만나게 되었어. 떠돌이를 단순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겠지만 의외로 이 친구, 피리 연주도 굉장히 잘 해서 일종의 음유시인 역할도 하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되었지. 그래서 가끔 이 친구를 따라서 이곳저곳 다니기도 하고, 이 친구가 어딘가로 연주를 하러 가게 되었을 때 옆에서 도와주는 등 여러가지 일들을 해 보고 있지!
오늘은 그렇게 이곳저곳 다니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볼까 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음유시인 아니랄까봐 마침 교단에서 친구의 연주를 듣고 싶어한다며 일종의 초청을 받았길래, 나도 오랜만에 그 교단에 얼굴 좀 비추러 갔지. 아무래도 나는 도적이니까 자주 교단에 방문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끔씩 얼굴 비춰주면 다들 반가워하기도 하고 반응이 좋더라구. 물론 나는 악기 연주하러 가는 게 아니라 옆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대신 해 주면서 분위기를 살려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내 역할이 나름대로 돋보이는 게 아닐까 싶어.
가끔 얼굴을 비출 때마다 사인을 해 달라던지, 그런 반응을 보고 있으면 왜 친구가 이곳저곳 초청받는지 알 것 같기도 하네. 이런 게 유명인사의 삶인 걸까? 물론 떠돌이 친구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그냥 자신이 원하니까 연주를 해 주는 것 같지만.
그렇게 교단에서 연주도 해 주고, 다시 새로운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떠돌이와 도적이 다시 시작되었지.
"그런 연주는 어디서 배운거야? 들을 때마다 참 굉장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나름대로 혼자서 배운 것도 있고... 오래 전에 도움을 받았던 것도 있습니다."
"그렇구나- 역시 떠돌이니까 이런저런 곳에서 정보들을 많이 얻긴 했겠지."
"덕분에 그런 정보들을 모으는 것이 즐겁기도 합니다. 새로운 것을 깨닫고, 제가 응용할 수 있거든요."
"얼마나 더 발전하게 될 지 두려워~"
"당신이 저를 두려워하는 모습이라-... 이건 좀 귀하네요."
그렇게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면서 발걸음을 옮겼지. 은근히 먼저 질문을 꺼내는 쪽도 나였고, 서로 질문을 할 때 대부분의 질문은 거의 다 내가 꺼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떠돌이 친구는 그렇게 계속해서 질문을 받는 게 그렇게 불편하지 않은가봐. 아니면 그렇게 질문을 계속 받을 거라고 이미 예상했던 것일수도 있고. 아무튼 나에겐 오히려 좋은 일이지만!
그러다가 문득 그렇게 생활하는 것에 불편한 건 없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어.
"떠돌이의 삶이란 피곤하지 않아?"
"피곤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저는 이런 삶이 마음에 듭니다."
"헤에- 그렇구나- 그렇게 떠돌이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확실히 덜 피곤하긴 하겠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 게 있어. 누구나 다 처음부터 떠돌이 생활을 했던 건 아닐 거잖아? 이 친구에게도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계기같은 게 있을까, 하고 궁금해졌지.
"궁금한 게 있어! 물어봐도 될까?"
"어떤 것인지 들어봐도 될까요."
"어쩌다가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거야?"
"흠... 그건..."
"사실 예전에는 어떤 무리에 속해 있었습니다. 근데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떠돌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죠."
"음, 그렇구나. 혹시 그 이런저런 일이 뭔지 물어보는 건... 너무 깊게 파고드는 것일려나?"
"하하,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이런 이유라는 것 정도만 알아주시면 될 것 같네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답변이긴 했어~"
겉으론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실제론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정말 궁금해진단 말이지. 근데 한편으론 그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대충 예전부터 궁금했던 부분들 중에서 몇몇 부분은 어느정도 납득할 수 있게 되긴 했어.
예를 들자면,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낫이라던지- 그런 부분들 말이지.
도대체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저런 거대한 낫은 언제, 어디서 얻었는지 궁금했었는데 예전에는 어떤 무리에 속해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어느정도 예상은 할 수 있게 되었달까? 이미 그 무리에 있었을 때부터 그 낫을 가지고 있었고, 이제 떠돌이 생활을 해야 되니까 무기를 챙겨야 될 테니 그 낫을 가져온 거지. 유독 낫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을 많이 보긴 했었는데 그런 이유라면 충분히 소중하게 생각할 만도 하지~
따지면, 일종의 추억이나 다름없는 무기니까.
추억이라고 하니 문득 이 친구가 늘 하던 말이 있었어. "아름다운 추억을 늘 소중히 간직하시길." 이라고 말하던 게 있었지. 여행을 할 때마다 지나가는 친구들에게 한 마디씩 건네고 그렇게 발걸음을 다시 옮겼던 게 한두번이 아니었거든. 그만큼 이 친구는 그런 추억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아니면... 그런 추억과 관련된 또다른 어떤 일이 있었거나.
추억이라는 건 늘 좋은 일만 가져다 주는 것일까? 나는 그 질문에 늘 '응!' 이라고 답하곤 했는데, 이 친구를 만나게 된 이후론 '그럴수도 있고?' 라며 조금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게 된 것 같아. 왜냐면 이 친구는 마치 추억이라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 깊은 생각이 있는 것 같아서.
"그러고보니 또 궁금한 게 있는데-"
그러면 역시 먼저 질문해보는 수밖에 없지!
"추억이라는 것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라고 하는건지 궁금해."
"..."
친구는 말이 없다가 애써 싱긋 웃으며 말을 대충 넘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지.
"뭐, 추억이라는 건... 언제나 소중히 간직할 수록 좋은 일이니까요."
"그렇긴 한데- 왠지 친구를 보고 있으면 다른 느낌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
"그렇게 보이시나요? 저는 늘 한결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거짓말은 아니었던 것 같아.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건가? 싶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내가 이렇게 무언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아마 이 친구를 만나게 된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기도 하네.
"너무 깊게 신경쓰지 마~ 그냥 내 호기심이었던 걸로~"
"하하, 호기심은 어쩔 수 없죠. 그만큼 깊게 파고드는 것도 나중에 쓸모가 있을 겁니다."
"흠~ 대충 누군가의 생각을 공략하는 것도 도움이 되긴 하겠지!"
"특히 당신은 도적이라고 했으니... 그렇게 심문하듯 파고드는 게 유용하겠지요."
정보라는 건 기록되어 있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존재의 머릿속에 담겨있는 것도 다 정보라고 할 수 있지. 그런 걸 유도해서 꺼내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니까, 이쪽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도적이 되어야겠네.
"그나저나, 다음 목적지는 어디야?"
"정해진 목적지는 없습니다. 그저 발을 옮기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생기면 그 곳이 목적지가 되는 것이죠."
"헤- 좋아. 이참에 나도 잠깐 도적생활은 쉬고 떠돌이의 삶을 즐겨볼까!"
"불편하시더라도, 잘 참으셔야 됩니다?"
"그런 건 이미 도적 생활로도 많이 겪어봤다구~"
중간중간 필요한 것들이 생긴다면- 뭐, 어쩔 수 없지! 도적의 실력을 보여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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