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을 차려보니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 장소에 있다. 분명 처음은 아닌데… 아직 제정신이 아니라 그런지 뭔가 익숙한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괜히 머리만 더 아파지는 듯한 느낌. 누군가가 힌트라도 주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정신이 드나, 병장?"
낯익은 목소리…. 이 목소리는 분명 대장의 목소리다.
"…뭐야. 내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
도데체 알 수가 없다.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있는지. 분명 그렇게 멀리까지 걸어갔었는데. 어떻게 한순간에 다시 여기로 되돌아오게 된건지. 이 대장 녀석이라면 내가 여기에 어떻게 와있는 건지 알아낼 수 있겠지. 하지만 대장 녀석은 날 여기까지 어떻게 데려왔는지에 대해 계속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답답해지기만 했다.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다. 다음엔 그렇게 멀리 가지 마라."
"어째서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냐고."
"말해줄 수 없다."
"…쳇."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하던 짓들이 이렇게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는 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멀리 가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어쩌면 나는 그냥 이렇게 돌아다녀도 잡힐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건가.
"다음에 또 이렇게 멀리 간다면, 그 때는 엄벌을 주도록 하겠다."
"흥. 대장이라고 막 권리를 남용하면 안 된다."
"남용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에 대한 당연한 벌이다."
"글쎄, 과연 그럴까."
어떨 때는 마음에 들면서도 이럴 땐 정말 마음에 안 든다. 대장이면 다 되는 줄 아나.
'….'
도데체, 왜, 어째서, 날 여기로 다시 데려온 걸까. 정말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잠시 나갔다 와도 되나."
"너무 멀리 가지만 않는다면 괜찮다."
…이렇게 된 거 바람이나 잠시 쐬고 오자. 머리가 아프니 잠시 바람이라도 쐬어야 진정이 될 것 같은 기분이라서 억지로라도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역시 바깥바람을 쐬니까 조금은 진정된 것 같지만, 여전히 대장 녀석에 대한 복잡한 생각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후우… 정말 대장의 목적을 이해할 수가 없다. 망할.'
정작 바깥으로 나왔는데 기운이 안 난다. 그 때 쓰러지고 난 이후로 아무것도 먹은 게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가까운 곳에 있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생각한다.
'…정말로 날 다시 데려온 이유가 뭘까.'
잠시 그렇게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내 옆에 와서 앉는다. 익숙한 모습, 대장이었다.
"여기서 멍하니 앉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아무것도 아니다."
"흐음, 꽤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아니라고."
갑자기 등장하자마자 개인적인 걸 캐묻다니, 정말이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아무것도 먹은 게 없어서 배고플텐데, 이거라도 먹을텐가?"
대장이 나에게 건넨 건 왠지 맛있게 생긴 빵 하나. 원래같았으면 다른 곳을 쳐다보며 관심이 없다는 것을 표출했겠지만, 그 때의 나 자신은 엄청나게 배가 고팠기에 빵을 보자마자 바로 낚아채서 먹기 시작했다. 정말… 이 때는 나 자신을 내가 조절할 수 없었던 그런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슬쩍 대장 녀석의 표정을 보았는데 아마 웃고 있었던가. 내가 이렇게 나와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이긴 했다.
"…흥. 내가 배고픈 건 어떻게 알고."
"당연히 아무것도 안 먹었을 게 뻔하니까. 안 그러나?"
"이런 건 쓸데없이 잘 알고 있군."
"훗, 그런가."
왠지 빵을 먹을 때마다, 대장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고작 날 위해서 이런 걸 챙겨주고 있다니.
"그나저나, 하나 물어봐도 되나?"
"뭔가? 말해봐라."
지금이라면 왠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날 여기로 다시 데려온 이유가 뭔가. 분명 나같은 존재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텐데."
"…?"
갑자기 대장이 피식 웃는다. 뭐야. 왜 웃는건데.
"이유? 그야 당연히. 병장은 우리 소대의 소중한 소대원이니까."
"소중한… 소대원… 이라고?"
믿기지가 않는다. 갑자기 와서는 소중한 소대원이라니.
"물론이다. 병장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우리 소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도움이 되는 존재다."
…그런건가.
"그러니 다시 한번 말하겠다. 다시는 우리 소대를 버리고 멀리 가지 마라. 알겠나?"
"…흥. 말 하나는 잘 하네. 그래, 알겠다."
"역시 병장답군."
비록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표현했지만, 속으로는 내심 놀랐다. 내가 도움이 되는 존재였다니. 분명 그렇게 믿고 있지 않았는데.
"우리가 겉으로는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아도, 사실 병장은 엄청 소중한 존재다."
"쳇, 말로만 그러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하라고."
"흐음, 이때까지 말로만 표현했다는 건가. 좋다. 이번에는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지."
…그렇게 다시 한번 대장을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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