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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자캐

[자캐 - 샤른호르스트 / 엘레멘트] Forked Road in Darkness

...결국은, 겪고 싶지 않아도 겪을 수 밖에 없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최대한 오랫동안 샤른의 곁에 있고 싶었지만, 이제 내가 따로 가야 될 길이 있기도 하고, 그리고 너무 오래 붙어있으면 샤른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갈림길에서 샤른과 나는 잠시 멈춰선다. 사실 샤른이 먼저 멈춰 선 것이라 순간적으로 왜 멈춘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내가 멈췄으면 이해하겠지만, 갑자기 왜 샤른이 먼저 멈춘 것인지...


샤른은 잠시 다른 곳을 바라보다가 나를 향해 쳐다보곤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꽤나 진지하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이 곳에서 갈라져야 될 것 같습니다."

"응...?"

"너무 오랫동안 이 곳에 있었기에, 아리아가 걱정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아아..."

"아리아를 혼자 두는 것도 사실은 그렇게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기에 말입니다."

"사실 나도... 이제 가봐야 되거든..."

"마침 운이 좋군요. 그럼, 이제 여기서 갈라지는 일만 남았습니다."

"...갈라지기 전에..."



샤른과 잠시 헤어지기 전에 샤른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전부 건넨다. 사실, 지금까지 샤른에게 하고 싶었어도 분위기를 잡지 못해서 못 건넸던 말들이 꽤 있는 편이었다.


​"여러모로 조금 샤른을 고생시킨 것 같아서 미안하고... 그래도 많은 걸 깨달은 것 같아."

"끼긱-. 강자와 약자에 대해 깨달으신 것 말입니까?"

"...응. 그래도, 아직 강자와 강자가 서로를 대하는 법에 대해선 깨닫지 못했지만."

"그건 유감이군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보여주고 싶습니다만."

"그 나중이라는 게 언제가 될 진 모르겠어..."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바쁘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정도만 해도 어느 정도 다 표현한 것 같다. 이제 정말로 다음에 만날 날을 기다리는 것 밖에는 없을 것 같다.


혹시라도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그 때 연락이라도 할 수 있게 여러가지 정보도 잠시 얻어낸다.

의외로 샤른이 그런 연락할 수 있는 정보를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흔쾌히 나에게 정보를 넘겨 주었다.


​"...나중에, 오게 되면 연락할게."

"연락을 무시하는 것 같다고 너무 귀찮게만 안 한다면 괜찮습니다만, 만약 귀찮게 한다면 책임지지 않습니다."

"응, 알겠어..."



서로 반대의 갈림길 앞에 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샤른을 바라보며 걸어가기 전 마지막 말을 건넨다.


​"이번에는, 정말 신세를 많이 진 것 같네..."

"다음에는 어떤 이상한 질문들을 가지고 올 지 재미있겠군요."

"...음, 글쎄-... 기대하고 있던가."

"끼긱-. 기대라, 그렇게 기대할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뭐 잘 들어 두겠습니다."



...그 때까지 건강하라구. 물론 샤른이라면 충분히 건강하고도 남을 녀석이지만, 그래도 예의상 걱정해 줘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