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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자캐

[자캐 - 옵시디언 / 엘레멘트] blood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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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멘트!"

"...어, 갑자기 무슨 일이야...?"

"혹시 바빠?"

"음... 바쁘진 않은데..."

"그럼 혹시 길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느긋한 시간은 있어?"

"응. 할 일은 다 끝났거든..."

"다행이다! 이 몸이 조금 궁금한 게 있어서!"

"...아, 그래..."


사실은, 오멘이라는 녀석한테서 뭔가 조금 들은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오멘 그 녀석이 완전히 다 가르쳐준 게 아니고, 일부만 가르쳐 준 다음 나머지는 엘레멘트에게서 들어라- 이런 식으로 말해버린 탓에 이렇게 직접 이 몸이 엘레멘트를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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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엘레멘트가 많이 이상해보이지 않냐?"

"에- 글쎄? 이상해보이진 않는데. 갑자기 그건 왜?"

"최근에 엘레멘트에게서 재미있는 행동이 많이 보이거든-."

"재미있는 행동? 그게 뭔데?"

"엘레멘트한테 직접 물어보셔. 내가 엘레멘트한테 그 행동에 대해서 가르쳐주긴 했으니까."

"에- 재미없게."

"원래 이런 건 직접 찾아다녀야 재미있지. 안 그래? 킥킥."

**********


그러고보니 이 곳, 이 몸과 엘레멘트가 처음 만났던 곳이네. 누가 봐도 어떻게 같이 만나서 같이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는 하늘과 바다의 조합이지만, 이 특이한 조합 덕분에 그 누구보다도 더욱 많은 정보들을 얻고 다닐 수 있다는 엄청난 강점이 있다. 엘레멘트도 이런 조합에 대해 나름대로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고.

...뭐, 본론으로 돌아와서 엘레멘트와 함께 편안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꺼내본다. 그러니까, 오멘이 이런저런 얘기를 해서 이 몸이 직접 찾아왔다고. 그런 말들을 꺼내자 엘레멘트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뭐랄까, 폭주라고 해야 될지 흑화라고 해야 될지 그런 게 있다고 들었어..."

"엥? 정말?"

"아마 흑화 쪽에 좀 더 가까울 것 같은데, 극도의 공격성이 생기거나 또는 극도의 보호본능이 생기거나 한다던데 말이야..."

"공격성은 당연한 거겠지만, 보호본능은 엄청 의외인데..."

"아마 내 생각엔... 예전부터 있었는데 최근에 좀 더 이 흑화가 강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혹시 말인데, 그 흑화인가 하는 상태에서의 기억은 하나도 없어?"

"...응, 전혀..."

"그럼, 남들에게서 들은 기억은?"

"예전에, 아주 우연히 이 상태를 처음 꺼내게 되었을 때 그 주변에 있던 존재가 해 주었던 말이 있어..."


「내가 처음으로 흑화한 이후로, 그 모습을 본 어떤 존재가 나에게 다가와서는 '과거에 혹시 어떤 일이 있었냐' 라면서 그런 경험들을 물어보는 거야. 사실 내 생각엔 그런 이상한 일들은 없었거든.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답이 떠오르질 않았어.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문득 떠오른 게 있었지.

과거의 나는, 주변의 인물들로부터 너무 온순하다는 등, 저래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겠냐는 등 이런저런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어. 그 당시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사실 그런 과정에서 마음 속으론 조금씩 분노같은 게 쌓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름대로 꽤 잘 맞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

그리고 그런 분노들이 계속 쌓이고 쌓여서, 특정한 조건이 만족되면 흑화 상태로 돌입하게 되는 거지.」


"그 특정한 조건이라는 게 뭔데?"

"...이것도 나름대로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그런 분노를 깨닫게 만드는 기억이 떠오르거나, 아니면 자신이 겪었던 모습을 똑같이 그대로 겪고 있는 다른 존재를 본다던가- 하는 그런 게 아마 특정한 조건이 아닐까 싶어. 

실제로 최근에도 오멘이 내 그런 모습을 보았을 때가 계속 오멘이 나에게 그런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 뒤의 두 번째 조건의 경우에는, 나도 나중에 들어서 알게 된 것이기도 하고...」


"나중에 들었다니?"

"그 극도의 보호본능... 있잖아. 그게 발동되었을 때가 두 번째 조건이었을 때였거든..."

"그렇다면, 첫번째 조건에서는 그런 기억을 꺼내게 한 존재들을 없애고, 두번째 조건에서는 그런 기억을 다시는 겪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목적으로 다른 존재들을 없애는 것일려나-"

"...아마도?"

"으- 오랜만에 이렇게 깊게 생각하니까 머리가 아픈데 말이야-"

"만약 내가 흑화한 상태에서도 기억을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추측만 하고 있진 않았을 텐데..."

"원래 그런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서 말이지."

"...그렇지?"

"그렇고말고."


처음에는 몰랐는데, 의외로 이런 부분이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봐도 온순하고 경계 많은 그런 녀석인데, 마음 한 구석에서는 아예 반대의 모습이 숨어있다는 것이니까. 그런데, 그렇기에 또 궁금한 것이 생겼다.


"그럼, 영원히 너의 마음 속에는 그 흑화의 모습이 계속 담겨져 있는걸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아까 말했던 그 두가지 조건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조건들이잖아..."

"그건 그렇네... 흠..."

"그래도, 누군가에게 큰 피해만 입히지 않는다면..."

"...이런 것에서 긍정적인 거야...?"

"계속 담아가야 될 수 밖에 없다면,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뭐- 그렇긴 하겠다..."


이런 것도 뭐- '외유내강' 에 포함되는 것일까? 솔직히 외유내강이라기엔 너무 내적으로의 힘이 심각하게 강한 것 같지만 말이야. 그리고 겉으로도 너무 심각하게 부드럽고 말이지. 엘레멘트가 알아서 조절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